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말 줄일 줄 아는 사람 -
권다품(영철)
어떤 모임을 하다보면 주욱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라는 경우가 있다.
내 생각에는 그냥 편하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앉아서 얘길 나누다 보면 다 알아질 텐데, "원래 말을 할 때는 일어서서 말을 하는 것이 여러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사람도 있다.
형식적이고, 경직되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인사 방법인 것 같다.
일제치하와 군사독재자들에 의해 생긴 군사문화란다.
나는 그런 딱딱한 격식을 참 싫어하는 편이다.
이미 만나면서 악수를 나누고, 궁금한 것들은 서로 주고받고 얘길 나누지 않았던가?
또 잔을 주고 받으며 편하게 하하호호 하면서 얘기를 나누면 된다.
그렇게 일어서서 얘기를 시켜놓고는 다른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끼어드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말 흐름을 끊는 대단한 실례겠다.
또, 다른 사람이 일어서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앉아서 옆사람과 속닥거리는 사람도 있다.
진짜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인품이 안 된 사람이라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 나라 정치인들이겠다.
다른 사람이 앞에 나가서 말을 하고 있는데, "헛소리 그만하고 내려와." 빈정거리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소리를 지르며 앞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과 싸우는 말종도 있다.
그런 예의는 학벌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런 무식한 인간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겼다고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리고 있다.
정치를 하면 다 그렇게 개처럼 변하는강?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
"아~, 말씀중에 대단히 실례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만, 그 말은 장자가 아니라 공자가 한 말입니다."라며 다른 사람이 일어서서 한창 말을 하고 있는데 끼어들어서 말의 맥을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꼭 그렇게 다른 사람 말의 맥을 끊어가면서 바로잡아줘야 자기 박식함이 드러나는 것일까?
혹시, 여러 사람 앞에서 더 과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꼭 바로잡아주고 싶다면, 둘만 있을 때, 듣는 사람 기분나쁘지 않게 말을 해줘도 되지 않을까?
여러 사람 앞에서 똑똑한 척하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과연 그렇게 과시한다고 그만큼 인기가 좋아질까?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품위를 평가하게 된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말 많은 사람이나, 아무데나 아는 척 하며 끼어들고 나서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한다.
나는, 깊은 내용도 없이 말을 현란하게 하는 사람이 꼭 똑똑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까?
나는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말을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말을 잘 할 줄을 모르고, 아는 것이 적어서 다른 사람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젊잖아서 그렇지 않을까?
나는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열심히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의 인품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 여유!
그 사람의 눈에서, 그 사람의 얼굴에서는 은은한 인품이 느껴진다.
멋진 인품이 느껴지는 여유 아닌가?
말을 참을 줄 모르는 사람, 깊이도 없으면서 인기를 위해서 현란하게 하는 말에서는 가벼움이 드러난다고 한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과묵한 사람!
사람을 끌어들이는 은근한 힘이 느껴진다면 틀린 말일까?
내 생각만 그럴랑강?
말을 줄이면, 그 말이 속에서 무르익어서 인품이 될 것 같다.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 말을 들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말을 쪼매씩 더 줄여봐야 겠다.
말을 많이 해서 내 가벼움이 다 탄로나고나면, 지금보다 더 가벼워 질 것 같아서 겁이 난다.
2024년 3월 17일 낮 5시 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