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루나221 카페를 찾았다. 어떤 일을 의논해야 할 때는 주로 찾는 듯하다. 새로운 카페에서는 주변을 둘러보느라 대화가 어렵고,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도 흐름이 자주 끊긴다. 그래서 집중해야 할 때는 루나221 카페를 주로 찾는다.
음료가 나오자마자 단숨에 마신다. 김민정 씨가 음료를 다 마신 것을 보고,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냈다. 직원을 유심히 보던 김민정 씨가 “우와.” 한다.
“김민정 씨, 오늘은 여행 계획 의논 아니고요.”
“….”
“오는 길에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자기소개서 써요.”
“….”
대답이 없다. 음료도 다 마셨는데 왜 답이 없을까? 자기소개서가 쓰기 싫어졌나?
“김민정 씨, 우리가 올해는 이력서를 내기로 했잖아요.”
“예.”
“어디에 취업하고 싶다고 했었죠?”
“빵.”
김민정 씨가 손을 조물조물하며 답했다. 다행이다. 빵집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나 보다.
“네. 그래서 오늘 자기소개서 쓸 거예요. 그때 이력서 고칠 거 보면서 얘기했었잖아요? 자기소개서에 사진 넣으면 좋겠다고.”
“예, 예.”
“그래서 오늘은 노트북으로 자기소개서 쓸 거예요. 김민정 씨가 사진을 보고 골라주시면 제가 내용을 쓸게요.”
“응.”
“손으로 옮겨 적으려면, 김민정 씨가 매일 사진 뽑는 것처럼 사무실에서 뽑아야 하거든요?”
“응.”
“그래서 오늘은 대충 여기에 미리 쓰고, 제가 종이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뽑고 나면 거기다 같이 옮겨 적어요.”
“…예!”
직원의 설명에 유심히 노트북을 보다가 답한다. 오늘은 양식부터 사진까지 고를 것이 많다.
제일 처음 할 일은 이력서 양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구직 사이트에 공개된 양식 중 김민정 씨가 고른 것을 다운 받는다. 빵집에서 일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신입 이력서 양식을 차례대로 살핀다. 서식의 내용은 김민정 씨에게 맞게 수정하면 된다. 파란색, 노란색, 까만색 등 내용은 비슷하지만 색깔이 다르다. 여러 양식 중 김민정 씨는 노란색 양식에서 “우와!”를 크게 말했고, 그래서 노란색을 골랐다.
그 다음은 사진이다. 성심당에서 빵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사진,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사진, 베이킹 수업 중 밀가루를 체에 내리는 사진, 재료를 섞는 사진까지 총 네 장이다. 그 중 재료를 섞는 사진을 골랐다. 딱 알맞다고 생각했다.
내용은 직원이 미리 생각한 내용을 읽어 드리고, 그 중에 골랐다. 그리고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는 사진을 보며 고른다. ‘신나게, 즐겁게, 기쁘게’를 표현하는 사진과 의미를 직원이 설명했다. 김민정 씨는 그 중 ‘즐겁게’를 골랐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는 ‘열심히! 즐겁게! 일하겠습니다.’로 마무리 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정입니다.
빵집에서 일하고 싶어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빵집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빵을 좋아합니다. 빵 만드는 것도, 빵 먹는 것도, 빵 보는 것도 다 좋아합니다.
빵이 좋아서 작년부터 빵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빵이 좋아서 빵집을 찾아다니며 어떤 일을 하는지 공부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빵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카페, 학원, 당나귀 농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주로 청소를 했습니다.
직원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었고, 사장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맡겨주신다면 열심히! 즐겁게! 일하겠습니다.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감사합니다.
- 김민정 씨가 작성한 자기소개서 발췌
다 쓴 자기소개서를 김민정 씨와 읽고 올해의 구직을 다시 다짐한다. 김민정 씨는 연신 ‘네!’, ‘예!’, ‘예예. 흐흐.’ 하며 대답했다.
우리 일은 당사자가 자기 일에 주인 노릇하거나 주인 되게 돕는 것이죠. 당사자가 주인 노릇하기 어려울 때는 그 일을 세분화하면 주인 되게 도울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하고요. 구주영 선생님의 이 기록이 사회사업의 중요한 가치, '자주'를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신은혜
자기소개서에 사진이 있으니 민정 씨가 원하는 일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민정 씨와 함께 작성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김민정 씨 형편에서 김민정 씨가 자기소개서를 쓰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식 선택, 사진 선택, 내용 선택…. 이렇게 선택하게 준비하여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사자의 일에 당사자가 주인이게! 월평
첫댓글 김민정 씨 구직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