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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98회>
씬 백제 황궁 외경 (낮)
신검 (소리) 지금 뭐라고 하였는가...?
씬 동 대전
신검이 벌떡 일어서며 신덕과 함께 서 있는 부장을 본다.
신검 뭐라고 하였어... 지금 뭐라고 하였어...? 아버님이 뭐 어찌 되셨다고...?
신덕 다시 고하라고 하시지 않느냐?
부장 예, 태자마마. 지난... 간밤에... 폐하께오서 승평부인 마마와 그 일행들과 함께 금산사를 떠나셨사옵니다.
신덕 금산사를 떠나시다니..? 어디로 가셨다는 말이냐?
부장 소인들은 모르옵니다. 지금 전 군사들이 동원되어 뒤를 쫓고 있사옵니다.
신덕 도대체 파달 장군은 무얼 했다는 말이냐? 너희들은 무얼 했어..?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네시다. 그리고 여인네들이다. 그들 모두가 다 빠져나가는데도 몰랐다는 말이냐?
부장 예, 장군. 마침 절에 새 법당을 상량하는 날이었고 황도에서 모처럼 술과 음식까지 보내온 터라... 장졸들이 술에 취했사옵니다.
신덕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이놈아...?
신검 그래 아직 어느 쪽으로 갔는지 방향조차 잡지 못하였단 말이냐?
부장 예, 태자마마.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사옵니다. 곧 뭔가 연락이 다시 올 것이옵니다.
신검 (한숨) 알았다. 물러가거라.
부장이 대답하며 물러간다. 신검이 부서져라 탁자를 친다.
신검 가셨다고....? 금산사를 벗어나셨다고...? 그래, 옥좌에 오르거라, 네 마음대로 하거라 하신 뜻이 바로 그것이었단 말인가? 그것이었단 말인가?
신검은 소리소리지른다. 밖에서 다시 내관이 알려온다.
내관 (소리) 태자마마, 이찬께서 드셨사옵니다.
신검 드시라 하여라.
능환과 능애가 영순과 함께 들어온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본다.
능환 태자마마, 소식을 들었사옵니다. 폐하께오서 금산사를 탈출하셨다 들었사옵니다.
신검 그렇소이다. 도망치셨소이다.
능애 어떻게 이런 일이.... 이틀 후면 등극식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전국의 호족들과 오월국, 일본국, 당나라까지 새로운 황제의 즉위를 알리는 사신을 보냈는데.. 이럴 수가....
신검 아버님은 끝까지 이 자식을 외면하십니다. 끝까지 말씀이오.
능환 신덕 장군...?
신덕 예, 이찬어른.
능환 이건 너무도 끔찍한 일이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우리 백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오.
신덕 그럴 것이옵니다.
능환 전령을 급히 보내 파달 장군에게 이르시오. 만약에 폐하를 찾는다면... 찾는다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거두라 하시오.
신검 ......... 뭐요..?
능환 이미 백제국의 폐하가 아니올습니다. 금산사를 탈출하였다는 것은 백제를 탈출하였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되옵니다.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시거나 아니면 또 다른 역도의 무리들을 끌어 모아 태자마마를 치실 것이옵니다.
신검 ............?
능애 이찬의 말이 맞사옵니다.
영순 소생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능환 신장군은 군권을 맡고 있소이다. 파달 장군에게 전하시오. 그리고 지원군을 보내 주변 일대를 샅샅이 다 뒤지라 하시오. 그리고 끝을 보라 하시오. 끝을 말이오.
신덕 예, 이찬 어른.
능환 폐하를 수소문하는 것은 하는 것이고 등극식은 예정대로 거행하게 될 것이오. 이점 또한 차질 없도록 하오, 영순공...
영순 예, 이찬어른.
능환 이런... 이런.... 처음부터 뭔가가 이상했사옵니다.
씬 동 황후전
박씨가 양검을 보고 있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박씨 가셨다고...? 폐하께서 떠나셨단 말이지...?
양검 예, 어마마마. 지금 군사들이 추격중이라 하옵니다.
박씨 대체 어디로 가실 곳이 있기에 그곳을 오밤중에 도망치셨단 말이냐? 어디로 가실 곳이 있다고..?
양검 모두들 그것을 궁금해하옵니다. 더러는 군사들을 모아 신검 형님을 치기 위해 그리 하시지 않았나 보기도 하고 또 더러는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시기 위해 그리 하신 것이라고도 하고...
박씨 다른 나라로... 가신다...? 아마 그쪽이 유리하실 게다. 이 백제국에서야 누가 목숨을 걸고 폐하를 도와드리겠느냐?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시려는 것이다. 다른 나라라.... 다른 나라..?
