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뒷골목에서 참치 횟집을 시작한지 어느 덧 10년이란 세월을 넘기 이태 전....
제게도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게 삶의 어려움이 찾아왔고, 마음의 산란함을 잊으려 매일 남한산성을 오르며 남한산성 성지에 미사를 참례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에 은행동 성당이 있었으나, 대체 왜 남한산성까지, 그것도 등산로도 아닌 길을 선택해서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항상 걸어올라 갔는지는 지금도 수수께끼입니다.
아마도 홀로 산을 오르다보면 오롯하게 홀로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고 생각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남한산성 성지에서 미사를 참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곳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에 포도나무 찬양단과 함께하는 성제조배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혹시 포도나무 찬양단의 노래를 들어보셨습니까?
시쳇말로 들어보지 않으셨다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시간은 한 마디로 황홀 그 자체였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상념과 미움, 혼돈과 아픔, 걱정과 고민을 잊고 충일한 자아를 발견하고, 혹은 무념무상의 영혼의 정화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과 더불어 제 삶의 걱정들도 신기할 정도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돈 한 푼 내지 않고 매주 화요일 마다 공짜로 천국을 맛보던 중, 포도나무 분들에게 미안한 생각 반, 고마운 생각 반에 그 분들을 가게에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가게에 누구를 초대하는 일은 개업식 때 말고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기쁜 날, 더 감사할 일은 남한산성 성지 신부님도 함께 와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은근히 속으로 좋으면서도 저는 “어? 신부님은 초대 안했는데요?”라고하자 “ 제가 포도나무 지도 신부입니다”라고 하신 말씀에 기쁨이 두 배가 된 것은 물론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들을 저 혼자 듣는 것이 아깝고, 미안해서 은근히 포도나무 찬양팀 홍보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매료된 이유가 궁금하시다고요?
포도나무 찬양곡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영혼의 양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남한산성 성지 미사를 참례하러 갔을 당시, 저는 “정신이 힘든 것이 아니었고 영혼이 힘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영혼의 양식인 포도나무 찬양팀을 만나게 해주셨으니 주님께서는 이미 제 마음의 병의 근원을 알고, ‘의사‘를 보내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포도나무 분들은 당신들의 달란트가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주님께서는 적제적소에 그 분들을 제게 만나게 해주셔서 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셨습니다. 어느 날, 저는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님? 제게는 어떤 달란트가 있을까요?”
10년 동안 참치집을 경영하다보니 그 단골들의 숫자도 이제 녹록치 않습니다. 참치 맛이 그리워 찾아오는 분들도 상당수지만,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저를 찾아오는 분들도 꽤 된답니다.
보잘 것 없는 저의 말동무에 그 분들은 기분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 잡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집으로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 저는 이것이 주님께서 제게 주신 또 하나의 달란트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입도 즐겁게, 배도 부르게, 또한 지친 영혼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만드는 달란트‘ 말입니다.
제가 이런 달란트를 지니고 있으니, 주님께서 입도, 배도, 영혼도 만족 못하는 영혼들을 적제 적소에 제게 보내주시겠지요?
제가 힘들 때 주님께서 포도나무 찬양 팀을 만나게 해 주셨 듯 말입니다. ^^
- 양재동에서 프란치스코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