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줄줄 외는 '야구사전' "내인생 멋진 역전승 자신"
"요즘 프로야구 보셨어요?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까요. 우리 사는 것처럼요." 야구 마니아로 소문난 개그맨 이봉원(47)은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위기 뒤엔 항상 찬스가 오기 때문이다. 본인의 삶을 야구로 표현해보라고 하니 "6회가 끝났는데 1―5로 끌려가고 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 연기학원, 음식점처럼 손대는 사업마다 족족 망한 이력이 그의 실점(失點)이다.
그렇지만 "9회말 최종 스코어는 7대5 역전승이 될 것"이라고 했다. "7회에 대거 득점해 역전에 성공하고 8회와 9회는 마무리 투수를 기용해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연예활동이든 사업이든 곧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각오처럼 들렸다. 그런 그가 2일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스마일 야구단'을 창단했다. "단장 직권으로 박찬호 선수의 61번을 차지했다"는 그에게 팀을 만든 이유를 물었다.
- ▲ ‘스마일 야구단’을 창단한 이봉원은“아직까진 오합지졸이지만, 조만간 연예인 야구계는 물론 사회인 야구계에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봉원은 80년대 중반 장두석, 이상운, 최양락, 김한국 등 KBS 개그맨이 주축이 된 야구단에서 활동했다. "포수에 6번 타자였어요. 공 맞는 게 싫다고 다들 꺼리는 바람에 제가 포수 마스크를 썼죠."
그는 "한양대 야구부 출신인 영화배우 강신범이 던지는 시속 140㎞의 강속구도 척척 받아냈다"고 자랑을 했다. 이봉원은 '걸어 다니는 야구 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야구 지식이 풍부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줄기차게 야구장을 다녔어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니 신문만 열심히 보면서 선수들 타율과 기록을 줄줄 외웠습니다." 이봉원은 일본·미국 프로야구에도 해박해 케이블TV 해설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종범(KIA), 이대호(롯데)처럼 경기 후 소주잔을 함께 기울일 친구도 많다. 그런 그가 한마디 했다. "프로야구가 왜 팬을 더 끌어모을 노력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 선수 생긴 것 빼면 1980년대랑 바뀐 게 뭐가 있어요?"
그의 머릿속엔 개그 소재뿐 아니라 '재미있는 야구'를 위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것 같았다. "시즌에 한 달 정도는 지명 타자 제도를 없애는 건 어때요? 투수도 타석에 서야 한다면 감독들 '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 같은데…."
최근 프로야구의 인기에 대해서도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야구 자체도 재미있지만 젊은 여성 팬이 많아진 게 인기몰이에 도움이 된다. 예쁜 여자가 있으면 남자들은 자연히 꼬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옛날에 예쁜 여자들은 농구장에 있었어요. 이상민, 우지원 같은 미남들이 있는데 '소도둑'같은 야구선수가 눈에 들어왔겠어요? 근데 요즘 야구판은 달라졌죠, 하하." 아내 박미선도 야구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야구는) 길어서 싫다네요. 3회까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여잔데요, 뭘. 야구 규칙 좀 가르치려다가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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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포츠) 2010년10월11일 오후5시쯤 목동야구장에서 개그맨 이봉원씨가 새로 창단한 야구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채승우 기자
병영 해프닝 대신 팍팍한 중년의 삶
사업 어렵고 자식 뜻대로 안 되고 …
노력하면 힘든 세상 동작그만 ?
안 될 수 있지만 한번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