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회원 여러분. 80학번 이희용입니다. 5월 산행에는 제가 다른 산행 일정이 있어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빠져 드릴 말씀이 없지만, 회원 여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약올리자는 게 아니라) 5월 21~22일 다녀온 설악산 산행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4년 전 같은 코스로 공룡능선을 올랐을 때는 날씨가 궂어 제대로 경치 감상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날씨가 활짝 개 내외설악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회사(연합뉴스) 산악회를 따라 28인승 우등관광버스를 전세 내 21일 아침 회사 앞에서 출발했습니다. 점심은 인제의 유명한 황태정식집 송희식당에서 먹었고 백담사를 간단히 둘러본 뒤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많은 비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영시암 근처에 이르자 장대비가 쏟아져 힘든 여정이 됐습니다. 오세암 직전에 있는 최고의 전망대(만경대)에서도 비와 안개 때문에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지요.
미리 부탁한 덕에 오세암에서 저녁 공양을 하고 뜨신 방에서 푹 잤습니다. 불을 넉넉히 때준 덕분에 젖은 옷이 밤새 다 말랐지요. 염불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새벽 도량석 목탁 소리에 잠을 깬 것도 모처럼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니 비는 그치고 반달이 반갑게 떠 있었습니다. 세면을 마치고 행장을 꾸린 뒤 4시 40분에 절에서 싸준 김주먹밥을 챙겨들고 마등령을 향해 올랐습니다.
마등령에서 희운각으로 향하는 중간 봉우리에서 아침을 먹으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데, 해는 보이지 않더군요. 비가 그친 것도 감지덕지인데, 일출까지 바란 게 너무 야무진 꿈이었을까요.
그래도 공룡능선을 걷는 동안 날씨는 계속 맑아졌고, 발 아래 구름과 안개가 감돌며 걷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희운각 못 미쳐 대청봉을 바라보며 내친 김에 대청을 찍고 갈까 하다가 지친 다리와 서울 올라갈 길을 생각해 삼거리에서 양폭으로 향했습니다. 양폭에서 줄을 당기면 김이 나는 도시락을 먹은 뒤 천불동 계곡의 비경을 감상하며 비선대에 도착했습니다.
비선대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나서 척산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물치항에서 자연산 회로 마감한 뒤 서울로 향했습니다. 다리는 뻐근했지만 상쾌하고 뿌듯한 산행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동문 회원 여러분과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글로 표현하지 못한 산행의 감동을 사진 몇 장으로 대신 전합니다.
곧 허물 건물이어서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산악회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6월 3~6일 을지로 2가 센터원빌딩으로 이전했다가 새 사옥이 지어지면 2013년 가을 옮겨올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백담 계곡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곧 닥칠 고생길을 생각도 못한 채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네요.
영시암 요사채 툇마루에서 빗줄기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를 맞고 올라가려니 처량한 생각이 듭니다.
판초 우의를 입고 힘겹게 오세암 돌 언덕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저의 회사 동료입니다.
마등령에 오른 뒤 일출을 보겠다고 공룡을 조금 탄 뒤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고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룡능선을 걷다가 전망이 좋아 모처럼 독사진을 찍었습니다. 배경은 좋은데 인물은 별로지요.
위 사진과 같은 곳에서 찍은 단체 사진입니다. 이 다음부터는 제가 계속 앞장을 서고 사진부장이 뒤로 처져 사진을 찍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뾰족한 암봉들이 설악의 위용을 잘 보여줍니다.
청봉에서 내설악 쪽으로 뻗어 있는 용아장성의 암릉으로 여겨집니다.
희운각이 내려다보이는 공룡능선의 마지막 안부(반대쪽에서 보면 첫 안부)입니다.
뒤로 금강굴이 올려다보이는 비선대 구름다리에 줄지어 섰습니다. 이제 고생 끝입니다.
신흥사 통일대불을 배경으로 모여 앉았습니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생선회로 뒤풀이를 하기 위해 물치항을 찾았습니다.
첫댓글 정말 멋지네요. 확실히 이곳은 윤복희 보다는 설악산이 더 잘 어울립니다.
마포나루도 몸 만들어서 한번 같이 가세
대인원이 올라타서 공룡 등짝이 쪼매 휜 건 아닌지요? 흐흐 ... 우리 산악회의 든든한 후미^^ 마포나루 형과 저 오솔길도 저 등짝을 한 번쯤 걸어봐야 하는데요...그쵸 마포 형?^^
오세암1박-공룡능선-비선대막걸리-척산온천-물치자연산회. '꿈의 설악산 5종 세트'를 섭렵하셨군요. 왠만한 기획과 실행력이 아니면 시도조차 어려운 일인데 많은 인원이 별 어려움없이 해내신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부럽기도 합니다. 형님의 그 능력에 기대어(?) 우리도 한 번 설악산 5종세트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빨리 날짜 잡자구. 알대장! 이번 가을로 할까? 단풍철이면 설악산이 너무 붐비니 그 앞뒤로 하든가.
좋았겟다. 물치항 생선도 싱싱해보이네. 넌 다리와 무릎은 괜찮은겨?
이번에는 그리 힘들지 않게 다녀왔습니다. 돌아온 뒤에도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며칠 뻐근했지만, 무릎은 괜찮네요.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요.
할 말이 없다. 크흐.
부럽습니다
보기 좋~~~다.똑같은 코스와 스케쥴로 우리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주면 얼매나 좋을꼬.
형님께서 하명하시면 당장 추진해보도록 하지요. 그런데 차량편이 문제인데... 규갑이더러 승합차 몰고 오라고 할까요? 하산 때는 알대장과 멍게가 먼저 설악으로 내려간 뒤 택시 타고 용대리 주차장으로 가서 승합차를 갖고 오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고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와도 되지요.
저 봉고차 있어요. 시간도 있어요. 불러만 주세요
알대장,우리도 오랜만에 공룡 등짝 올라보자.을매나 좋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