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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불교 이슈 있수다
1. <헤어질 결심> 탕웨이, 송광사서 템플스테이
2. 법원, “선암사 소유권 태고종에 있다” 판결
순천에는 조계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 산에는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 자리하고 있어요.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에요.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사찰 이름인가요? 요즘 이 조계산에 ‘헤어질 결심’이라는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무슨 소리냐고요? 영화 <헤어질 결심> 촬영지가 송광사였고, 선암사는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 소유권 분쟁이 있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탕웨이 “절이 좋아요!”
박찬욱 감독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당분간 인기가 식지 않을 분위기이에요. 6월 29일 개봉 후 ‘두 번, 세 번 볼수록 더 잘 보이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개봉 1주 차 관객수 50만 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 중 2회 이상 관람 비율이 3.3%로 가장 높게 나왔어요. 천만 관객을 넘은 <범죄도시2>(2.6%)와 <브로커>(2.4%)보다 높은 수치라네요. 그런데 여주 탕웨이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한국 절에 흠뻑 빠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요?
영화가 절하고 관련 있어?
네. 영화를 보신 분은 더 잘 알겠지만, 스틸컷만 봐도 범종과 북, 법당 모습이 등장해요. 영화 <헤어질 결심>을 촬영한 이 절이 어딜까요? 송광사라는 이름만 전해져 잠시 완주 송광사라는 말도 있었어요. 하지만, 박해일과 탕웨이가 거닐던 빗속의 사찰은 순천 송광사예요. 범종과 법고를 사이에 두고 교감을 나눈 곳은 종고루예요. 촬영감독과 탕웨이가 ‘최고의 한 장면’이라고 꼽았다네요. 송광사 섭외는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이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에게 직접 촬영허가를 받았다고 해요. 여담으로 박해일은 영화 <나랏말싸미>(불교 이슈 있수다, 대체휴일 한글날과 신미대사에 이어 송광사와 두 번째 인연을 맺었어요^^
순천 송광사 전경
순천 송광사 징검다리
송광사가 어떤 절이야?
조계산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에요. 불교에는 귀하고 값진 보배로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바로 부처님[佛], 가르침[法], 승가[僧]이에요. 이 세 가지를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라고 불러요. 송광사는 역사적으로 한국불교의 승맥(僧脈)을 잇고 있어 승보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해요. 실제 보조 지눌 스님을 포함해 16명의 *국사(國師)가 송광사에서 나왔어요. 임금의 사표가 되는 스님들이 송광사 한곳에서 나온 셈이에요. 그래서 승보사찰로 불리고 있어요.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1932~2010) 스님이 정진하던 불일암도 송광사 지척에 있고요.
*국사(國師) : 신라와 고려시대에 국가나 임금의 사표가 되는 고승에게 내리던 칭호로 최고의 법계.
탕웨이가 송광사에서 뭘 했는데?
영화 관련 박해일과 탕웨이 인터뷰를 몇 개 찾아보면 금방 나와요. SBS <문명특급>에서는 탕웨이 스스로 송광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다고 밝혔어요. 이 방송에서 탕웨이는 “제가 정말 좋아한다. 템플스테이도 했는데, 거기서 매일 아침 5시에 스님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었다”라고 말했어요. 발우공양도 했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떠먹었는데 남을 리가 없다. 그래서 떠날 때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 저한테 누룽지 한 상자를 주셨다. 영화 홍보하러 올 때도 가져왔다”라고 해맑게 말했고요. 박해일은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탕웨이와 법정 스님이 주석했던 불일암까지 함께 산책했다네요.
봄날의 불일암
영화 촬영한 사찰을 더 알려줘
<헤어질 결심>이 꾸준히 관람객을 불러모으면서 영화 관람 후 송광사를 포스팅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아무튼 10년 전에 조계종 주간지에서 ‘영화속 도량을 찾아서’를 연재했어요. 파란 글자를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선 몇 곳만 소개할게요. 이번 여름 휴가엔 영화를 테마로 사찰 순례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는 춘천 청평사, <달마야 놀자>는 김해 은하사, <인사동 스캔들>은 강화 정수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진도 쌍계사, <워낭소리>는 봉화 청량사, <봄날은 간다>는 삼척 신흥사, <짝패> 청주 관음사, <나랏말싸미>와 <헤어질 결심>은 순천 송광사…. 인기 드라마나 예능 촬영지로 유명한 사찰은 다음 기회에;;
보물 선암사 승선교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선암사 소유권 법적 분쟁
광주고등법원이 7월 7일 조계종과 태고종이 갈등을 빚는 순천 선암사와 관련 “태고종에 소유권이 있다”라고 판결했어요. 태고종 선암사 측이 제기한 ‘등기명의인변경 등기말소’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한 거예요. 지방법원(1심) 판결에 불복한 조계종 측에서 고등법원(2심)에 다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던 항소였어요.
