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날 속담에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이라면 크게 부모와 스승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습니다. 더 넓게 보면 동네 어른도
있을 것이고 선배 또는 직장 상사도 있을 것입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을 빗대어 망아지 같다고 하지요.
고삐를 채우지 않은 어린 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온 집안을 들쑤시고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이
이 망아지입니다.
망아지 주인은 참다못해 결국 고삐를 채우고
버릇을 고치게 됩니다.
사람 역시 어려서부터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는
망아지처럼 어른의 말을 잘 안 듣고 천방지축(天方地軸)
세상을 삼킬 듯 날뛰며 성장해 갑니다.
그래서 부모나 스승이 교육으로 고삐를 채우고
인간다운 품성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음으로 해서 신세를
망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선 인조 때 이괄(李适)의 난이 있었습니다.
1624년 정월 이괄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반란입니다.
이괄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왕으로 세우는
인조반정에 가담하여 일약 스타가 된 인물입니다.
하지만 농공행상(論功行賞)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때 직책이 평안병사 겸 부원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지방에서 일으킨 난으로써 한양을
점령한 것은 이괄의 난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합니다.
그만큼 한강이 천혜(天惠)의 방어벽 역할을 단단히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괄은 경복궁 옛터에 반란군을 주둔시키고 피신한
인조를 폐하고 선조의 아들 흥안군을 왕으로
옹립(擁立)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관군에 의해 한양이 포위되고
관군과 싸웠으나 대패하고 맙니다.
반란군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괄 역시 도주하다가
부하에게 배신당하여 애석하게도 목이 잘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괄의 부친은 지방관을 지내는 관료였습니다.
그것도 명망 있는 사대부 집안이었는데 나이도
들고 인생을 정리할 시기가 돼, 어느 날 용하다는
풍수를 불러 자기의 묏자리를 부탁했습니다.
풍수는 좋은 자리를 보아둔 터이라 부친을 현지로
데려가서 묏자리를 구경시켜 주며 앞으로
왕이 날 자리라면서 여러 가지 비법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부친은 이괄을 불러
"내가 묏자리를 봐 두었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며 조목조목 풍수에게 들은
비법을 아들에게 일러주며 명심하여 하나도 어김없이
실행하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하게 됩니다.
덧붙여서 앞으로 왕이 날 자리이니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라고 엄하게 단속합니다.
"내 사후에 시체를 염을 할 때 절대로 비단이나
명주끈을 사용하지 말고, 삼베옷을 입히고 짚으로
꼰 새끼를 사용하고, 관을 묻을 때는 두(頭)를 산으로
향하게 하지 말고 아래 저수지를 향해서 눕히도록 하라"
그런 얼마 후 부친은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원래 고집스럽고 오만한 이괄이 부친의
말대로 하지 않고 명색이 사대부 집안에서 천민이나
하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 하여 부친의 뜻과 반대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이괄이 반란을 일으키고 정권을 잡을
찰나에 궁중에 속한 풍수가와 역술가들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이괄 장군의 부친 묘소를 빨리 파묘하여
발복을 막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급하게 관군을 파견하여 이괄 장군 부친 묘소를
파헤쳐 보니 놀랍게도 시체가 용으로 승천을 해야
하는데 비단과 명주끈이 썩지 않아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게 돼 있었고, 머리는 산으로 향해 몸부림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용은 원래 물을 만나야 승천하거늘 거꾸로 돼 있으니
어찌 뜻을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관군이 달려들어 창으로 찌르고 불침을 놓고
장작을 쌓아서 불을 질러 태웠다고 합니다.
물론 이괄 장군 선조의 묘 전부가 파헤쳐지고
불태워졌습니다.
애통스럽게도 다된 밥에 코빠트리는 결과가
되어버렸습니다. 만약에 부친의 말을 잘 들었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른의 말을
듣지 않은 결과가 비참한 최후로 결말짓게 된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틀딱"이라는
명칭을 붙여 폄하하기도 하는데,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처럼
늙은 말이 힘은 좀 모자라지만 지혜는 젊은 말보다
훨씬 뛰어난 법입니다.
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입과 입으로 전해오는 야담(野談)입니다.
친구들, 날로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습도까지 높아서 짜증이 많이 납니다.
그래도 잘 참으시고 말 그대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건강 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빠이~~
첫댓글 라떼땐, 어른들 말씀이라면 무조건(?) "예"해 놓고 알아서 했는데...
요즘은 누구집 할 것없이 孫이 귀하다보니 오냐오냐해 키워 진짜 버릇 없어요.
많은 대식구속에 밥상머리교육이야 말로 우리식 훈육의 한 방편이 아니었나 싶어요.
더운데 열나는 발언,죄송합니다. 열 중에 아홉을 내려 놓고 삭히시지요.
...
엄마 말을 거꾸로 듣던,
말썽꾸러기 '청개구리 우화' 생각이 나네요.
냉커피 시원하게 한 잔 하이소.
열 식히는데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