씬 부령현 해안가
갈대 숲을 헤치며 파달과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다. 어느 바닷가에 이르러 주변을 보는 파달.
파달 폐하께서 일단의 무리들과 함께 이쪽으로 오셨다 들었다. 저쪽이 포구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길이 막혀 있는데 그렇다면 뻔한 것이 아니냐? 배를 타신 게다.
부장1 그런 것 같사옵니다. 마을 주민들을 탐문해본 결과 포구에 어선 한 척이 사라졌다 하옵니다.
파달 틀림없구나. 바다라....? 도대체 바다로 해서 어디로 가셨다는 말인가? 어디로....?
부장1 아무튼 더 이상의 추격은 어렵게 되었사옵니다.
파달 그런 것 같다. 내가 황도로 가서 직접 보고를 해야겠다. 그리고 받을 벌은 받아야지. 이런, 세상에... 이 파달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파달은 그렇게 먼바다를 보며 망연자실이다
씬 바다
수평선이다. 견훤의 배가 가고 있다. 가까이 보면 견훤이 망망대해를 보고 있다.
고비 폐하, 이제 곧 저녁 무렵이면 무안군에 닿을 것이라 하옵니다.
견훤 알고 있소이다.
고비 무안군에 도착해서도 육로로 한참을 가야 한다 들었사옵니다. 지금쯤은 황도에서도 모두들 우리 일을 알고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럴 게요.
고비 환후는 어떠하시옵니까?
견훤 이미 등창 따위는 잊었다고 했소이다. 무안군이라...? 무안군이라...? 아마도 신검이가 쫓아올 게요. 잘 빠져나갈 수 있을 지 모르겠소이다
그 한쪽에서 집사가 선원들을 다그치고 있다.
집사 서둘러야겠다. 돛을 좀 더 올려라. 어떤 일이 있어도 저녁까지는 무안군 해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라...
씬 백제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신검과 더불어 능환, 능애, 신덕 들이 다 모여있다. 임시회의인 것이다. 파달이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하고 있다.
파달 태자마마, 이놈을 죽여주시오소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나이다.
능환 당연히 죽을 만한 죄일세. 어찌 그런 실수를 하였단 말인가?
파달 죽여주시오소서.
신검 아무리 경계를 늦추라 하였어도 그렇지.. 그렇게 모를 수가 있단 말이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소이까?
파달 죽여주시오소서.
신덕 죄는 다시 물을 것이야. 허나 죄는 죄고 들을 말은 들어야겠네. 어찌된 일인가? 페하께서 어느 쪽으로 가셨다고 하였는가?
파달 부령현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셨사옵니다. 그 후로는 어느 쪽으로 향하셨는지 알 수 없사옵니다.
능환 가실 길은 뻔하옵니다.
신검 뻔하다니요..? 말씀해 보시오, 이찬.
능환 폐하께서는 이 백제국에서 어디에도 머무실 곳이 없는 분이시옵니다. 누구든 폐하를 감추어주게 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모두들 .........?
신검 이찬은 그럼 아신다는 것입니까?
능환 고려이옵니다. 폐하께서 가실 곳은 고려밖에 없사옵니다.
신검 고려.......?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고려라니...? 어떻게 아버님이 우리의 적국인 고려땅에 발을 디디실 수 있다는 말이오?
능환 물론 고려는 우리의 적국이옵니다. 허나 폐하께오서는 고려의 왕과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깊은 호감을 갖고 계셨사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말이옵니다. 그래서 늘 왕건 아우.. 왕건 아우..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신검 (그제서야) 오....
능환 십중팔구 틀림없을 것이옵니다. 게다가 할아버님이신 상주의 아자개 어른께서 아직도 고려에 살아 계시다 하옵니다. 고려이옵니다. 바다로 해서 가셨다면 지금쯤 아마도 나주 쪽으로 가고 계실 것이옵니다.
모두들 나주........?
능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옵니다, 태자마마.
신덕 허면 나주로 가는 길목을 모두 막아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바닷길 말이옵니다.
능환 막아야지요. 하지만 이미 가셔도 한참을 가고 계실 겝니다. 지금이라도 전령을 띄워서 폐하께서 지나치실 곳을 점검해야
합니다. 신장군...? 신덕 예, 이찬어른.
능환 빨리 달릴 수 있는 파발들을 특별히 선발하여 즉시 보내시오. 폐하께서 타고 가신 배가 도착할만한 길목들을 막아야 하오.
능애 바다는 넓소이다. 도대체 어디로 어느 쪽을 경계해야겠소이까?
