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그녀의 외침에 문 뒤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던 제휜이 모습을
들어냈고, 츠랑은 제휜이 왔다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아무말 없이 그 자리를 피했다.
그가 사라지자, 에필로그는 주저앉은채로 몸을 웅크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본
제휜은..그녀를 달래어주기 위해 그녀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예전의 그녀로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제휜을 사랑하지 않는 모습이란 것과 같은 뜻이다.
탁-!
감싸주기 위해 다가오는 손길을 차갑게 거절해버리는 에필로그의
눈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제휜의 마음도 편할리가 없었지만, 그녀는 이미
달래주지 못하는 저 먼 곳으로 가 버린 뒤였던것 같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
"당신이 뭔데 내 눈앞에서 서성거려요? 왜 당신이 내 눈앞에 나타나서
츠랑과 나 사이를 이따위로 만들어 놓냐구요!!!! 차라리 감옥에서
죽어버렸으면 좋았잖아요..내 기억 속에 들어오지 않게 죽어버렸으면
좋았잖아요!! 근데 왜 살아서 내 머리 속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요!!
왜요?! 당신이 뭐라고!! 도대체 당신이 뭐라고!!!"
제휜의 눈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듯 슬프고 힘겨워 보였다.
그런 그를 더욱더 힘들어게 만드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필로그 쟌 크루에.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그녀가 그의 심장을 더욱 조여가고 있었고,
그 사실을 그녀는 알 수 없었기에 제휜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셋 다 잠들어 버리는건 어떨까..?"
"...뭐라구요..?"
"셋 다 잠드는거야..잠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듯이,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모든게 새로워보일거야. 그러니까 다 봉인되어 버리자.
그리고 100년, 200년..한 3000년쯤 봉인되어 있다가 깨어나자.
그럼 모든걸 잃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거야.."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난 절대 봉인 당하지 않아요!! 반드시..반드시
츠랑과..."
"넌 억지 부리는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야"
"........"
"예전엔 안 그랬으면서 왜 이렇게 억지부리는거야, 에필로그..
넌 상황판단을 잘 하고,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었던 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어? 내가 그렇게 만든거야? ...그럼 날 아예 기억하지 말았으면
됬잖아. 근데 니가 기억했잖아..니가 기억했으면서 왜 이렇게 억지부리는건데?
나도...니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버린걸 너무 후회하고 있는데.
왜 이러는거야...내가 힘들게 왜 이러는거야!!"
"힘들면 힘들지 않게 해주세요"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며 제휜에게 말했다.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구해줬듯, 우리 모두를 구해달라고.
그때마다 제휜의 동공은 쉴새없이 흔들렸고, 그녀의 눈 또한 잡히지 않을만큼
빠르게 흔들렸다.
만날 수 없는 운명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은 언제나 아플뿐이다.
이들 셋의 사랑도 어쩌면 만날 수 없는 운명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기에
이렇게 아픈것이 아닐까?
아프다면 왜 아파야만 하는 것인가. 이 셋 모두가 울어야만 하는데..
그리고 너무 많이 울어버렸는데..왜 마지막까지 아파야만 하는 것인가.
하늘은 이 셋을 지켜보기나 하는 걸까? 지켜보며 벌을 주는 거라면, 그 벌의
도가 지나쳤다. 결국 이들 셋은 자신의 손으로 죽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들의 사랑연극이 막을 내리려 하게 되어버렸으니까.
****
에필로그 쟌 크루에. 그녀의 기억 속에는 또 다른 에필로그가 있었다.
또 다른 에필로그는 어째서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왜 자신의 기억 속에
또 다른 그녀가 남아있는 지를 말이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에필로그가 비밀을 가르쳐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고 헤어지고 함께하는 법이다, 에필로그.
그리고 넌 지금 그 상황의 한 가운데에 노여져 있고 말이다.
제휜과 너의 만남은 필연이 아닌 우연이고, 츠랑과 너의 마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하지만 넌 우연도, 필연도 따라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말에 에필로그는 당연한 듯 물어보았다. 어째서 우연도 필연도
따라서는 안되는지를 말이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넌 너의 운명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지]
에필로그 쟌 크루에. 그녀의 운명은 우연과 필연을 사랑한 죄로
영원히 사슬에 묶여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지는 것.
한마디로 제휜과 츠랑을 사랑한 죄로 영원히 봉인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봉인된다 해도 그녀는 죽지 못하는 불사신.
그렇기에 에필로그는, 지금도 이토록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난 영원히 죽지 못하는데,
왠지 죽을 것만 같아서 무서워. 그러니까 살고 싶어.
제휜과 츠랑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그저 이 두명만 욕심낼
뿐인데도 왜 하늘은 나에게 벌을 내리는 거야?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난 이 둘만 욕심냈을 뿐인데..
난 이 둘만 고집했을 뿐인데..어째서 죽어야만 하는거야..어째서...."
그녀의 운명은 이미 죽음의 실타래의 끝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를 사랑한,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두 남자와 함께.
* 주저리
완결과 마주하고 있는 27편입니다. 28편이 완결이 될 것 같구요,
해피엔딩이 아니라 새드엔딩이 될 것 같아요.
전 예전부터 새드엔딩을 정말 원할뿐 아니라, 왠지 기억 속에
남는 소설이 될 것 같아서 좋거든요.
28편 완결내고 두번째 소설 구상하다가, 얼른 소설 들고 오겠습니다.
끝내 30편을 못 채울 작가를 밟아주십옵소서(흑흑)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에 필 로 그 … … 27화 [힘들면 힘들지 않게 해주세요]
손가락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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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05 12:2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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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억!! 벌써 완결이 눈앞에///.. -_-;; 근데 에필로그 두사람이나 원하다니.. 벌받는건 당연하...[퍼억!].. 자자.. 그런의미[어떤의미?]에서.. 둘중 하나는 나에게 넘겨!!!+ㅁ+!! [=_=;............]
좋은 생각이에요 현무님. 하나 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