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맺어준 팔십이억 분의 일의 인연 –
늘 내 인생은 외나무다리를 걷는 듯 조심스러웠다.
화려하지도, 군림하지도 않은 평범한 삶이었다.
오늘따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마음이 아리고,
시원한 솔바람이라도 맞고 싶은 날이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평할 것도 없다.
길가의 가로수처럼 울퉁불퉁한 세월을 지나며
나는 나름대로 거룩하게 살고자 했다.
오늘 그 모든 날이 인연으로 다가온다.
우리 집안은 본래 불교 신앙을 가졌지만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가톨릭 신자였던 집안 어른의 손에 이끌려
처음 성당 문을 열었다.
그 만남이 내 신앙의 시작이었다.
이후 주일마다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를 만나 혼배성사를 올리고
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건축업에 뛰어들었다.
힘들었지만, 그 또한 하느님이 열어주신 길이었다.
어느 주일,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허 데레사 수녀님이 나를 불러세웠다.
“출감한 모범수가 있는데 갈 곳이 없습니다.
혹시 함께 일하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순간 망설였지만,
갈 곳 없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라고 하세요.”
그 한마디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는 과거 철근공이었다.
동업자와 다툼 끝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고,
가족은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서 신앙을 얻었다고 했다.
나에게 받은 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뒤
“이제 가족을 모두 찾아야겠습니다.”
그의 결심에 나도 힘을 보탰다.
청년단체의 도움으로 빈집을 고치고
흩어진 가족이 다시 모였다.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성당에 나왔다.
화목한 가정을 되찾은 그를 보며
나는 하느님의 뜻이 얼마나 놀라운지 새삼 느꼈다.
그러나 인생은 늘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시련을 겪었다.
생활비를 탕진한 아내, 굶주린 아이들.
결국 그는 아이를 데리고 밀양으로 내려가
타일 공장에서 묵묵히 일했다.
얼마 후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경주로 가겠습니다. 혹시 빈방이 있습니까?”
우리는 다시 한집에 살았다.
그는 성실히 일하며, 다시 일어섰다.
아들도 대학에 진학했고,
이제는 잘 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술이 문제였다.
결국 어느 날, 그의 작은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저씨…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 순간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렸다.
어릴 적 부모 형제 없이 자라,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없던 그였다.
그와의 인연은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작은 사명 같은 것이었다.
그는 늘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섰고,
그 모습은 나에게 믿음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장례식에서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이제는 아프지 말고,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문득 생각했다.
이 지구 위에 팔십이억이 넘는 사람이 산다.
그 가운데 단 한 사람, 팔십이억분의 일의 인연이
이토록 오랜 세월 내 삶과 함께 했다.
인연이란 어찌 가벼울 수 있으랴.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천생인연이 아니겠는가.
첫댓글
참 좋은 이야기를 쓰쎴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분을
도와주셔서
가족이 함께 살게 해 주셨습니다.
단석님,
수필방에 오심을 반겨드립니다.
글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자주 오시기를 바라고
잘 어울려 나가시길 바라옵니다.^^
먼저 보잘것 없는 글에 답글을 주신
방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금년에 경주 향교부설 문예대학에
입학을 하고 부터
시와 수필을 조금씩 저가 살아온 바탕으로 조금씩 써 봤습니다만 문장도 단촐하여 글 쓰기에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석님 수필방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
수필방은 콩꽃 운영위원님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동안 특유의 향기를 간직하며 운영되고 있는 방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휴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석님의 넓고 따뜻한 포용력이 큰 힘을 발휘하였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달 항아리님
환영에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제가 살아온 바탕으로 한 소재로 쓰다 보니
문장이 단조롭고 부족하더라도
이해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단석 님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인 그 분과
인연이 오래 지속할 수 없어서
넘 안타까워요ㅠㅠ
앞으로도 수필방에서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초보자의 글을 올리기도
부끄럽습니다.