능환 나주는 고려군이 와 있는 곳이올시다. 우리 수군은 고려의 그 나주 수군과 무안군 바다를 경계로 하여 대치하고 있소이다. 폐하께서는 결코 무리수를 두어 그 경계를 넘지 않으실 겝니다. 허면 어디겠소이까? 바로 그 무안군 주변의 해안이 폐하께서 내리시는 곳이 될 것이오. 그리고 육로로 해서 나주로 가실 것이오. 파발을 어서 띄우시오. 전 수군과 보군에 비상령을 내리시오. 무안군 태수에게 알리시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잡으라고 말이오. 여의치 않을 경우 폐하의 목숨을 거둘 수도 있다고 확실하게 전하시오.
신검 이찬....?
능환 이미 그 분은 백제의 황제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사옵니다. 무얼 하오, 어서 서두르지 않고....?
신덕 예, 이찬어른. 파달 장군은 들었는가? 즉시 가라. 그대의 죄는 나중에 물을 것이다. 어서 가서 영을 시행하라.
파달 예, 장군.
능환 수군을 맡고 있는 상귀장군도 즉시 밤을 세워 무안으로 가라 하시오.
신덕 예, 이찬어른
능화 잘하면 따라 잡을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거동이 불편하시고 게다가 승평부인과 궁인들도 따르고 있사옵니다. 그리 빠른 행보를 할 수 없사옵니다.
파달이 나간다. 모두들 착잡하다. 그리고 생각하고 있는 능환과 신검을 본다.
능환 어차피 가실 분이었소이다. 쫓는데까지는 쫓아봐야지요. 태자마마께서는 옥좌에 오르시오소서. 모든 것을 예정대로 다 해야 합니다.
그렇게 반짝이는 능환의 눈빛에서...
씬 길
파달과 상귀의 군사들이 바람처럼 몰려가고 있다.
파달 (소리) 무안군이다. 목적지는 무안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잡아야 한다. 고려로 가게 해서는 아니 된다.
씬 고려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왕건이 초조해 하고 있다.
왕건 어찌 되었을꼬...? 지금쯤 일이 어찌 되어가고 있을꼬..? 금필 아우는 나주에 가 있을 것인데.. 견훤왕은 어찌 되었을꼬..?
씬 바다
석양이 지고 있다. 견훤들이 탄 배가 해안 쪽을 보고 있다.
집사 이제 곧 어둠이 내리면 해안으로 진입할 것이옵니다. 좀 더 바다로 내려가 나주로 갈 수도 있사옵니다마는 백제의 수군이 이곳 무안군 일대를 다 막고 있기 때문에 더는 갈 수가 없사옵니다.
견훤 그럴 것이야.
고비 폐하, 아무래도 신첩은 자꾸만 환후가 걱정되옵니다.
견훤 참을만 하네. 사람이 독이 오르면 병마도 주춤하는 것이요. 곧 육지에 닿을 준비를 해야겠구먼.
집사 예, 폐하. 그리 해야겠사옵니다. 너희들은 준비하라. 섬과 섬을 지나서 저쪽 후미진 육지로 배를 댈 것이다. 준비하라.
무사들 예, 집사어른.
씬 나주 근처 바다 (밤)
박술희와 윤신달이 어두운 바다를 보고 있다.
박술희 이렇게 초조해 본 적은 처음이올시다. 이곳 나주로 과연 백제의 왕이 오는지 아니 오는지....
윤신달 우리 고려에 오기로 한 이상은 틀림없이 나주로 올 것입니다. 달리 길이 없소이다. 일단 우리의 소임은 바다이니 이쪽을 잘 지키고 있도록 하십시다.
박술희 백제의 수군도 분명히 움직일 겝니다. 우리가 수십 척의 전함을 가지고 왔는데 저들이 모를 리가 없지 않소이까?
윤신달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허면 전투를 할 수 밖에요.
끄덕이는 박술희의 표정에서...
씬 나주 관아 외경
씬 동 관안 안
유금필과 태수, 다련군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모두 초조하다.
유금필 약속한 날이 내일 밤이올시다.
태수 그러하오이다, 장군.
다련군 과연 제대로 도착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올시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은 무안군 해안에 도착해야 합니다.
모두들 (끄덕인다) ....
유금필 일이 이쯤 되었으니 백제군도 움직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태수 그렇겠지요.
유금필 견훤왕이 금산사를 떠나서 부령현 바다에서 배를 탔다는 것도 지금쯤은 다 알 겝니다. 그렇다고 해서 견훤왕이 그 몸으로 일본국으로 가겠소이까, 오월국으로 가겠소이까? 고려로 간다는 것은 곧 알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우리와 경계한 저 무안군과 영산강 쪽을 경계하며 추격할 것이올시다.
