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씨와 이력서를 내러 가기 전, 어디부터 어떻게 갈지 다시 의논한다. 오늘의 의논 장소는 라라도넛이다. 때마다 인사하러 오기도 하고, 이렇게 의논할 일이 있으면 일부러 찾기도 한다. 얼굴 볼 때마다 반겨주시니 감사하다.
“김민정 씨, 자기소개서 쓴 거 기억나요?”
“네.”
“네. 이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를 내러 가야해요.”
“….”
“이력서를 내야 김민정 씨가 일할 곳을 구할 수 있잖아요?”
“응.”
“그러니까 오늘은 어디를 갈지 정해요.”
“….”
“제가 오늘은 노트북이 없어서 이걸로(휴대 전화) 같이 봐요. 김민정 씨가 손님으로 갔던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응.”
“사장님을 미리 만났던 곳이 있으니까 김민정 씨가 미리 잘 떠올려 보세요. 김민정 씨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장님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빵.”
김민정 씨가 잠시 침묵을 두더니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라도넛 사장님을 말하는 것 같다.
“라라도넛 사장님요?”
“네.”
“아, 라라도넛에도 당연히 이력서 내러 와야죠. 그래도 다른 곳도 봐야죠. 라라도넛에만 낼 거예요?”
“아냐, 네.”
이것은 긍정인지, 부정인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네?”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김민정 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곳은 안 가요?”
“아냐.”
“여기(라라도넛)에만 이력서 낼 거예요?”
“…네.”
‘라라도넛에만 이력서를 내는데, 다른 곳도 이력서를 낸다.’라…. 어떤 의미일까? 김민정 씨는 생각하지 않고 대답할 때가 많지만, 그럴 때는 ‘네.’라고만 답하는 편이다. ‘아냐.’가 섞여 있으니 뭔가 뜻이 있을 것 같다. 한참 생각하다 물었다.
“다른 곳도 이력서를 내는데, 여기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이에요?”
“네!”
대답하는 목소리가 크다. 잘 맞췄나 보다. 라라도넛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사장님이 김민정 씨와 일할 수 있을 때 알려주신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다. 김민정 씨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김민정 씨에게 잘 맞는 다른 곳이 있을지 모르니 그런 기대를 가져 보자고 했다. 다행히 새로운 빵집이 속속 생기고 있다.
휴대 전화로 빵집 사진을 보며 이력서를 내러 갈 곳을 정한다. 김민정 씨는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작은 규모의 개인 빵집을 골랐다. 라라도넛과 비슷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듯하다.
“김민정 씨, 그러면 이번 달에 새로 생긴 아로제랑 전에 갔던 청다라지 갈게요.”
“예.”
“가기도 전에 힘 빠지는 말 좀 할게요. 지금 경기가 어려워요. 월평에 일하던 분들도 일을 쉰대요. 장사가 잘 안된대요. 그래서 새로운 일자리 구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어요.”
“….”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녀 봐요. 씨 뿌리는 마음으로 다니다 보면 언젠가 열매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
“파이팅!”
김민정 씨가 주먹 쥐고 손을 당기며 함께 ‘파이팅’ 했다. 지금의 다짐처럼 1년이 지났으면 좋겠다.
2026년 4월 9일 목요일, 구주영
'씨 뿌리는 마음'. 네, 김민정 씨와 구주영 선생님이 이미 뿌린 씨앗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구하면 참 좋겠으나, 되돌아보면 비록 직장을 구하지는 못했어도 김민정 씨와 지역사회 사이에 싹을 틔운 것이 많고요. 김민정 씨를 반기는 사람, 김민정 씨가 때마다 찾아갈 곳, 구직에 대한 김민정 씨의 진심, 김민정 씨와 일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들…. 이런 것들이 못지 않게 값진 결과라 생각합니다. 신은혜
좋은 분 만나길 기도합니다. 신아름
결국은 발걸음에 의지하네요. 응원합니다. 월평
첫댓글 "씨 뿌리는 마음으로 다니다 보면 언젠가 열매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구주영 선생님 말처럼 좋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