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착하지 않은 특수교사, 순진하지 않은 동화작가 공진하의
그림책과 세상을 읽는 특별한 시선
스스로를 ‘착하지 않은 특수교사, 순진하지 않은 동화작가’라 일컫는 저자는 30여 년 경력의 특수학교 교사이자 여러 권의 아동문학을 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약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어린이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 어른으로, 어린이책 작가로, 그리고 무엇보다 특수학교 교사로”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그림책 교직 에세이를 들려준다.
그림책을 바라보는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은 몰랐던 그림책을 찾아보도록, 이미 보았던 그림책을 다시 들춰보도록 하며, 장애와 사람, 학교, 세상을 향한 담백한 이야기들은 “우리 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교실”을 “모르고 지나간 순간들을” “보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감춰지고 가려진” 이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눈물 짓다, 아직 풀지 못한 우리 사회의 숙제들에 쿵, 가슴이 내려앉는 시간. 그림책과 사람들의 반짝이는 이야기가 독자들을 초대한다.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1부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 17
마라톤 꼴찌는 생각이 많다 27
세상 모든 몸에서는 방귀와 똥이 나온다 36
특수교육? 통합교육! 43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51
유령이 사는 집 58
근육이 중요해 65
어린이들과 외출하기 72
우리가 같이 버스를 탄다면 83
눈높이 맞추기 94
실수투성이 교사를 위한 변명 108
교사와 보호자 사이 117
2부 내가 만난 어린이, 장애, 그리고 그림책 이야기
같은 것 찾기, 다른 것 찾기 129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140
이야기의 힘 148
무엇이, 왜 궁금한가요? 158
의사소통은 언제나 어렵다 166
나쁜 말이 주는 상처 175
꼬리가 하는 이야기 182
방학의 힘 191
치료보다 재활보다 성장! 201
모두의 성장과 독립을 응원하며 210
누군가의 좋은 길동무로 219
에필로그 : 나는 학교가 좋다
저자 소개
글: 공진하
1972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서울에 있는 한 특수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내 이름은 이순덕》,《벽이》, 《청아, 청아 눈을 떠라》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그림책을 매개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하고 충만한 ‘이야기’로 엮다
있는 그대로의 장애를 드러내는 모습에 반해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었고, 그 마음 그대로 어린이들과 울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저자는 “그림책을 씨실로, 학교생활을 날실로 엮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에 힘겨웠던 순회교육 시간들을 버티해 해준 그림책, 편견과 차별의 벽, 날선 이야기들에 울컥 눈물이 솟곤 하던 때 만난 그림책, 자정을 넘겨서야 비로소 닿을 수 있던 보호자의 시간에 선물처럼 떠오른 그림책 ··· 그 외에도 저자는 매년 이맘때면 아이들과 함께 읽는 그림책, 학생과 보호자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꼭 소개하는 그림책,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었던 그림책들을 펼쳐 보인다.
오랜 시간 쌓인 인연과 이야기들 속에는 실수투성이던 신입교사 시절 다친 아이와 함께 엉엉 울고 말았던 이야기도, 보호자에게 전하는 진솔한 마음도, 이제 중년이 된 제자와의 만남, 아이들과 함께한 현장학습, 순회학급 수업, 학교수업 현장에서의 다양한 일화들도 담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 편 한 편에 담긴 진심 어린 애정을, 가슴 뛰는 삶의 기록을 엿볼 수 있다.
특수교사로서의 진솔한 고민,
그리고 사회에 던지는 질책과 질문들
“왜라는 질문은 왜,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개인에게 던져지는가”
한편으로 저자는 오랜 시간 특수학교 교사로서 품어왔던 고민들을 염원으로, 때로는 따끔한 질책과 질문으로 펼쳐놓는다.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는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 당사자를 바꾸려 하는지, 왜 장애인들에게는 ‘체험’까지만 허락하고 ‘삶’은 허락하지 않는지, 왜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은 의무교육을 받으러 집앞 학교 대신 한두 시간 거리의 특수학교에 가야 하는지 말이다.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제자들,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현실(“더울까요?”, “목마를까요?” 아주 간단한 질문조차 휠체어 뒤에 있는 나에게 던진다. - 본문 중에서), ‘아이들의 똥오줌을 치우기도 한다’는 말이 대상학생과 특수교사 모두를 향한 모욕이라는 따끔한 질책 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금만 축내는 사람들’이라 비난하기 전에 이 사회가 세금도 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외침, 우리 아이가, 내 학생이 더 장애가 심하다고 경쟁하듯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품은 오랜 문제들을 드러내보인다. 술술 읽히는 문장들 속에서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도록 만든다.
더 멀리 더 많이 전해져야 할 이야기
저자는 스스로를 가리켜 “위대한 희생정신이나 봉사정신, 사명감으로 무장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특수학교 교사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보려고 팔꿈치로 바닥을 기어보고 왼손으로 밥을 먹어보고 전동휠체어를 타보며 장애를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장애와 장애를 둘러싼 이 이야기들이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열심히 전하고 또 쓴다.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에게 “세상 속으로 용감하게 나가보자고, 함께 노력해보자고 응원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자의 담담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그 시선이 더없이 고맙고 미더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