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6:1]
이스라엘 자손들로 인하여 여리고는 굳게 닫혔고 출입하는 자 없더라....":
여리고 - 구약 성경에 나오는 '여리고'는 오늘날 텔 에스 술탄이란 곳으로 판명되었는데, 그 위치는 사해에서 북쪽으로 12km, 요단에서 서쪽으로 9km, 또 예루사렘에서 동북 방면으로 약 30km지점이다. 그리고 고고학적 발굴 결과, 당시 여리고 성의 넓이는 대략 8에이커로 추정되는데, 이느 므깃도의 14에이커, 라기스의 18에이커, 특히 하솔의 200에이커에 비하면 작은 도시 국가이지만, 여호수아 시대에는 가나안의 평균 도시 크기에 해당된다.
그 성읍 규모에 비하여 여리고 성의 비중은 매우 컸다. 여리고 지역은 좋은 샘들을 가진 '오아시스' 지대인 만큼 일찍부터 개발된 고대 도성으로서 성경은 일명 '종려의 성읍'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단 대평원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여리고 성은 그 전략적 위치상 매우 중요한 가나안의 방어 거점으로서 군사 요충지일 뿐 아니라 가나안 중부로 통하는 교통의 요로였다. 따라서 여호수아 군대가 가나안 도시 국가들의 남북 연합 작전을 미연에 차단하고 가나안 정복의 주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리고 성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여리고 성은 직접적인 군사 작전으로서는 거의 공격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천연 요새였다. 즉 가파른 경사지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여리고 성은 적들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 밖으로 3-4m 높이의 석조 장애물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본성의 중앙 벽과 약 35도 각도로 경사지에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 가파르고 미끄러운 경사지와 여러 방해물 때문에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접근하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유일한 방법으로써는 장기간의 포위 작전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으나, 그렇게 하자면 오랜 기간이 지체되어 나머지 가나안 족속들이 연합, 반격할 기회만을 줄 뿐 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여리고 성은 성문을 굳게 닫고 마냥 버티는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여호수아 군대에게는 하늘 만군의 군대 장관 여호와가 함께 하고 계셨다. 여리고는 굳게 닫혔고 - '닫다'의 히브리어 '사가르'는 '문을 닫다', '빗장을 질러 잠그다'를 뜻하는 말로서, 원문에서는 이 말이 반복 사용됨으로써
그 의미를 강조해 주고 있는데, 공동 번역은 모두 '굳게 닫다'로 번역하였다. 성문을 굳게 잠그는 것은 전시에 특별한 경계를 펴는 것을 뜻하는 표현으로, 이는 여리고 사람들이 전투 태세에 들어갔음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이미 하나님께서 친히 여리고 성을 멸망시키려고 계획하셨기 때문에 그들이 성문을 닫는 일 뿐 아니라 그외 어떠한 조치를 취한다 할지라도 이미 작전에 들어간 하나님의 계획을 취소시킬 수는 없었다. 실로 흐르는 요단 강을 멈추게 하신 하나님에게 있어 닫힌 성문을 열게 하는 것 쯤은 더욱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출입하는 자 없더라 - 앞에 기록된 '굳게 닫혔고'라는 말을 보강하는 말로서, 여기서 '출입'은 성 밖으로 '나가는' 행위와 성 안으로 '들어오는'행위를 합하여 표현한 말이다. 성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성문을 굳게 닫아 놓았으므로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여리고 사람들이 성문을 굳게 닫고 출입하지 않은 것은 출애굽 사건과 요단 동편의 아모리 족속 두 왕의 전멸 사건, 그리고 요단 강 도하 사건 등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간담이 녹았기 때문이다.
[수 6:2]"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여리고와 그 왕과 용사들을 네 손에 붙였으니..." '여호와'는 '여호와의 군대 장관'이라고 볼 수 있다. 보라 - 히브리어 '레에'는 주위를 환기시키는 간투사로서, 바로 뒤에 상술되어 있듯이, 여리고 성은 하나님의 능력에 의해 무너질 운명임을 강조해 주고 있다. 왕과 용사들 - 여리고의 왕과 용사들이 언급되었다고 하는 사실은 성이 무너진 후에 군사적인 저항이 있었음을 암시해 준다.
