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야땅볼 말고는 아무것도 못 칠 것 처럼 보이던 김태균이 지난 6월 8일 KIA전부터 어제까지 5경기에서 21타수 10안타로 .476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삼성전을 빼면 4경기가 멀티히트, 그리고 그 4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올렸네요. 똑딱질만 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 기간 동안 2루타도 3개 있습니다. 삼진은1개, 병살타는 없네요.
한화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김태균 타격감 우려입니다. 장타 없다고 구박 받는데 통산 장타율이 .533으로 심정수급이고 그동안 때려낸 홈런이 283개며 찬스에 약하다고 구박 받는데 이글스 유니폼 입고 쌓아올린 타점만 1,200개 그리고 올 시즌 득점권 타율도 .434죠. 김태균은 올해 주자가 없을때는 .321을 치지만 주자가 있으면 .370을 치고, 그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434를 칩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때 출루율은 무려 .569 장타율도 득점권 상황에서 가장 높네요. 개인적으로 이 선수가 왜 [장타] 혹은 [찬스]같은 얘기를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정교함을 떨어트리더라도 홈런을 더 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런 방식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타만 노리는 선풍기 타자도 36살이 되면 정교함을 살려야 될텐데요.
이용규와 최재훈이 오면 팀 사정이 확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용규가 오면 또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다칠겁니다. 저주를 내리는 게 아니라 원래 야구가 그렇습니다. 1군 레귤러 멤버가 모두 제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루는 건 1년에 채 몇 경기도 안 됩니다. 원래 여기저기 아프고 다치는 선수가 나옵니다. 이 선수가 돌아오면 저 선수가 빠지고, 그런게 [정상적인] 야구의 모습이죠. 그래서 시즌 계산은 모든 선수가 다 있다는 가정으로 세우는 게 아니라 1~2명은 늘 빠진다는 가정하에 세워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DEPTH입니다. 예전에는 장종훈 송진우 있으면 한국시리즈 올라갔지만, 지금은 김태균 류현진 있다고 무조건 PS진출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이대호 손민한 가지고도 롯데는 꼴찌했고 삼성도 윤성환 구자욱이라는 나름의 기둥이 남아 있지만 한때 1할대 승률을 찍었죠. 주전과 퓨쳐스의 격차가 적어야되고, 레귤러 멤버가 될 만한 숫자도 많아야 됩니다. 잘치고 수비도 되는 외야수가 적어도 (3명이 아니라) 4명, 아니면 5명은 있어야 되고 키스톤이나 3루를 꼭 맡기고 싶은 아까운 야수도 5명쯤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많이 이길 수 있습니다. 원래 강팀 팬은 [A선수가 올해는 터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즐거운 게 아니라 [A도 잘하고 B도 잘하는데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전력의 두께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2군 경기장 가장 늦게 세웠으니 그 효과도 늦을거고 (심지어 우리가 새로 지었을 때 다른 팀들은 2군 구장 더 좋게 지었죠) 퓨처스 멤버들의 해외 전훈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그 효과는 미미할겁니다. 앞으로도 한창 나이의 FA선수라면 큰 돈 들여서라도 영입하고 퓨처스에서 다른팀보다 2배의 투자와 노력을 더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년 후에 비로소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을겁니다.
어제 장민재가 롱맨으로 나온 것을 보니 앞으로 비야누에바-배영수-이태양-윤규진-김재영으로 선발을 돌릴 예정인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카드라고 봅니다. 단, 김재영 선발 + 장민재 롱맨 조합을 선택했다면 최소한 로테이션 4~5번 이상 돌때까지는 그 보직을 꾸준히 유지하기 바랍니다. 여기 빵꾸 났다고 저기 빼서 막고, 저기는 또 거기 빼서 돌려막고 그러지 말고요.
송창식-장민재-심수창-이동걸을 어떤 상황에 어떻게 나누어 쓰느냐에 따라 올 시즌의 성적과 팀의 미래가 함께 결정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심수창과 이동걸의 활용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지는 경기가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송창식-권혁의 이닝을 나누고 장민재가 필요한 상황에만 등판해 길게 던질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러기 위해서는 두 투수 역시 자신이 등판한 시합에서 출루허용과 실점을 좀 더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역할을 잘 해주길 기대해봅니다.
어떤 이들은 [건강한 야구]에 대해 "맨날 지고 투수들만 탱자탱자 놀면서 건강 챙기는 야구"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나쁜 프레임이라고 봅니다. 그 방식이 마치 나쁘고 무능한 것인 양 몰아가면서 과거의 방식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함이겠죠. 그런데 투수를 아끼는 것은 지라는 뜻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힘을 분배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이 이기라]는 뜻입니다. 촌놈 마라톤 하듯 매 순간 헉헉대다 나중에 지쳐서 쓰러지지 말고 말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저 부분을 잘 못했는데 이제 그걸 바로 잡으라는 의미,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정.상.의.정.상.화 를 하자는 뜻이죠. 이제는 그렇게 해야 더 많이 이길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응답하라 1988]같은 야구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으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1번선발님의 의견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김태균 선수의 의견에 대해서는 더더욱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동의합니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건강아구 하는팀이 결국엔 더 많이 이깁니다. 혹사를 싫어하는건 팬들이 선수를 부모처럼 걱정해서가 아니라 더 팀이 강해지길 원하기 때문이죠.
동의합니다. 덧붙여 건강야구 같은 텀은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지금 하는 야구는 건강한 야구라기 보다는 이전보다 좀 더 정상에 가까운 야구일 뿐인데 말이죠.
쓸데없는 프레임을 씌우는쪽은 그럴 필요가 있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 인간의 야구를 못볼테니 남은건 그 구시대의 야구를 미화하거나 다른 야구를 깎아내리는 수 밖에 없을텐데, 밑천 드러난이상 미화는 힘들고 깎아 내리는 수밖에 안남은 것이겠죠.
어쨋든 남은 시즌 계속 정상적인 운영을 보고싶습니다. 그래야 미래도 기약될테니 말이죠. 팀을 2년 조금넘게 망쳐놓았으니, 한 3-5년은 정상으로 돌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앞으로 길게 보고 선수단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사에는 장사가 없지요 공감합니다
막줄이 참 맘에 와닿네여...촌놈 마라톤...ㅋㅋ
건강야구 운운하는 애들은 응원할 팀도 없는 뜨내기이니 그러려니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