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하게 대하기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내게 상담을 받는 50대 여성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여성이다. 어려서부터 똑소리 났던 그녀는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고, 결혼해서도 남편과 두 자녀의 뒷바라지에 헌신하며 살았다. 이렇게 살아왔던 그녀가 내게 상담을 시작한 이유는 뒤늦게 약 오른 감정이 솟아서였다. 자기는 결혼하기 전이나 이후에도 열심히 부모를 보살폈는데, 부모는 죽으나 사나 외아들만을 감싸안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형제자매들도 으레 궂은일은 이 여성이 도맡아 하겠거니 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여성을 상담하며, 그동안 아낌없이 베풀며 사느라 애썼다며 이제는 편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예전에는 헌신해야 알아주는 면이 있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넘치도록 많이 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이 여성이 엊그제는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였다. 다 자란 두 자녀도 상담 선생님에게 꼭 물어보라고 하였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남편이 여러모로 훌륭한 데, 가끔 이상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고 하였다. 아주 근사한 식당에 가서는 가만히 있는데, 평범하거나 조그마한 식당에 가서는 뜬금없이 자기의 연금이 얼마나 많은지 크게 말하거나, 또는 그 식당에서 이런저런 편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에 관해 잔소리함으로써 식당 주인을 절절매게 한다는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남편에게서 이런 엉뚱한 태도가 나오면, 두 자녀나 자기는 ‘이게 뭐지?’ 하는 식의 의아스러움을 금하기 어렵단다. 남편이 그렇게 하는 심리는 무엇이고, 또 이럴 때 자기네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남편이 뭔가 우쭐대고 싶어 하는 치기 어린 마음을 갖고 있구나 하고 씩 웃었다. 사회생활을 잘 해왔고 나이도 들 만큼 들었는데도 한때 가졌던 열등감이 그런 식으로 표현되는가 하여 나는 재미있어했다.
아무튼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옳은 내용이라 해도 거칠게 말하면 감정이 상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기분을 상하게 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내용이 아니라 과정이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부드럽게 말하면 도움이 되고, 거칠게 말하면 의가 상해 관계만 악화하기 일쑤다.
그리하여 어떻게 말해줘야 그 여성이 알아들을지 궁리하던 나는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일본 책을 떠올렸다. 일본 여성이 쓴 글인데,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몇몇 쌍의 모임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회적으로 다들 성공하고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었는데, 딱하게도 어느 한 남자가 취기가 돌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버릇을 지녔다고 한다. 그 남자의 이런 버릇은 그 모임의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했는데, 어느 날 그 남자는 술을 마시고 예외 없이 자기 자랑을 질퍽하게 늘어놓더란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남편을 말리는 게 아니라,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열심히 맞장구를 쳐 주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 남편은 맞장구쳐주는 부인에게 신나게 이야기하고….
그런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남편의 악습을 중단시키기 위해 식탁 밑에서 무릎을 꼬집어서라도 말려주어야 하거늘, 저게 뭐 하는 짓이지?’하고 이상하게 여겼다고 작가는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렇게 홀로 남편을 상대해 주는 그 부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하였다.
50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읽었던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꽤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아마 그 부인은 자기 남편이 술에 취했으면 말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도리어 남편을 자기가 나서서 상대해 주었던 게 아닌가 한다. 현처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웠으리라 짐작했다.
나는 내게 상담받는 여성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남편이 그런 이상한 태도를 보일 때 자녀들과 연합해 남편을 구박하지 말라고 하였다. 오히려 맞장구를 쳐가며 슬쩍 가라앉히는 태도를 보이면, 남편이 기분 좋아지는 건 물론 자녀들에게도 훨씬 멋진 어머니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본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던 덕분인지, 그녀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내게 고맙다고 하였다.
요즈음에는 대개의 사람이 다 고학력자다. 그리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덕분에 이제는 체면을 그슬리는 일을 조심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거칠고 우악스러울 경우가 많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를 대할 때 슬쩍 귀띔해 주는 식이 아니라, 대놓고 부정하는 언사를 마구 노출하기 일쑤다. 이런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아이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자기가 어떤 식으로 거칠게 했는지조차 모르는 듯하다.
아무튼 교양이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비례하는 것이지 싶다. 아무리 많은 업적을 이루었어도 가까이 있는 상대를 섬세하게 배려하지 못하면, 교양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참에 나 자신도 측근 사람에게 부지불식간에 유순하게 대하지 않고 사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겠다.
첫댓글 오늘도 좋은 상담사례
감사합니다....
온유하고 유순한 말
습관이 되어야 겠지요..
사랑과 위로와 격려
지혜로운 말로 화목한 가정
평안한 가정되기를
기원합니다..
거친말 ,공격적
매너없는 행동
절대....NO.NO.NO....
예,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배려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좀 더 연륜이 쌓여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