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볓이 따사롭다
가을 바람이 선선 하다
가을 들녁은 풍년을 정리한 후가 되어 고즈녁 하다
컹컹
달을 보고 우리집 멍멍이는 그리움을 노래 한다
덜커덩
엄마의 장독 닦는 소리가 가을 저녁 노을을 타고 들려 온다
김장을 준비 하시는가 보다
앞마당에서 놀기에 바쁜 아들 녀석은
짧은해 떨어 지는걸 아쉬워 한다
술레잡기
비석치기
사방치기
구슬치기
이런 놀이로 하여 그의 혼을 몽땅 가져 갔었는데
엄마가 부르신다
애야...
앞밭에 있는 무우좀 하나 뽑아 와라
저녁 반찬으로 무생채 나물 하고
무우국을 끓여야 하겠다
예
하면서 앞밭으로 달려 가서는 하얀 속살을 살짝
내어 밀고 있는 무우 하나를 쑤욱 뽑아서 들고는
흙을 툭툭 털어 버린다
그리고는 얼릉
우물가로 가서는 두레박 으로 물을 한바가기 들어 올려
하얀 무의 속살을 수세미를 들고 목욕을 시킨다
하얀 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면서
무의 머리 위에 얹혀 있는 잎새를 자른다
낫을 들어 잎새를 자르고
무우 하나만 들고 부억으로 달려 가서는
엄마
무우 가져 왔어요...
응
그래 수고 했다
그런데 위에 무우청은 어쨌냐?
엄마 그것 토끼장에 토끼 밥으로 주었습니다
응
잘 하긴 했는데
엄마는 그걸 말려서 우리 식구 겨울에 된장국 끓이려
생각 했었단다
바로 그게 무우청 이라는 시래기 이다
무우의 윗 부분인 머리에 있는 잎새를 잘라
짚을 갖여다 엮어서는 처마 밑에 말린다
가을의 아름다운 날들이 그들과 함께 놀다 가면
시들시들 거리더니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누우런 빛을 띄우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마르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시래기 라고 하면서
한겨울의 맛깔 나는 겨울 국 끓이는재료로 이용 한다
한줄로 가지런히 처마밑에 매달려 있는 그
따가운 가을 아침 햇살을 담북 담고 있다
한밤중에 소리 소문 없이 내리시는
서리의 싸늘한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는 보름날 빙그레 웃는 달님의 너그러운 마음을
담뿍 담아 내었다
뒷밭 앞마당의 향기로운 흙내음을 가득 담아 냈다
그리고는 엄마의 가족 사랑의 맘을 얼키설키 엮었다
그렇게
온갖 사랑을 가득 담은 그가 구수해 지는건
그들의 사랑의 냄새가 아닐까?
뚝배기에
우물에서 길어오신 정한수를 담으시고
봄부터 한 여름의 땡볓 그리고 가을의 서리
초겨울에 내리는 첫눈까지 담아내어 익은
된장을 한국자 넣고는 가지런한 시래기를 넣는다
그리고 화롯불 위에 좌정을 시키면
보글 보글 긇는 소리 아름답고
구수한 냄새 온 방안에 가득 하다
두레반에 삥 둘러 앉아 숫가락 부딪치며 하는 식사에
시래기 된장국이 맛스럽게 올라 온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그 맛으로
우리는 커갔고 할아버지는 그맛을 못잊어 하시면서
눈을 감으셨을터....
푸른잎새 옹기종기 모여
누런잎새로 바뀌어 가는 가을날
처마밑에 시래기 형제들 병정 놀이 시작을 하시는가 보다
가을 햇볓을 피하다
살랑이는 바람에 못이겨 햇볓으로 얼굴 내어 밀고는
수줍은듯 다시 처마 밑으로 숨어 든다
구수하게 익어 가는 그 냄새에
누렁이 황소는 음메 하면서 혀를 날름 거린다
가을은 그렇게 익어 가고
처마밑에 무우잎은 세상의 시름과 사랑을
품안으로 한아름 담아 내고 있다
무우청은 아니 시래기는 그렇게 거기에 있다
그는 한겨울 대 보름날 까지
거기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 나가면서
함박눈을 털어 내지 않고 몸으로 녹이고
다시 햇볓에 내어 놓고 마르기를 반복 한다
그렇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도 제대로 익어 가는가 보다
나도
그렇게 인생을 익혀 가야 하겠다
첫댓글 구수한 시레기 된장국
냄새가 스멀스멀 콧등을
실룩거리게 만드는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