다련군 정확한 말씀이시오, 유장군.
유금필 그래서 박수문 장군 형제와 염상 장군을 무안군에서 오는 길목 쪽에 보내놓았사옵니다. 별일이 없어야 할 터인데... 내일 저녁이라....? 과연 그때까지 예정대로 올 수 있을까..?
걱정하는 유금필의 표정에서...
씬 무안군 해안가
견훤들이 해안가 갈대밭으로 접어들고 있다. 행동이 느리다. 견훤은 부축되어 오고 있고 고비들 또한 빠르지가 못하다.
집사 폐하, 참으로 송구하오나 서두셔야 하옵니다. 이미 추격군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알겠네. 허나 어찌하겠는가? 뛸 수도 없는 몸이고 달릴 수도 없는 몸일세.
집사 송구하옵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러하옵니다. 서둘러라... 너희들은 앞서가서 마필을 준비하거라. 돈을 주던 훔쳐오던 끌고 와야 한다. 어서 앞서 가라. 수레가 있거든 수레도 가져오너라.
무사들 예, 집사어른
무사들 몇이 앞서 달려간다. 그렇게 사라져간다. 견훤과 고비들은 어둠 속을 더듬으며 그렇게 가고 있다. 집사는 마음이 급해 보인다. 계속 서두르라 재촉한다.
집사 서둘러라. 폐하를 잘 뫼시어라. 서둘러라.
그들 그렇게 갈대 숲 속으로 사라져가고...
씬 어느 길
파달과 상귀들이 질풍처럼 달려가고 있다. 계속해 지나치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쫓으며...
상귀 파달 장군은 계속해 역마를 갈아타고 밤새 달려가시오. 아침까지는 나주 경계에 닿아야 하오.
파달 알겠소이다. 가능 하오이다.
상귀 이 사람은 가다가 수군 군영으로 갈 것이오. 가서 전함을 준비하여 바다로 나가 길을 막을 것이오.
파달 그리 하시지요.
그들은 그렇게 함께 달려가다가 상귀가 끄덕해 보이고는 갈림길에서 부장들과 함께 갈라진다. 파달들만 계속해 달려가고...
씬 나주 관아 외경
씬 동 관아 안
유금필이 여전히 서성이고 있다.
유금필 아직도 아무 기별이 없소이까?
태수 아침이 되어야 도착한다고 하셨소이다. 벌써 기별이 올 리가 있겠소이까?
다련군 이 사람도 속이 타오이다. 지금쯤 한참 오고 있을 것인데... 더군다나 몸이 불편하다고 하지 않소이까? 백제왕 말이오.
유금필 게다가 부인과 궁인들도 함께 오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특별히 모실 마차도 보내놓았사옵니다. 무사히들 와야 할 터인데..
다련군 영산강 길목에 우리 나주 군사들과 박수문 장군들이 나가 있소이다. 만약의 경우 백제의 영토로 들어가 견훤왕을 안내해 올수도 있겠소이다.
유금필 충분히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겠사옵니다. 아하..이것 참... 아니 되겠사옵니다... 내가 그 길목으로 가 보아야겠습니다. 그리하여 견훤왕이 오게 되면 바로 포구로 가야겠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다련군 그리하시구려.
그렇게 초조해 하는 유금필의 표정에서...
씬 그 영산강 길목
박수문과 염상이 군사들을 이끌고 진을 치고 있다. 견훤이 타고 갈 마차도 보인다. 저만큼에서 박수경이 말을 타고 다가오며 말한다.
박수경 형님...?
박수문 오냐, 어떠하더냐? 잘 돌아보았느냐?
박수경 예, 형님. 무안에서 오는 길목은 이쪽이 유일하다 하옵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 하였지만 어찌될 지를 몰라 인근 삼십여 리에 군사들을 모두 배치해 놓았사옵니다.
염상 잘하셨소이다. 이거 우리들의 소임이 아주 막중하게 되었소이다. 견훤왕이 분명히 이리로 온다고 하니 말이오.
박수문 백제군이 뒤를 쫓아올 겝니다. 그렇다면 전투 준비를 확실하게 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염상 물론이올시다.
박수문 군사들은 대오를 갖추어라. 적이 올지도 모른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마라.
군사들 예, 장군.
박수문들과 염상은 초조해서 견훤이 올 어둠 속 길목을 보고 있다.
씬 어느 길
박영규의 집사들이 말을 타고 가고 있다. 그리고 말수레에 견훤과 고비들이 올라 있다. 무사들은 계속해 말을 때려댄다.
