8월에는 일본과 관련된 것이 참 많아 보입니다. 8.15 광복절을 비롯해 한반도가 일본의 신민지가 된 8월 28일 국치일이 있습니다. 실제로 국치일은 바로 오늘 (8월 22일)입니다. 지금부터 114년전인 1910년 8월 22일 이완용과 일제의 통감 데라우치가 '한일병합 조약에 관한 건'을 체결해 도장만 찍으면 되는 날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한반도가 일제의 수중에 들어갔지만 형식적인 체결식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나라로서 제구실을 상실한 조선이 무슨 나라였겠습니까. 하지만 형식을 중시했던 일제는 필히 조선왕의 옥쇄를 문서에 찍고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아차린 순종의 비인 순정효황후는 옥쇄를 자신의 치마에 숨겼다고 합니다.
갑자기 발생한 돌발상황에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노 5적들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합니다. 아무리 다급해도 왕의 비 즉 조선의 국모의 치마를 함부로 만질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패망국의 왕비였지만 그래도 왕비의 치마에 손을 댄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던 시절 아닙니까. 하지만 역적질에서만은 이완용을 능가했던 윤덕영이 왕비의 치마을 들추고 손을 넣은 뒤 옥새를 빼았았습니다. 천인공노할 만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순정효황후는 윤덕영의 조카이니 삼촌이 조카의 치마를 뒤져 옥쇄를 빼앗은 상황입니다. 그 뒤에 무슨 짓거리가 일어난 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문서는 일주일후 8월 29일 공포되고 조선은 일본의 공식적인 식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로부터 36년후 한반도는 독립했으며 그로부터 79년후 2024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친일세력의 준동으로 광복절은 찟겨진 상태로 치뤄졌고 오늘까지도 그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이른바 뉴라이트로 언급되는 친일극우세력들은 식민지 근대화론과 1948년 건국절 그리고 이승만 재평가 등을 내세우며 친일행동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하다느니, 일제 위안부는 자발적 지원이었다느니, 강제 노역은 스스로 생계를 위한 행동이었다느니하는 망언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극우세력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일본 초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명시하는 세력과 같은 뿌리임이 분명합니다.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속에 정말 짜증스럽게 계속되는 친일 논쟁에서 그나마 역대급 폭염속 소나기같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일본 야구 꿈의 무대라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대회에서 말입니다. 일본발 청량제인 셈입니다. 바로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선수들이 일본 전국고교 야구 선수권대회에 결승에 오른 것입니다. 일본 교토국제고 야구부선수들이 결승에 오른 것만큼이나 더 즐거운 소식은 일본 스포츠중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다는 고시엔대회 경기때 바로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퍼진다는 것입니다.
먼저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살펴봅니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일본의 옛이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비록 짧지만 묵직한 의미를 던지는 교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일본의 극우들과 상당수 일본인들이 일본해라는 주장하는 동해를 정확하게 제일 처음 등장시킨 것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보입니다. 그옛날 한반도에서 동해를 거쳐 일본땅에 도착해 새로운 나라를 세운 자신들의 조상을 기리는 가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조상들의 얼과 넋이 서린 일본땅에서 자신들의 몸과 덕을 닦고 키울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학교가 바로 자신들의 교토국제고라는 의미입니다. 가사에서 그 엄청난 기개와 한반도인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교토국제고가 한국인 그리고 한국계열 학생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전교생이 150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건너가 터전을 잡은 재일교포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1947년 세운 학교가운데 한곳입니다. 현재는 전체 학생 70%이상이 일본인입니다. 이번에 결승진출을 이룬 선수단 거의 대부분이 일본인입니다. 하지만 학교 교가는 여전히 한국어입니다. 또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를 이끄는 선생님 상당수는 한국인 또는 한국인 후예들입니다.
일본 고교 야구선수권대회 즉 고시엔대회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치열한 지역예선을 거쳐 대회 본선에 참가한 출전학교의 교가가 필수적으로 연주되며 일본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HK가 모든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합니다. 이번 대회에도 결승까지 진출한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수차례 연주됐을 것입니다.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지자 일본 극우들은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왜 일본 전통의 상징인 고시엔대회에서 한국어 교가가 연주되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본선에 출전한 학교의 교가가 일본어인지 한국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본선에 진출한 학교의 교가를 연주해준다는 것이 전통이라는 NHK의 간단한 언급입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내일 (8월 23일)에도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이번 교토국제고가 결승에 오른 일본 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여러 생각이 떠오릅니다. 비록 일본땅에 살지만 한국인의 후손으로서 떳떳하게 살겠다는 그 어린 선수들의 모습과 비록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전통과 한국인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그 고교생들의 정신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남들보다 더 교육을 받았다는 친일세력 즉 한국에서 살고 있는 철없는 아니 생각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어른들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 하지 않아도 너무도 장합니다. 이미 교토국제고는 할 일을 모두 다 한 것입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가 이미 그들의 살아가는 의미와 생의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고 있고 그런 모습을 일본전역에 그리고 한국에 널리 알린 것입니다. 특히 요즘 친일논쟁으로 시끄러운 한국의 친일세력에게 너무도 충분한 의미를 전달했다고 판단됩니다. 나이만 먹었지 시대 정신을 망각한 아직 철부지인 한국의 친일세력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극우세력과 민족차별주의자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지만 굳건하게 일어서 존재가치를 알리는 일본 교토국제고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실질적인 국치일을 맞아 더욱 가슴 아프게 감동으로 느껴지는 교토국제고입니다.
2024년 8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 올림.
첫댓글 일본에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 제발 헛질하지 말고 교토국제고 방문해서 야구부 학생들에게 야구공이라도 선물하고 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런 일본 방문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하고 싶습니다. 저도 조만간 교토국제고를 방문해 야구공과 야구선수단에게 밥 한그릇 사주고 싶은 심정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