제 나이가 적지 않지만
글을 쓴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한국신춘문예에
수필 한편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리고 채택이 되어 그 후 몇편을 썼지만 아직은 졸작입니다.
감사합니다.
젊어서 샘터와 리더스 다이제스트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곳에 실린 글들을 읽을 때
제가 사람이라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서로 기대고 어울리며
사는 이야기, 늘 감동이었고
같은 사람이라 기뻤었지요.
지어낸 이야기 보다 실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있는 곳,
5060 글마당, 그 중에 수필방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자리님의 작품은 人間愛의 귀감이 되는글 몇편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은 초보티를 못 벗은 글에 지도 편달을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주 양반골의 단석님.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제가 익히 아는 단석님은 수필방에
잘 어울리는 분이라 사료됩니다.
안타깝지만 감동적인 사연에 뭉클 합니다.
인생 선배님으로 수필방에 연륜이 우러나는
글 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해솔정님 여기서 뵙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문학에 (文字)도 몰랐는데 우연히 낚시꾼들의 釣行記를 써서 정보지에 올린게 고작입니다.
문장도 감성도 빈약하다고 할까요? 부족한게 많습니다.
끝말 잇기 아름방에 참여는 잘 하시지요.자주 보입시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처음에 수녀님이 부탁을 하실때 살인자라는 말씀을 안하셨기 때문에 중죄인으로만 알고 "오라고 하세요" 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대구 갱생보호소에서 1시간만에 경주에 왔다고 하여 가족과는 의논 한마디 나누지 않고 대면 면담을 하면서 본인이 본의 아니게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라고 이야기를 했을때 섬찟하였습니다. 수녀님이 인성을 파악 하시고 저한테 부탁을 하시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에 댓글 감사합니다.
단조롭고 무미한 글은
제 글이 그렇지요.
차암 아침 눈을 뜨자
묵주기도 오단 바치고
수필방 문을 열었습니다.
님의 글은 축복입니다.
자주 글 읽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 주신 은총은
그 모든 감사로움입니다.
아멘
과찬이십니다.
젊었을 때 부터 글을 썼더라면 좀 매끄러울 텐데
아직은 멀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사람으로 인해서 단석님의 삶이 빛이 나네요.
스스로 타서 빛을 내는 게 스타라던데
단석님은 스타시네요.
좋은 말씀이라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고인이된 그분은 저보다 4년 선배이지만 저보고 항상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저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석님이 이제 보니 경주 단석산의 단석, 화랑이었던 김유신이 단칼에 바위를 잘랐다는 그 단석 이군요.
절제된 문장에서도 충분히 전해진 이야기에 잠시 빠져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단석님의 기억에 남아 있으니 그 분도 인연이 헛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기억 해 준다는 거, 그의 아픔까지도 이해해 준다는 건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제가 어렸을때 서향 집에서 방문을 열고 보이는 산이 바로
단석산 봉우리입니다. 여러 닉을 바꾸어도 봤지만 마땅한 문장을 찾지 못하여 기억에 많이 남는 단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어릴때 고아로 자라면서 인생의 밑바닥에 온갖 풍상을 겪은 분이라서 제가 베푼 고마움을 잊지 않은것 만으로도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했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단문이지만 그래서 더 단아하게 다가옵니다. 글쓴이의 대명과 잘 어울리는 글이었습니다.
내용의 감동은 말할 것도 없구요.종종 글로 뵙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답글 감사합니다.
금년 들어서 수필 수강을 받고는
있지만 제대로 쓰자면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참 훌륭한 일을 하셨군요.
그분의. 저 세상에서의 삶은 평탄하길 바랍니다
훌륭하다고 하시니
이제사 좋은 일을 했구나 실감이 납니다.
그 분의 성품도 모르고
수녀님 말씀만 믿고
사랑을 실천에 옮겼을 뿐입니다
푸른비3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