집사 서둘러라. 이미 이곳에도 백제 황도에서 전령이 오고 있을 것이다. 서둘러라. 이랴... 이랴....
무사 이랴... 이랴......
무서운 속도들이다. 말 수레가 휘청거리며 질풍처럼 달려가고 있다. 견훤은 아픈 고통을 참으며 그렇게 있고... 그들은 곧 굽이진 산길을 돌아 사라져간다.
씬 백제국 황도 대전
신검이 서성거리고 있다. 생각이 많다.
신검 결국 이렇게... 되어가는구나. 모든 것이 이렇게 한쪽으로 몰려가는구나. (절망처럼) 이런 모습으로 등극을 한들 과연 내가 제대로 황제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오호.. 아버님, 어쩌면 끝까지 이렇게 이 자식을 버릴 수가 있사옵니까, 아버님...?
씬 동 황궁 안 어느 전각
능환과 능애, 신덕, 영순이 모여있다.
능환 어차피 일이 꼬였소이다. 이제부터는 속전속결이올시다. 군사들에게 폐하가 보이는 대로 참하라고 전하시오.
신덕 예, 이찬어른.
능환 그리고 즉위식을 서두르고 태자마마가 황제의 위에 오르시면 즉시 군대를 출병하도록 하십시다. 어차피 죽지 않으면 삽니다. 죽느냐, 사느냐 외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소이다.
능애 그렇소이다. 이 황실은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소이다. 백성들도 신료들도 폐하께서 탈출하신 것을 알면 엄청난 소요를 일으킬 것입니다.
능환 그러니까 서두르자는 것이올시다.
영순 어이구, 이거야 원.... 지금쯤 대체 모두 어찌들 되었을꼬...?
씬 밤길
파달의 군사들이 달려가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그렇게 가고 있다.
씬 밤 바다 포구
상귀가 수군들을 독려하고 있다.
상귀 함선들을 정비하라. 나주로 갈 것이다. 전 함대에 동원령을 내려라. 모든 수군은 함선에 오르라.
부장들 모든 수군은 함선에 오르라. 출병이다.... 출병이다....
씬 밤 바다
박술희와 윤신달이 배 위에서 어둠 속의 바다를 보고 있다.
씬 나주 관아 안
태수와 다련군이 서성이고 있다.
다련군 새벽이 밝고 있소이다.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소이다.
태수 .... 그러게 말이옵니다...? 유금필 장군은 지금쯤 그 길목에 갔을 터인데....
씬 영산강 기슭 (새벽)
유금필, 박수문, 염상들의 군대가 기다리고 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긴 침묵과 정적이 이어진다.
염상 날이 밝고 있소이다, 장군.
유금필 그러게 말이오. 답답해서 참다못해 왔소이다. 와야하는데... 견훤왕이 꼭 와야하는데....
씬 그 영산강 기슭 길목 (아침)
아침이 뿌옇게 밝아오고 있다. 먼 곳에서 견훤의 일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가까이 이르면... 숲 속에서 군사들이 보고 있었다. 서로 끄덕인다.
군사1 온다... 백제왕이다. 장군들께 알려라. 저기 백제왕이 온다. 수기를 흔들어라.
군사 하나가 벌떡 일어나며 붉은 기를 흔든다. 그리고 소리친다.
군사들 백제왕이 온다... 백제왕이 온다...
씬 박수문이 있는 곳
군사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박수문과 염상이 서로를 본다. 긴장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유금필이 놀라서 본다.
유금필 온다고...? 견훤왕이 온다고.....?
염상 그예 온 모양이오. 견훤왕이오. 오, 저기 오고 있소이다.
유금필 ...................?
박수문 그런 것 같습니다. 부장들은 무얼 하느냐? 군사들을 움직여라. 견훤왕을 맞아라.
유금필 오오.....
명령과 동시에 군사들이 앞서 나가며 대형을 취한다. 유금필이 염상, 박수문들과 함께 부장들을 이끌고 질풍처럼 달려나간다. 그리고 견훤들과 그들은 그렇게 조우한다. 유금필 군이 견훤의 무리들을 에워싼다. 그리고 그들 그렇게 서로를 본다.
견훤 ......................
유금필 (말에서 내려 군례를 올린다) 황제폐하, 소장은 고려국의 장수 유금필이라 하옵니다.
견훤 ................?
유금필 소장들이 기다린지 오래이옵니다.
견훤 고맙네.... 그대는 본적이 있는 것 같네.. 왕건 아우의 의제가 아닌가?
유금필 그러하옵니다, 폐하. (고비에게) 부인마마, 고생하셨사옵니다. 이제부터 저희들이 모시겠사옵니다.