등기명의인변경 등기말소?
선암사는 등기부등본상 ‘조계종 선암사’로 돼 있어요. 법보신문에 따르면 태고종 측에서 2014년 “1972년 윤모 스님이 진행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변경한 등기절차는 부당하다”라며 조계종을 상대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어요. 한 마디로 조계종 명의로 된 등기부상 명의를 태고종으로 바꾸라는 거죠. 선암사 땅을 태고종에 돌려달라고 한 거예요.
1심, 2심 판결은 어땠는데?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6년 7월 “선암사를 조계종으로 등기한 것은 위법”이라며 등기 말소를 진행하라고 판결했어요. 태고종으로 등기인 명의를 변경하라는 판단이었죠. 2심 재판부 광고고등법원도 태고종 손을 들어줬어요. “조계종 선암사는 실체가 없으므로 소송 당사자 능력이 없다”라며 선암사 땅의 실제 소유주는 태고종에 있다고 했어요.
선암사 선암매
선암사는 매화와 승선교로 유명하지?
맞아요.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7곳 중 하나(월간 불광 특집 위대한 유산_방구석 산사 순례(2) 대흥사·선암사)에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골목재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로 유명하고, 승선교(보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 매화 4그루를 4대 매화로 꼽는데, 그중 하나가 순천 선암사 선암매(제488호)에요. 선암사는 오래된 전각들과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다양한 꽃들로 유명해요. 저절로 소확행# 봄 부르는 매화와 고찰을 클릭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어요.
어쩌다 선암사에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선암사는 1950년대 비구와 *대처승 간의 갈등으로 오랜 기간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찰이에요. 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헌에 따라 선암사를 등록하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사찰로 등록했어요. 1970년 태고종이 설립된 후 1971년 선암사를 태고종 소유로 등기절차를 진행했고요. 이후 선암사는 등기 문서엔 조계종이 소유권을, 그러나 실제 점유권은 태고종이 행사하기 시작했어요.
*대처승(帶妻僧) : 혼인해 아내와 자식이 있는 스님, 한국불교에는 가톨릭 신부처럼 독신으로 성직자 생활을 하는 비구·비구니가 있는 한편 개신교 목사처럼 결혼해 성직자로 생활하는 스님도 있음. 독신은 조계종이, 대처는 태고종이 대표적.
태고종 예비스님들의 행자교육 중 삼보일배
소유권 주장의 이유는?
조계종 측이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에요. 선암사가 일제강점기 ‘조선불교’ 소속 사찰이었던 점,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 시행에 따라 통합종단 조계종 소속 사찰로 등록한 점, 1962년부터 조계종이 주지를 임명해 선암사를 관리‧감독했고 조계종선암사가 사찰재산 관리과 종교의식을 진행해 온 점, 1970년 창종한 태고종이 선암사를 무단점거해 왔다는 점 등이에요.
태고종 측은 크게 3가지 이유를 주장하고 있어요. 선암사를 태고종 소속 사찰로 점유‧사용해 온 점, 선암사가 조계종에 가입한 바 없다는 점, 선암사의 각 부동산은 태고종선암사가 사정받은 토지 혹은 태고종선암사가 신축한 건물이라는 점 등이에요.
1심 판결 등을 보면 조계종이 실질적 주지로서 선암사에서 활동하지 않았고, 현재 태고종 측에서 실질적인 점유와 행정 등을 진행 중이니 선암사 소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라는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요. 태고종은 사실상 이겼다는 분위기이지만, 조계종이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할 거란 예상이 많아요. 그리고 현대불교신문에 따르면 법리적으로 분쟁의 여지가 있다네요. 1심에서는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당사자를 부적격자로 판결했는데, 2심에서는 그 당사자에게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했어요. 1심에서 이미 부적격자로 판결한 이에게 말소 등기를 이행하라는 2심 판결이 적법한지 논란이 될 수도 있어요. 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조계종 측이 선암사 관련 실체적 요건을 갖췄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쉽게 끝날 소송이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수다는 ‘헤어질 결심’을 키워드로 두 가지 이야기를 전했어요. 공교롭게도 영화 <헤어질 결심>을 촬영한 곳이 조계산 송광사이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 분쟁 중인 사찰도 조계산에 있는 선암사였어요. 조계산에 부는 바람 ‘헤어질 결심’이 어디로 향할까요?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새겨볼 만한 이슈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