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둑골 외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대나무 숲을 에워싼
오두막 외딴 집 한채가 있다
그때도 빗방울이 굵어 지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외딴 집 걱정을 할 정도로
금방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허름한 옥이 집이 생각나 샛길을 찾아 나섰다
길섶에 열린 뱀딸기와 토끼풀 크고 작은 낯익은 나무들 속에 추억을 찾고
분둑골의 유년을 만날수 있어 행복했다
비오면 우산이 되어주던 토란잎은 작은 미나리 강 옆에 여전히 그늘이 되어 흐르는
샘물을 머금고 있고 우린 망개 잎 사귀를 곱쳐 그 물을 퍼 먹으며 허기를 채우기도 하고
땀 흘린 얼굴을 씻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누구의 손에 훼손 되어 버린 옥이집은 덤불지어 피어 있는
찔레꽃과 탱자나무 하얀꽃 분홍 장미꽃만 나를 기다린다
옥이집은 지독시리 가난 했던 기억이난다
마당 모서리에는 짚푸라기 하나 없이 정돈 되어 있어며 부엌 구석에 옹기에는
껍질 깐 도토리 알맹이가 물 담겨 져 도토리묵을 만들어 끼니를 에우기도하고
살강 끝에 낡은 보리밥 소쿠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달려 있었다
옥이 엄마는 품팔이를 하려 가시고 언제나 옥이 혼자 집을 지킨다
옥이집은 우리들의 놀이터다
햇살이 퍼지기도 전에 소꼽친구들이 모여든다
소꼽도구를 보관하는 장소는 움푹 패인 장독대사이 하나하나 살림을 꺼내면
우리들의 소꼽 도구는사금팔이 화장품빈통 금간 사발 빈 약통 분유통 등이다
소꼽도구도 친구들도 공평하게하기 위해 가위 바이 보에 이긴 사람에게
선택권을 준다
말없는 옥이의 특권은 미용실주인 역할이다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부모형제가 될 수 있는게
분둑골의 소꼽놀이의 특징이다
난 언제부터인가 옥이한테 잘 보여 각시 역할을 했다 다른 친구들이 먹거리 구하려
산으로 들로 간 후 난 옥이엄마의 한복을 입고 손깍지에 수건을 끼우고 큰절도 배우고
아카시아 가는줄기로 머리 파마를 한다
다른 친구들이 구해온 점심은 물오른 찔레꽃순 솔 가지의 연한 솔순 피비 망개열매 산딸기 뱀딸기 등 이다
온 얼굴과 팔이 가시덤불에 끌겨 피가 삐죽삐죽 나는 친구들에게 약간 미안해지는
맘은 잠깐이고 그 먹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해저문 줄 모르고 지낸다
어디서 부터인지 아이들을 찾는 어른들의 외마디 소리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간다
난 고양이 처럼 살금 살금 마당 가운데 들어 서는 순간
아이! 이년아 니 대가리가 그게 뭣고 !
어느년이 뜯다가 말았노 그렇게 시집이 가고 싶나
대가리 소똥도 안 벗겨진 년이~
관세음보살~
곰방 대를 입에 물고 고함을 지르는 할매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집을 뛰쳐 나와 무서운 외딴 옥이집 삽작 까지 겁없이 울고 왔다 가물거리는 호롱 불빛이 희미하게 퍼져 나오고
옥이엄마와 옥이의 숫가락부디 소리와 정다운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난 찔레꽃 덤불 옆에 앉아 엄마가 보고 싶어 서러운 생각에 어깨를 들석이며 울었다
"몇일만 있다가 온다는 엄마는 오지 않고 내가 보고 싶지도 않는가봐 "
내만 엄마 보고 싶은가봐 " 혼잣말로 궁시렁 거리며 돌을 주워 대나무 숲으로 던지니
날 짐승들이 파르르 날개짓 하며 달아 나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래 안절부절하는 순간
인기척이 들린다
엄마다
엄마! 야가 누고 우리희야! 희야~ 이리온나~
난 얼굴을 엄마품에 파묻고 한없이 울었다
엄마가 올 줄 우째 알았노 엄마는 광주리의 사과 한개를 꺼내 주시며
나를 등에다 엎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엄마가 일 가는 길엔 하얀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구슬프게 부르는 엄마는 목이 메인 소리에철없는 나도 울며 잠이 들었다
난 그후 옥이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단지 아주 옛날에 언니 따라 식모살이 갔다는 소식 외에는
얼굴이 예뻐고 뽀오얀 피부에 비해 지독시리도 가난한
옥이는참 말없고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는데....
텅빈 옥이집 빈 터에서 언젠가 만날 수 있는 옥이를 생각하며
무리지어 핀 하얀 찔레꽃잎을 따다 잎에 물고 아카시아 꽃잎를 꺾어
옥이를 생각하며 눈가엔 그리움이 가득해 진다
첫댓글 유년시절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찔레님이 부럽습니다.왜냐하면 그런기억은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라 여겨집니다.보다 정신적가치를 높게 다루어가는 선진국형의 가치로 나아가는 요즘의 추세에 비추어서 더욱그렇게 생각됩니다.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아슴아슴 다가오는 어린날의 눈물겨운 추억들...참 이상하지요 찔레님의 분둑골이야기를 듣고있으면 나도 찔레님 또래 소꼽친구가 되어 옥이집 장독대 옆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던 기억이 너무도 선연하게 떠오르는것 같아요 분둑골은 우리모두 추억의 골짜기이랍니다 글 쓰는 행복을 자주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