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35편)
/ 모네타
그 여자와 그 남자는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통 찻집에서
수줍은 남녀처럼
낯설게 앉아 있다
마주 보는 탁자위에는
알코올 램프불에 놓인
유리 주전자에
찻물이 끓고 있고
국화꽃을 담은 그릇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물이 끓자
국화꽃을 우려내어
그 남자에게 준
그 여자는
문득 생각난 듯
물어본다
남녀간의 사랑
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영화에서 보고
노래를 듣기는 했어도
처음이예요
물론 믿지 않으시겠지만
그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지 내마음이
나하고 맺은 약속이니끼요
사는 것이 바빴는지
여유가 없었던지
누구를 만난다는 것
특히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 여자는 그 말을
하면서 그 남자의 눈을
깊은 심원의
마법사의 심안으로 보았고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진솔한 말에
마음을 열어 보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부지기수지만
순간적인 감정에
마음을 준 적은
인연을 맺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 여자는 묻는다
세상을 살면서 좋아하는 것
세 가지만 말해보세요
무엇이든 괜찮아요
그 여자는 진지하게
그 남자의 의중을 알려고
보이지 않는 노력
그 남자의 심중 주위를
맴돈다
세 가지만 말하라면
첫째는 푸른색
돌째는 미움
셋째는 나쁜 사랑
입니다
그 여자는 큰 눈을
황소처럼 껌뻑거리고
예쁜 얼굴을
동그랗게 만들며
팔을 턱에 괴며
그 남자의 눈빛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바라보며 물어온다
그 남자는 진지한
그 여자의 모습에 답해
진지하게 말한다
별처럼
시린 푸른색은 신비하고
늘 가슴을 차갑게 식혀
다른 누구의 열정을 원하며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고
미움이란
여자와 사랑을 하면
늘 경계석으로 삼아
그 여자가
그 남자를 미워하지 않도록
자신을 비우고
미워하지 않는
사랑을 줄려고 노력하고
자만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나쁜 사랑이란
자신을 버리는 것
모든 나쁜 사랑을 골라내면
남는 것은
그리운 좋은 사랑
나쁜 사랑은
그 남자의 가슴에 간직하고
좋은 사랑만
그 여자에게 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사랑이란
늘 좋은 것만 바라보며
나쁜 것은
원치 않기에
스스로 나빠지는 것을
이별이 올 때까지
모른답니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으면서
자기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뒤로
보이는 남한강이
풍요로운
자연의 마음처럼 넓어
언제까지
메마르지 않고
마음이 그 남자의 사랑으로
촉촉해 온다
남한강을 자맥질하며 노는
한 쌍의 새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그 남자의
사랑이 필요해서
이렇게 긴 날을 힘들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남자의 모습이
그 여자의 가슴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날이었다
선택한 시간들이
늘 행복한 시간들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그 남자를 가슴으로
조용히 여러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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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읽고 도 가지만 이장희 님 도 감사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