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거듭되는 전직 총리 및 고위 공직자 부패 혐의 피소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2/12/23
☐ 부패 척결 내걸고 출범한 정부, 공직자 비리에 칼 빼 들어
◦ 무힛딘 야신 전 총리 부패 혐의로 피소
- 말레이시아에서도 고위 공직자가 잇달아 부패 혐의로 피소되고 있다. 2022년 12월 8일 말레이시아 부패방지위원회(Malaysian Anti-Corruption Commission)는 무힛딘 야신(Muhyiddin Yassin) 말레이시아 전(前) 총리 집권 때 600억 링깃(한화 약 17조 7,452억 원)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쓸 자금과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비용이 포함됐다.
- 말레이시아 부패방지위원회의 발표는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가 무힛딘 야신 정권 때 승인됐던 수백억 달러 규모 정부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해당 사업들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승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힛딘 야신 내각에서 추진된 국가 5G 통신망 계획, 홍수 대비 시설 사업 등이 포함된다. 무힛딘 야신 전 총리는 비리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부패 척결 약속하며 취임
- 무힛딘 야산 전 총리는 2020년 3월 1일부터 2021년 8월 16일까지 말레이시아 제8대 총리직을 역임한 바 있다. 2022년 11월에 열린 조기 총선에서 무힛딘 야신 전 총리는 이브라힘 안와르 총리와 접전을 벌였고, 아무도 의회 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승자 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국왕이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하여 안와르 이브라힘을 차기 총리로 지명하면서 권력이 이브라힘 안와르 총리에 돌아가게 된 바 있다.
-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선거 유세 때 희망연대(PH, Pakatan Harapan)가 집권하면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당시 선거를 앞두고 연안전투함(LCS, littoral combatant ships) 도입 사업과 관련한 방산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유권자 사이에서 정치권의 부패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 2012년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20억 달러(한화 약 2조 5,623억 원) 규모의 연안전투함 도입을 결정하고 6척을 발주하였는데,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해군에 인도된 연안전투함이 한 척도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연안전투함 위탁 생산업체에 이미 13억 달러(한화 약 1조 6,554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새 정부, 부패한 정치권 개혁 과제 떠안아
◦ 말레이시아, 지난 10년 동안 정치권 부패 문제 악화
- 말레이시아에서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리직을 역임한 나집 라작(Najib Razak) 전 총리가 국부펀드(1MDB) 자금 수십억 달러를 횡령한 사실이 인정되어 2022년에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고, 이브라힘 안와르 정부에서 현재 부총리직을 수행 중인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Ahmad Zahid Hamidi)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부총리를 지낼 때 부패 및 자금 세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마디 부총리는 혐의 일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한편, 무힛딘 야신 정권 때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자프룰 아지즈(Zafrul Aziz) 현 국제통상부 장관은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수사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의 부패지수(corruption index)는 2003년 48점에서 2021년 52점으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부패지수가 2011년에 57점으로 정점에 올랐으나 그 이후로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아시아 평균 부패지수는 59.3점이므로 이 지표는 말레이시아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편, 세계은행의 부패지수는 해마다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정한 것으로서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문제가 완화되는 결과를 나타낸다.
◦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국회 첫 회기에서 신임 투표 승리
-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의회 첫 회기 신임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됐다. 12월 19일 말레이시아 하원의원 222명 가운데 148명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국정 개혁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3분의 2이상 의석수를 확보하게 되었다.
- 일각에서는 이번 신임 투표 결과가 말레이시아 국정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흐미 파질(Fahmi Fadzil) 말레이시아 디지털통신부 장관은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치 평론가 오 에이 선(Oh Ei Sun)은 “말레이시아 국왕이 개입하고 나서야 안와르 이브라힘이 겨우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안와르 이브라힘 행정부의 5년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Daily Sabah, Malaysia PM Anwar Ibrahim wins confidence motion, 2022.12.19.
The Edge Markets, MACC seeks information on RM600 bil public funds misuse allegations, 2022.12.08.
Reuters, Malaysia's anti-graft agency probes alleged misuse of $136 bln in govt funds, 2022.12.08.
Channel News Asia, Corruption a key election issue as Malaysia heads to the polls on Nov 19, 2022.11.16.
World Data, Corruption in Malaysia 2003 – 2021 https://www.worlddata.info/asia/malaysia/corruption.php
[관련 정보]
1. 말레이시아, 무히딘 야신 전 총리 대상으로 부패 혐의 수사 시작 (2022.12.12)
2. 말레이시아 정부, 재판관 및 공기업 사장의 자산 신고 의무화 (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