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가 본 광천 오서산
2018년 11월 14일 오전 아침, 갑자기 억새 숲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던 산이 있었다.
이름하여 오서산(烏棲山).....까마귀가 많이 서식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던가?
오서산을 떠올려본 까닭은 공 광규시인의 <담장을 허물다>에 재미있게 등장하는 글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인은 담장을 허물고 나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생각인가!
바로 그 오서산이 다시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모처럼 스케줄이 없는 날이라서 무얼할까,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오서산을 떠올려 보았다.
부랴부랴 서둘러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서산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11시경이었고....
천안을 출발하여 아산과 예산,홍성을 경유하여 보령쪽으로 가다가 광천으로 들어가니 오서산이 보인다.
오서산을 가는 도중에 예산에서 홍성으로 꺾어지기 직전에 화랑 사당묘가 있다는 표식이 있기에 그곳을 잠시 돌아보았다.
그러다보니 오서산 가는 길이 조금 늦어졌던 것이고,오늘 행선지는 상단마을 주차장에서 올라보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 갔을땐 중단마을에서 올라갔기에 이번엔 정암사가 있는 정암계곡쪽 길을 타보기로 했던 것이다.
늦게 간 탓도 있겠지만,함께 동행하는 길동무는 없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산행 객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아예 산행을 포기하고 여기저기 삼삼오오 둘러앉아 먹자판이다.
알고보니 서울에서 관광버스 3대를 이끌고 내려왔다는데,산 중턱 오르는 길목에 있는 정암사까지 갔다가 하산 길을 택하였단다.
홀로 정암사를 거쳐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동행하는 말동무가 없어 그러기도 했지만,계단길이 무려 1600이라는 숫자가 지치게 만든 것이다.
중간중간에 무릎이 아프거나 힘이들면 옛 구길로 가라는 안내 글이 나오기는 하였지만,길 다운 길은 보이질 않아 꼬빡 1600계단을 헐떡거리며 올라가야만 했다.
가다보니 너무 힘든 까닭에 거북이처럼이나 엉금 엉금 기어오르는 진풍경도 발견되었고....
화랑묘/이곳은 백제를 멸망시켜 삼국을 통일 시켰던 신라의 명장 김 유신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화랑묘 창건비와 기림의 글들
홍살문이 두개나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하나 있고, 올라가서 또 하나 있다.
노란 은행 잎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빨갛게 익어가는 감 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기도 했다.
이곳 계단 길이 140여개나 되어 가파르게 올라가는 곳이다.
오서산 상담 주차장에 있는 홍성 관광 안내지도
홍성에는 홍성 한우와 광천 맛김을 비롯해서, 홍성 대하,홍성 새조개,광천 토굴 새우 젓이 유명하단다.
상담마을 마을 표지석과 장승
작년엔 중담 마을로 올라갔는데,이번엔 가보지 않은 싱담에서 올라보기로 했다.
정암사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고운 단풍에 사진 한장 부탁하기에....
정암사 종각
정암사는 좀 특이하게 계곡위에 절이 지어 있었다.
대웅전 대신, 극락전이 있었다.
정암사를 돌아보고 나오니, 계단 길이 나타난다.
전망대까지 무려 1600개 계단이 있다고 적혀있어, 아찔한 생각이 든다.
정상을 오르기전에 여러 이정표들이 나타났다.
이곳에도 아차산이 있다는 표시가 있는가 하면,다른 곳으로 갈수 있다는 갈래 길이 있었다.
정상 가까이에 이르러 만나 본 명품 소나무
커다란 바위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것도 기특하지만,기묘한 자태가 더욱 매력적이었다.
모르긴해도 나보다 연세가 훨씬 높으실 것 같아 존경심이 절로 들기도.....
정상 인근에는 이런 험악한 암석들이 많이 깔려있기도 하다.
1600 계단의 마지막 종점
마치 하늘을 오르는 그런 기분이 들게도 한다.
우거진 억새밭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곳이 구 정상이란다.
구 정상 앞에 서있는 이정표
멀리 보령쪽의 청라 저수지가 바라보인다.
오서산 억새밭
정상에 오르지 않으려거든
오서산엔
아예 오지를 말그래이
중간 어디쯤 갔다와서
괜히 오서산 갔다 왔다
그런 말도 꺼내지를 말그래이
오서산은 꼭 가을이라야 한다
하얗게 피어난 억새가
질펀하게 어우러진 그 계절에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만 한다
오서산 전망대
오서산 정상(해발 791m)표지석
오서산 헬기장
이 지점에서 내원사로 향하는 하산길을 택했다.
이곳에서 준비해 간 과일과 빵등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보이는 억새가 잔잔한 바람결에 춤을 추고 있었다.
얼마나 멋진 댄스를 보여 주던지 넋을 잃고 지켜보았다.
정상에서 보았던 억새밭도 좋았지만, 여기 춤추는 억새를 본 것이 더없이 기뻤다.
백제가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 연합군에 패한뒤, 부흥군들이 이곳 오서산과 예산 임존성등으로 찾아들었다.
쉰질 바위와 복신 굴 안내판
이곳이 복신 장군을 모신 복신 굴이다.
복신 장군은 도참과 흑치상지 장군과 더불어 유명한 백제의 명장군이었다.
아침에 떠날 때 백제를 멸망에 이르게한 김 유신 장군 사당묘를 들렸는데,그 당시 한을 달래며 목숨을 잃었던 복신 장군을 만나보니
기분이 묘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복신 장군은 시대를 잘못 만나,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것이다.
커다랗게 서있는 쉰질 바위
이 바위는 내원사 바로 뒤켠에 자리하고 있다.
내원사는 지난해 다녀왔기에 시간 관계상 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 귀로에 올랐다.
이때부터는 자동차도 다닐수 있는 큰 길이 나있다.
그러나 그 길이 무려 3Km이상되는 길이라서 만만치 않은 먼 길이다.
금번 산행 길은 솔직히 힘든 코스였다.
1600 계단 길도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지루하고 힘이 들었고,평길이라 하지만 하산길도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있다면 이곳 평길로 올라서, 산 중턱까지 쉽게 갈수 있는 코스를 이번에야 알았다.
송죽이 어우러진 풍경
푸른 대나무를 보니 마음이 보다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곳을 지나니 정암사 입구가 나왔고, 하산로를 타고 내려와 귀가길에 올랐다.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여 집에 도착하니, 정확히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