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혀?”
뜬금없이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견(犬)팔자가 상팔자인 요즘 세상에 감히 보신탕을 입에 오르내리다니,
그래도 매몰차게 딱 자를 수는 없어 “정부시책 때문에…”라고
엉거주춤한 답을 보냈다.
밥 모임 친구 넷 모두 비슷한 의견이었든지 얼마 안 있어 이번 달 점심메뉴는
‘황구’라고 알려왔다. 그랬다. 황구,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였다.
이리하여 ‘개’ 친구 넷이 중복날 보신탕집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개고기를 처음 맛본 것이 20대 중반, 부산에서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직장 선배가 점심 사준다는 제의에 따라나섰다.
하도 맛있어 식사가 끝난 뒤 무슨 고기냐고 물었더니 개고기라는 것!!!
그 순간 뱃속이 뒤집힐 것 같은 고통에 길옆 전봇대를 부여잡고 한참을
괴로워했었다. 죄 없는 선배를 따질 듯이 노려보았으나, 미리 예상했다는 듯
선배의 표정은 능글맞기조차 하였다. ‘소고기 보다 맛있지 않느냐!’는
선배의 말에 헛구역질을 몇 차례하고 나서 결국 마음을 돌려먹었다.
그날 이후로 보신탕 마니아로 변해갔다.
점심때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배와 함께 수정동 골목을 누볐고,
흐르는 땀을 주체 못해 웃통을 벗고 먹었다.
웃통 벗고 보신탕 먹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 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보신탕집 문화였다.
업무 차 만나는 손님과도 보신탕집 문화 스타일로 식사를 하면 의외로
문제가 잘 풀릴 때도 있었다. 여름에 보신탕을 먹어두면 겨울에 감기
뚝이라는 선배의 권유에 따라 목표 ‘그릇 수’를 정하고 즐겼을 정도다.
그런데, 오늘 가본 곳은 옛날에 다녔던 그런 보신탕집이 아니었다.
우선 간판부터 달랐다. ‘00염소탕’이란 글자 아래 조그마한(아주 조그만)
글씨로 황구라고 쓰여 있었다. 식당 입구에서 안내하는 주인장도 대머리에
개기름이 주르르한 마음씨 고와 보이던 주인장이 아니었다. “어서 옵쇼”라고
큰 소리로 맞이하지도 않았다.
보신탕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탁자와 의자도 개기름 흔적이 넘쳤는데,
그릇이나 수저들이 깔끔한 것도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문 받는 종업원도 그저 새침하고 사무적이다.
배받이 수육을 투박한 손으로 찍찍 찢어주면서 걸쭉한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던
아주머니는 더군다나 기대난망이었다.
한때는 세계에서 제일 큰 보신탕집을 보유(?)했던 일도 역사가 된 건가.
이왕 역사여행을 나섰으니 그냥 갈수는 없다. 염소수육과 전골을 시켜놓고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소주라도 곁들여야 허허한 세월의 흐름을 메울 수가 있을 것 같아서다.
낮술을 한잔하니 기분은 좋아졌다.
친구들과 견공들의 팔자 상승을 두고 줄곧 부러워하다가 헤어졌다.
첫댓글 보신탕 마니아라 하니 옛날 이야기 하나 해야겠다.
76년도 나의 군대 제대가 한달쯤 남았을때
우리 몇 해 선배이신 육사(29기)출신 천X우 중위를
우연히 만나서 한달 동안 일주일에 3~4번 점심을 같이하게 됐는데....
그분 근무부대 근처에 있는 보신탕집에서
보신탕 안먹는 나는 무우 깍두기에 염소탕 먹고..
보신탕 무지하게 좋아하시던 그분이 문득 생각나네!!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그분은 서울 계십니다.사단장으로 군문을 뒤로 하고...
처남댁 친오빠라 소식을 듣고 있지요.
중국 청도가 한참 한국기업이 많을 때는 2-3천개 됐지요.
그때 백종원이도 그기서 고깃집 했고.
그때 청도에서 유명한 집이
"애비야 몸챙겨라"
였는데 바로 보신탕집이었습니다.
나도 몇번 갔는데 개는 못먹어서 닭고기로 대신했고,그래서 우리팀들은 낡판개판이 늘 있었지요.
그 할배들 지금 살아있기는 하나.
부산에는 곳곳에 영양탕 성지가 많이 있었지요.
유명한 곳은 거진 섭렵을 해 본 것 같은데...제일 많이 애용한 곳은 사직동 석사촌,서면 오광집...
요즘은 일년에 두 서너 번 정도? 장전역 부근 점촌네를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수일내로 한탕 해야겠다.
사천에도 유명한 보신탕 집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 한 번 따라갔더니 손님이 넘쳐서 앉을 자리가 없더구먼요.
그 집 돈 벌어서 서울에 빌딩이 몇 채 있다고 소문났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네요.ㅎ
요즘은 개가 상팔자이니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다들 여름 잘 나세요^^
'솔밭집'이던가?
기장에 잘 하는 집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권총(?)도 한 자루씩 주고...ㅎㅎㅎㅎㅎ
옛날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