여리고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싸웠다는 기록은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네 손에 붙였으니 - 여기서 '손에 붙이다'란 용어는 군사적 의미로는 '권력이나 통치권을 넘겨주다', '어떤 사람에게 승리를 허락하다'를 뜻하는 말이다. 일찍이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왕들을 이스라엘 사람의 손에 '붙이실' 것이라고 말하였는데, 하나님께서 이미 '붙이셨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가 이미 확정되었음을 선언하는 행위로서,
하나님의 주권을 나타낸 표현이다 그 성취가 아직도 미래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 일이 하나님의 작정 가운데 있으므로 이미 성취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표현은 가나안 정복과 관련하여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다....[수 6:3]"너희 모든 군사는 성을 둘러 성 주위를 매일 한번씩 돌되 엿새 동안을 그리하라..." 성을 둘러 성 주위를...돌되 - 여기서 '두르다' '돌다'는 종종 함께 사용되가어 '에워싸다','둘러싸다'를 뜻한다.. 따라서 이말은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행진을 했다기 보다는 성을 빙 둘러싸고 그냥 천천히 도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수 6:4] "제사장 일곱은 일곱 양각나팔을 잡고 언약궤 앞에서 행할 것이요 제 칠일에는 성을 일곱번 돌며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 것이며...." 제사장 일곱...일곱 양각 나팔...제 칠일...일곱번 - '일곱'이라는 숫자가 4절에만 네 번, 6장 전체에 걸쳐 열 네번이나 언급되었다. 성경이 함축하고 있는 숫자의 상징적 의미상 '일곱'이란 숫자는 하나님께 속한 신성한 숫자로서 보통 '완성', '완전', '극치', '성별'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신적 섭리나 사역과 관련하여 이 단어는 성경에서 수없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숫자를 통해 가나안 정복은 하나님께서 친히 역사하시는 성전이며, 또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로 하여금 가나안을 정복케 하되 완전히 정복케 하도록 하심을 알 수 있다). 한편 여기서 '양각 나팔'은 '나팔'을 뜻하는 '요벨'과 '뿔'을 뜻하는 '쇼파르'의 합성어인데, 특히 '요벨'은 보통 전쟁 때 사용하는 은 나팔과는 달리 '수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가리킨다. 이 양각 나팔은 회중을 불러 모으거나, 어떤 사람의 출현을 알리기 위한 경우와 희년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우)에 주로 사용되었다.
혹자는 여리고 전투에서 이처럼 '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이것은 '이방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복음의 승리'를 예표하는 행위로 보기도 한다. ..[수 6:5]"제사장들이 양각나팔을 길게 울려 불어서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 백성은 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것이라 그리하면 그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백성은 각기 앞으로 올라갈찌니라 하시매..."
길게 울려 불어서 - 이 말은 원어상 '존재한다'는 뜻의 '하야'와 '뻗치다', '길게 늘어뜨리다', '연장하다'는 뜻의 '마솨크'로 이루어진 단어로, 문자적으로는 '오랫동안 늘어뜨리다'라는 말이다.
침묵 속에서 길게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는 여리고 사람에게는 공포심과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며, 또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커다란 확신과 격려의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 것이라 - '큰 소리'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테루아'는 함성을 뜻하는 말로서 언약궤와 관련하여 사용되었다. '외쳐 부르다'의 히브리어 '루아'는 '귀먹게 할 정도로 소리지르다', '개가를 올리다' 등을 뜻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러한 큰 소리는 이미 마음이 녹았고 정신을 잃고 있던 가나안 사람들로 부터 그 남아있는 마지막 전의마저 송두리째 빼앗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그 소리는 승리를 예고하는 큰 함성이 되었을 것이다.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 직역하면 '성벽이 편편하게 깔려질 것이다'란 의미로, 곧 여리고 성의 성벽이 그 밑바닥 기초까지 철저히 무너져 내릴 것이란 뜻이다. 한편 가나안의 중요 거점인 여리고 성의 멸망은 마지막 날에 하나님에 의해서 이루어질 이세상 심판의 모형이다. 즉 아무리 오랫동안 세상 권세가 그 철옹성을 자랑하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항한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그 나라가 일순간에 멸망된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적들에게 분명히 입증해 주셨던 것이다. 각기 앞으로 올라갈지니라 - 즉 좌우를 두리번 거리거나 머뭇 거릴 필요 없이 힘차게 곧장 성 안으로 공격해 들어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