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꿈 이야기 /청향 정정숙
포도위로 가로등이 켜지고
밤길이 일제히 눈을 뜰 때
그래 그 때는 꿈많은 소녀이었어
"사람들이 왜 꿈을 꾸죠"
"세상을 잘 보기 위해서란다"
해맑은 눈동자의 갈래머리 학생이었고
등불되신 님의 그림자를 밟으며
미래지향적인 설레임이었지
꽃비가 단비 되어 나리던 날
꽃망울이 이슬에 젖어 함성을 지를 때
우산없이 원색마후라를 팔락이며
오솔길을 걷던 그 상상의 날개 짖
별 하나 직녀의 소망과
별 둘 가슴 넓은 견우를 기다리던
미소가 고운 가냘픈 소녀
가로등 불빛아래서 은하를 바라보며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었어
지금 너와 나는
안개 자욱한 발자욱을 더듬어며
추억을 반추하는 소녀가 되었지
가로등 불이 커지고
찬란한 꽃들이 한잎 두잎 꽃가루를 뿌리면
우리는 은빛 머리카락 휘날리며
과거에서 미래로 걸어가는
또 하나의 자화상을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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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고운 때를 반추해 보는 시간,
누구에게나 행복한 시간이지요.
비록
그땐 슬프고 고달팠던 시간이었을지라도.
고운 시 한 편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