고비 고맙소이다... 이제서야 안심이 됩니다.
유금필 (무사들에게) 너희들이 박영규 장군의 수하들인가?
집사 그러하옵니다, 장군.
유금필 지금까지 고생들 많았다. 너희들은 이 길로 승평으로 돌아가거라. 너희들의 임무는 다 끝났다.
집사 예, 장군. (견훤에게) 폐하, 조심히 가시오소서.
견훤 ......... (끄덕인다)
집사 자, 우리는 가자.
그들 일행은 그렇게 다시 사라져간다. 유금필이 명한다.
유금필 백제국 황제폐하를 뫼시어라. 이 길로 곧장 포구로 갈 것이다. 그리고 전함에 오를 것이다. 뫼시어라.....
염상 뫼시어라...
박수문들 뫼시어라.....
견훤은 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마차로 부축되어 모셔진다. 마차에 타면 휘장이 내려진다. 고비들도 말에 오른다.
유금필 포구로 간다. 서둘러라.
염상 서둘러라...
그들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간다.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디졸브되면...
씬 어느 강 기슭
파달군들이 달려오다가 멈추어 선다. 강이 보이고 아무도 없다. 온통 정적뿐이다. 그때 저쪽 뚝 길을 타고 두 필의 첨병이 탄 말이 달려와 군례를 한다.
파달 어찌되었느냐? 너희들은 이곳 영산강 경계를 지키는 군사들이 아니냐?
군사1 그러하옵니다.
파달 허면....? 폐하는 어찌되었느냐? 분명히 이쪽 길목으로 지날 것이라 들었다. 어찌되었느냐?
군사1 그렇지 않아도 인근 농민들이 이야기를 하여왔사옵니다. 폐하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이미 이곳을 빠져나가 고려군과 함께 나주 쪽으로 사라졌다 하옵니다.
파달 무엇이라...? 나주로 사라져...? 이런... 이런.....
파달은 발을 구른다. 그러다가 중얼거린다.
파달 기가 막히는구나. 낮밤을 꼬박 세워 여기까지 쫓아왔는데... 눈 앞에서 놓치다니... 나주로 갔다면 포구로 해서 배를 타고 고려로 갈 것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그 길목들을 이미 상귀 장군이 지키고 있다. 절대로 그대로는 못 갈 것이다. 절대로....
씬 나주 포구
군사들과 태수, 다련군이 전송하고 있다. 배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 견훤이 갑판에서 멀어지는 나주 포구를 보고 있다.
다련군 폐하, 조심하시오소서.... 잘가시오소서....
씬 그 배 위 갑판
견훤이 끄덕이며 다련군을 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견훤 부인... 저 다련군 말이오.... 사오십년은 되었을 게요. 내가 이곳의 군관으로 왔을 때 본 사람이지...
고비 예, 폐하.
견훤 이제 백제땅을 정말 떠나는구려. 배가 멀어지고 있어요.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부인.... (눈물 보이며) 멀어지고 있어요...
고비는 말이 없다. 그녀도 눈물을 글썽인다. 유금필이 부장들에게 소리친다.
유금필 자, 고려국의 황제폐하 상부어른께서 이 배에 계시느니라. 수기를 내걸어라.
염상 상부어른의 수기를 내걸라고 하신다.
그러자 대답소리와 함께 큰 돛폭에 준비되었던 붉은 수기가 길게 밑으로 내려져 펼쳐진다. 거기에는 ‘대 고려국 황제상부 견훤’이라고 쓰여있다. 유금필이 끄덕인다. 염상, 박수문 형제도 끄덕인다. 견훤이 보다가 다시 또 긴 한숨을 터뜨린다. 배는 그렇게 가기 시작한다.
유금필 선미를 틀어라... 풍향을 잡아라.... 조금 더 가면 우리 함대가 기다리고 있다.... 함께 고려로 향할 것이다.... 선미를 틀어라....
박수문 선미를 틀랍신다.... 풍향을 잡아라... 돛을 올려라.....
견훤은 그렇게 먼 해안을 본다. 어느새 아득히 포구가 멀어지고 있다.
씬 바다
박술희, 윤신달들이 탄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사십여 척의 대 함대는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박술희와 윤신달이 끄덕인다. 견훤을 실은 배가 큰 수기를 나부끼며 합류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 그렇게 가까워지면...
박술희 하하하... 보시구려, 윤장군. 저기 백제의 왕이 오고 있소이다. 저 수기 좀 보시오. 대 고려국 황제 상부 견훤이라 되어 있소이다. 그럴 듯 하오이다. 하하하...
윤신달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고려로 돌아갈 일만 남았소이다. 하하하..
