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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인은 의료업을 수행하고 자회사는 부대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체라는 점에서 구분돼 의료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는 ‘병원이 부대사업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가 의료민영화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으로 ‘차병원 그룹’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20일 제기됐다. 김태훈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의료민영화 쟁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차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경우 투자활성화대책이
미칠 효과가 클 것”이라며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운영하는 ‘차움센터’의 사례를 들어 “투자활성화대책이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것의 실증”이라고
주장했다.
“차병원이 중소병원?...이미 큰 규모와 많은 자본 확보해 경쟁에서 우위 차지할
것”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대책이 나오자 대형병원이 부대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할 경우 중소병원 경영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대부분이 중소병원이고 상급종합병원은 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2곳밖에 없다며 이 주장에
반박했다.
44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급) 중 자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건 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2곳뿐이고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29개 학교법인은 이미 자회사를 통한 수익활동이 허용된 상태라는 것. 서울아산병원은 재단법인, 삼성의료원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자법인 설립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료법인 성광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차병원 그룹의 경우 개별 병원으로 볼 때는 종합병원 이하의 규모이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는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남, 분당, 구미 차병원의 병상 수 총합은 2,000병상이 넘고, 1,500병상의 LA장로병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서울아산병원의 병상수를 넘어선다. 차병원 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연 1조 5천억 원~1조 8천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차병원 그룹을 중소병원이라고 볼 수 있을까?
차병원 그룹 계열사 현황ⓒ'의료민영화 쟁점분석' 보고서
김 정책위원은 차병원 그룹의 규모와 계열사가
진행하고 있는 의료 관련 사업을 들어 차병원 그룹이 투자활성화대책의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차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제약회사(스카이뉴팜, 현 CMG제약), IT의료기기(차케어스), 건강식품 판매회사(차바이오메드), 해외의료수출 (CHA
Health Systems. Inc) 등 11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부대사업 목적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기본적으로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등 광범위한 의료 관련 사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큰 규모와 많은 자본을 확보한 차병원
그룹의 경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자회사현황(2012년12월31일 기준)ⓒ'의료민영화 쟁점분석' 보고서
“초호화 건강검진센터 ‘차움’,
투자활성화대책이 영리병원 허용 계획이라는 사실 실증...”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국내에서 청담동의 초호화 건강검진센터인
‘차움’도 운영하고 있다. 차움의 멤버십은 입회비 1억 7,000만원, 연회비 450만 원이다. 홈페이지를 보면 센터에서는 클리닉, 건강검진과
같은 병원만 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와 스파, 피트니스, 푸드테라피(식품치료) 등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법상 의료법인의 영리 행위는 금지돼있기 때문에 사업보고서를 보면 의료서비스는 의료법인인 성광의료재단 차병원이 설립한 차움의원이
제공하고 있으며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부대사업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한 건물에서 두 가지 사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제로는 의료업과 부대사업이
전혀 구분되지 않고 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홈페이지는 차움을 ‘치료를 넘어 예방으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미래형 병원’이라고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을 두고 비판이 일자 ‘자법인은 부대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체이고 의료법인이 의료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료 민영화나 영리병원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움의 사례를 보면서 정부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고서는 투자활성화대책이 시행될 경우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차움이 완전히 합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차광렬 그룹 총괄회장 일가 및 계열회사와 비영리법인 24명이 30.52%의 지분율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차광렬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6.41%, 성광의료재단은 0.44%, 학교법인 성광학원은 4.24%
등이다. 차병원그룹 계열 법인과 그룹 총수의 특수관계인들이 공동 출자한 회사인 것이다.
이 보고서는 “투자활성화대책이 현실화돼
성광의료재단이 현재 0.44%인 지분율을 50%이상으로 높이고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을 자회사로 만들게 될 경우 성광의료법인이 차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게 되고 이는 의료법인이 실질적인 영리병원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훈 정책위원은
“성광의료법인은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더욱 원활한 내부거래를 할 수 있게 되고 차병원그룹 내부의 복수의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인 주식회사가 상호
출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다양한 의료연관산업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차병원은 차바이오와 차바이오 자회사들의 제품 개발 과정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자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병원그룹의 내부 현황과 차움센터의 존재는 투자활성화대책이 실질적인 영리병원 허용 계획이라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으며, 합법화 된 차움의 모델을 다른 병원도 벤치마킹하게 되면 의료비상승이나 의료기관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활성화대책은 보건산업에 진출한 재벌들에게 사업모델 구축케할 것...”정부는 ‘현대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기업 계열병원은 세법상으로 주식보유 시 비과세 혜택이 없어서 자법인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시민사회는 대기업이
보건산업에 진출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 등에 미뤄볼 때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가
헬스커넥트라는 자회사를 공동 투자해 설립한 것처럼, 의료법인 영리자회사가 허용되면 보건산업에 진출한 재벌들이 병원들의 자회사에 지분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의료서비스-제약-IT의료기기의 융복합에 적절한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길이 생긴다는 것.
실제 재벌 대기업은 보건산업에
진출해서 시장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삼성은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한 뒤 국내 1위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자회사
편입)과 2010년 2월 치과용 엑스레이·CT 업체 레이(Ray)를 인수했으며, 송도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로부터 6천억 원 투자를 받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병원건립 및 의료물품
도소매업(케어캠프)에 진출하고, 삼성SDS는 의료 전산 시스템에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합작 벤처인
‘헬스커넥트’를 설립하고 국내 체외진단기기 업체 나노엔텍과 중국 의료기기 업체인 톈룽(天隆)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기반을 갖춰놨다.
KT 역시 세브란스 병원과 합작해 ‘후헬스케어’를 설립하는 등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자생한방병원과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
계획이 곧 재벌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