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화학공업기업 켐차이나가 스위스 농화학기업 신젠타를 55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세계 종자시장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 간 '씨앗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2일 블룸버그와 중국 펑파이에 따르면 켐차이나는 주당 470스위스프랑에 지분 70%를 인수하는 방안을 신젠타에 제시했다. 인수금액은 3069억위안(약 55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신젠타에 처음 제안했던 가격(48조원)에서 15% 정도 올린 금액이다. 이에 대해 신젠타 측은 이르면 이번주 이사회를 소집해 켐차이나 인수 제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젠타가 M&A를 받아들이면 중국 기업의 국외 M&A 사상 최대 빅딜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켐차이나가 천문학적 인수금액을 제시하면서까지 신젠타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의 종자산업 육성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신젠타는 종자와 작물보호제(농약)를 주력으로 하는 농화학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특히 유전자조작 종자 분야에선 미국 몬산토, 듀폰과 함께 세계 시장을 90%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종자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해왔다. 갈수록 줄어드는 경작지와 급증하는 식량 수입, 기후변화 등 문제에 대응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종자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해 중국은 종자 수입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한 6300t에 달하는 종자를 수입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농업기업 간부가 미국에서 듀폰이 특허를 가진 옥수수 종자를 중국에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국유기업을 동원해 세계적 종자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몬산토 역시 신젠타 인수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미·중 간 신젠타 인수를 둘러싼 치열한 M&A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유전자조작식품(GMO) 기업 몬산토는 지난 8월 신젠타에 460억달러(약 54조원)의 인수가를 제안했지만 신젠타가 거부한 바 있다. 켐차이나는 중국 국유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96억달러(약 44조원)를 올렸다. 지난 3월 세계 5위 타이어회사 이탈리아 피렐리 지분 26%를 약 2조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