유금필 (가까워지며) 상부어른을 뫼시고 왔다.... 전 함대는 고려로 돌아간다.... 모두 돛을 올리고 고려로 가라...
박술희 알겠사옵니다, 총사..... 자, 전함대는 들어라... 기수를 돌린다.. 선미를 돌려 고려로 간다... 고려로 간다....
수많은 배들이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요란하게 북소리가 들리고 방향을 지시하는 모함에서는 군사들이 수기를 흔들며 전 함대를 인도하고 있다. 그 배들이 부감으로 보여오며 한꺼번에 방향을 틀고 있다.
씬 그 바다 수평선
하나의 점처럼 수평선 위에 백제의 선단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백제의 전함도 수 십여 척이다. 상귀의 배에서 상귀가 까맣게 나타나고 있는 고려의 배들을 본다.
상귀 바닷길을 모두 막아라... 보아라... 저기 고려의 전함들이 오고 있다... 모두 전투대형을 갖추어라...
부장 전투대형을 갖추랍신다... 각 함대는 전투대형을 갖추어라..
군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배들이 길게 횡대로 늘어서며 다가오는 고려군을 맞기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돈다. 궁수들이 활에 살을 먹여 일제히 뱃전으로 가 대기한다. 고려군은 그렇게 가까이 오고 있다.
씬 유금필의 선단
염상 유장군, 적선입니다. 백제의 대 함대올시다.
박수문 저들이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장군.
유금필 전투대형을 갖추어라.
부장들 전투대형을 갖추어라....
유금필 부인마마와 상궁, 궁인들은 배 안으로 들여라.
대답과 함께 고비와 최상궁들이 선실 안으로 모셔진다. 온통 부산하다. 중간 상갑판에서는 견훤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수기 옆에 서 있다. 유금필이 다가온다.
유금필 폐하, 안으로 드시오소서.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이옵니다.
견훤 전투라고...?
유금필 이 근처 모두 백제군의 선단들이옵니다.
견훤 전투는 없을 것일세...
유금필 예....?
견훤 저 백제국의 수군장수는 상귀로구먼.... 저자는 신검이의 편이지. 하지만 그 예하 장수들은 모두가 나의 옛 부하들일세. 저들은 그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지.
그렇게 배들은 가까워진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양쪽 모두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씬 그곳 상귀의 배
상귀가 보고 있다가 가까워지자 소리친다.
상귀 고려국의 유금필이가 아니냐..? 그대들은 어찌하여 대 백제국의 노망이 드신 노인을 훔쳐 가는 것이냐?
유금필들 ...............?
상귀 어서 폐하를 다시 내려놓거라...
유금필 네 이놈.... 보아하니 백제군의 상귀로구나... 노망이 든 노인이라 하였느냐..? 배은망덕한 놈이 아닌가...? 대 백제국의 황제폐하이시고 우리 고려국 폐하의 상부어른이시다. 썩 길을 비켜라...
상귀 그 노인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너희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견훤 네 이놈... 상귀야.........
상귀 .....................?
견훤 황제가 부르는데 귀가 먹었느냐, 이놈아......? 그리고 거기 장수들은 들으라... 너희들은 다 낯이 익구나. 나를 알아보겠느냐?
그러자 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서로 얼굴을 보며 어쩔까 망설인다. 상귀는 더욱 당황한다.
상귀 저.. 저 노인은 이제 백제국의 황제가 아니다. 쏘아라... 활을 쏘아라.. 쏘아라...
견훤 이놈들.............! 너희들이 나를 쏠 수 있단 말이냐? 누가 나를 쏘아보겠느냐?
상귀 쏘아라... 어서 쏘아라....
그러나 군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상귀는 더욱 당황한다. 아무도 화살을 쏘지 않는다. 유금필은 얼른 감을 잡는다.
유금필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라... 백제의 전함을 그대로 들여 받아라. 저들을 헤치고 고려로 갈 것이다. 가라....
염상 그대로 나아가라...
박수문 나아가라....
박술희 나아가라.....
그러자 그 육중한 유금필의 모함이 그대로 상귀의 배를 들여 받는다. 상귀가 그 충격에 나뒹군다. 그리고 소리친다.
상귀 이놈들아... 귀가 먹었느냐..? 쏘라고 하지 않느냐? 쏘아라... 쏘아라... 이 멍청한 놈들아 쏘라고 하지 않느냐? (다시 일어나 지휘채로 마구 부장들을 후려 때린다) 쏘아라... 보지만 말고 쏘아라.. 쏘란 말이다, 쏘란 말이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 상귀가 그만 멍해서 보고만 있다. 유유히 유금필의 배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견훤은 그대로 서 있고 그의 수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그렇게 고려의 전단들이 유유히 사라져간다. 양쪽의 함대들은 그렇게 서로 멀어진다.
