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우물
김용택
동네 가운데 허드레 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 마르지 않았습니다.
세수도 하고, 걸레도 빨고 미나리꽝과 텃논 물도 대고, 동네 불나면
그 샘물로 불도 껐습니다.
그 샘 중심으로 위 곁, 아래 곁 편 나누어
줄다리기도하고, 짚으로 만든 공 차고, 씨름하고, 자치기했습니다.
공동으로 쓰다 보니, 늘 물 나가는 도랑이 막혀
실지렁이들이 사는 해치가 물길을 막았습니다.
현철네 할머니, 막힌 도랑 치우며
급살을 맞을 연놈들, 어질러놓기만 하지
누구 하나 치우는 연놈들 없당게,
아니나 치우면 되지, 손목댕이가 부러지나 어디가 덧나나,
양 소매 걷어붙이고 맨손으로 후적후적 막힌 도랑 다 치웠습니다.
그러다가 미꾸라지 나오면
한 마리 두 마리 잡다가 나중에는
샘을 품어 미꾸라지 잡았습니다.
샘물 다 품어내면
엄지손가락만 한 누런 미꾸라지들이
물구멍 물을 따라 꾸역꾸역 꾸물꾸물 나왔습니다.
구경꾼들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샘가에 삥 둘러서서
여기도 한 마리 저기도 한 마리 가리키며 도왔습니다.
미꾸라지 다 잡고 나면 새 물 넘쳐
도랑으로 시원하게 쑤욱 잘도 빠져나갔습니다.
동네 사람들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김용택
전북 임실 출생 1982년 《창작과 비평》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