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에
황남선
수도꼭지 돌려
콸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받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물을 긷기 위해 먼 길 걷고 있을 너
나 대신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다리 까딱이며 동화책 읽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밤낮없이 벽돌 나르고 돌을 깨고 있을 너
나 대신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포탄 때문에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을 너
나 대신에 네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너 대신에
너희들 대신에
내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
황남선 동시집 『밑줄 지우면 큰일 나』, 브로콜리숲
카페 게시글
내가 읽은 (동)시 한편
[동시] 나 대신에 / 황남선
이근정
추천 1
조회 99
23.11.22 21: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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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따스한 아이의 마음이 여기 있네요~~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