씬 바다
유금필의 선단이 가고 있다. 그 모함에서 여전히 견훤이 바다를 보고 있다. 유금필이 군례를 정중히 올리며 치하한다.
유금필 폐하, 참으로 대단하셨사옵니다. 아직도 폐하의 위엄이 성성하게 살아계심을 보았사옵니다. 백제의 군사들은 아마도 폐하께 화살을 쏘지 않았사옵니다.
견훤 .......... (대답이 없다)
유금필 지금쯤 고려국의 황제폐하께서는 폐하를 맞을 준비를 대대적으로 하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그래도 대답이 없다. 견훤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평선에 낙조가 지고 있다. 그 바람에 날리는 견훤의 흰머리에서... 천천히 디졸브...
씬 고려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왕건과 오씨, 유씨 그리고 김행선이 마주해 있다.
왕건 지금 바다로 하여 백제의 견훤왕이 오고 있소이다. 짐과 더불어 삼한의 패권을 다투던 분이었소이다. 이제 그 분이 우리 고려로 오고 있는 것이외다.
김행선 이 모두가 폐하의 복이시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오씨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흉복이시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왕건 이틀이면 예성강 포구에 닿을 것이오. 우리 황실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중은 전 신료들을 다 동원하여 견훤상부를 맞이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시오.
김행선 예, 폐하. 어찌 소홀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유씨 폐하, 철원에 있는 아자개 노인은 어찌되셨사옵니까? 이번에 뫼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나도 그럴 생각이 있소. 사람을 보냈소이다. 자, 시중... 어서 가서 준비를 해 주시오. 아주 대대적으로 맞을 준비를 해 주시오.
김행선 예, 폐하.
왕건 아아... 이제서야 그토록 염원하던 통일대업의 서광이 보이는 것 같소이다. 이제서야 말이오...
씬 백제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신검이 우울하게 서성거린다. 능환, 능애, 신덕, 영순, 애술, 김총, 상귀, 파달들이 모여있다.
신검 가셨단 말이지요...? 군사들이 활을 쏘지 않았다구요...?
상귀 용서하시오소서, 태자마마.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사옵니다.
능환 바로 그 점이 불안했던 것이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사옵니다. 가신 분은 가신 분이고 남은 남아서 내일을 준비해야 하옵니다. 이미 등극 준비는 마련되어 있사옵니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신검 .............
능환 그리고 이 혼란한 국정을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전쟁에 나서셔야 하옵니다.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통일의 패권을 되찾아내는 길은 그것뿐이옵니다.
신덕 소장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서두시오소서, 태자마마.
능애 서두시오소서, 태자마마.
신검 알겠소이다. 이미 선택의 여지가 더는 없소이다.
파달 죽여주시오소서, 태자마마. 모든 것이 이놈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옵니다.
신검 아니오. 이것은 누구의 죄도 아니오. 이 몸이 부덕한 탓이오. 모든 죄는 다 불문에 부치겠소이다. 그리고 나는 황제의 위에 오르겠소이다. 이찬은 서둘러 주시오.
능환 예, 태자마마. 자, 들으셨소이까? 한시가 급하게 되었소이다. 등극식을 서두르시오. 알겠소이까?
모두들 예, 이찬어른.
신검 오오... 아버님.... 오오... 아버님....
씬 예성강 포구
바다 멀리서 유금필의 대선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왕건과 오씨, 유씨를 비롯하여 김행선을 비롯한 전 신료가 빠짐없이 다 모였다. 문무신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의장병들이 끝도 없이 도열하여 기치창검이 번뜩이고 있다. 왕건이 그 어느쯤에서 포구에 닿고 있는 배들을 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배가 닿았다. 복지겸이 그의 부장들에게 끄덕여 보인다. 견훤의 모습이 서서히 배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의장병들이 일제히 충을 외치며 계속해 포구가 떠나가라 군호를 외고 있다. (제발 사람 좀 많이 쓰시오) 그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견훤은 유금필과 박술희들의 호위를 받으며 고비를 데리고 걸어나오고 있다. 그리고 가까워진다. 그 옛날 조물성에서는 견훤이 왕건을 맞았었다. 지금은 왕건이 견훤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선다.
왕건 상부어른..... 어서오시오소서.
견훤 ..............
왕건 상부어른.....
견훤 아우님.....
왕건 잘 오셨사옵니다, 상부어른. 참으로 잘 오셨사옵니다.
견훤 아우님.....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198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