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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5 (토) '기적 생환' 광부 2명… "커피믹스 먹고 버텼다"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11월 4일 밤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의 기적이다. 두 사람은 119 소방당국에 의해 안동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당국이 갱도 내 막혀 있던 최종 진입로를 확보함에 따라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께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씨(62)와 보조 작업자 박씨(56)가 갱도 밖으로 걸어서 나왔다. 이들은 케이블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제2 수직갱도 구조 경로를 통해 걸어서 지상으로 이동했다.암석 덩어리로 뒤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3편 본선갱도'(평면도 상 상단갱도) 마지막 폐쇄 지점 약 30m 구간이 예상과 다르게 20여m가 뚫린 상태였다고 구조 당국은 전했다. 뚫린 갱도에는 펄(토사)도 조금 있었다고 한다.
구조 당국은 "발견 당시 두 사람은 폐갱도 내에서 바람을 막기 위해 주위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조 지점은 두 광부가 사고 당시 작업을 했던 곳 인근이었다. 두 사람은 갱도 내에서 구조 당국의 발파 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갖고 서로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구조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0월 26일 작업 투입 때 챙겨간 커피 믹스와 물을 먹으며 버텼으며, 다 먹고 난 뒤에는 갱도 안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신 덕에 생존할 수 있었다.
구조 당시 동영상에는 구조대원들이 멀리 보이는 불빛을 보고 현장으로 다가갔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나무버팀목이 여러군데 세워져 있고 비닐이 둘러져 있었다. 고립된 두 사람이 비닐을 둘러 보온을 하며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상북도소방본부 홍보담당 임윤숙 주무관은 "두 분은 '이렇게 구조하는데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며 "가족분들 누구누구 오셨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구출 당시 소방구조 대원 1명과 광산 구조대 관계자 1명이 공동으로 수색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부축을 받아 스스로 걸어나온 뒤, 구급차에서는 구급대원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소방당국은 구조된 두 광부의 건강 상태를 간단히 확인한 뒤, 이불을 덮은 채 1분 간격으로 안동병원으로 옮겼다. 작업반장 박씨의 아들 박근형(42) 씨는 "아버지가 너무도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며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보조 작업자의 조카(32)는 "너무 놀래서 믿겨지지 않는다"며 "오늘 밤에 너무 기적적으로 구출될 줄은 몰랐다. 삼촌이 너무 보고 싶다. 건강 상태가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두 사람이 고립된 지점을 2곳으로 특정하고 그동안 생존 반응 확인과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어려운 갱도 상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봉화 광산 매몰사고는 지난달 10월 26일 오후 6시께 경북 봉화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펄(토사) 약 900t(업체 측 추산)이 수직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반장 박씨 등 2명이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업체는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119에 늑장 신고하고, 고립된 작업자 가족에게도 뒤늦게 통보해 비판을 받았다. 이 광산에서는 지난 8월 29일에도 같은 수직갱도 내 다른 지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96㎏인 날 쑥 꺼내줬다"… 30명 구한 흑인 영웅 정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30명가량의 생명을 구하고 사라졌던 사람들은 주한 미군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3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20대 A씨는 이날 자신의 이태원 참사 생존 이야기가 보도된 후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찾았다고 연합뉴스에 알렸다. A씨의 은인들은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근무하는 자밀 테일러(40),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스(32) 등 3명의 미군이었다.
A씨는 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이들이 지난 10월 30일 AFP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고 은인임을 확신했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0월 29일 친구들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해밀톤호텔 옆 좁을 골목의 인파 속에서 넘어져 15분가량 깔렸으나 건장한 흑인 남성이 키 182cm, 몸무게 96kg인 자신을 인파 속에서 구조했다고 증언하며 이들을 찾는다고 밝힌 바 있다.
AFP에 따르면 테일러 등 3명은 지난 주말 비번을 맞아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압사 위기를 맞았으나, 간신히 골목 옆 난간으로 피신했다. 이후 깔린 사람들을 보고 구조에 나섰다. 테일러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군중에서 빠져나온 뒤 잠시 후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서로의 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상황은 더 악화됐다. 비명소리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세 사람은 즉각 구조에 나섰다. ‘살려달라’ 소리치는 사람들을 인파 속에서 구출해 근처 상가와 클럽으로 대피시켰다. 또 도착한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도록 희생자들을 넓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비타드도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꽉 끼여 있었기 때문에 구조대원들도 쉽게 그들을 구출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밤새도록 깔린 사람들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을 벗어날 즈음 떠올리면서는 “우리가 떠날 때 모든 곳에 시신이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우리가 갇혔던 곳은 골목의 중간 위치여서 구급대가 제일 늦게 접근한 곳이고 구조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군들이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선 덕에 인명피해가 줄었다.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준 그들을 꼭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애도기간 마지막날 ‘10만 집회’…“이태원참사 책임자는 尹”
‘이태원 압사 참사’ 일주일을 맞는 11월 5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참사 추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10월 29일을포함해 매주 토요일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이어온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개최하는 집회다. 참사 당일 촛불행동과 보수단체, 노동계 등이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경찰 인력이 대거 투입돼, 핼러윈 축제 인파가 몰렸던 이태원의 안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진 것 아니냔 지적이 있었지만 촛불행동은 집회를 강행키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촛불행동은 11월 3일 참사발생지 인근인 용산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5일엔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집회 대신 ‘이태원 참사 추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집회는 지난주처럼 시청역 7번 출구 앞 도로에서 열 예정으로, 10만명이 모일 것이란 게 주최 측 입장이다. 이들은 “국민들이 이번 참사에 슬퍼하시다가 정부의 대처를 보며 분노하고 있다”며 “분명히 막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해 추모집회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름은 바꿨지만 이번 집회에서도 정부 비판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보여주기식 쇼와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어 국민의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다”며 “이번 참사의 책임은 안전을 도외시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국장은 “기존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여론이 높았던 상황에서 이번 참사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성실히 집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이 간담회를 통해 안전사고 우려를 청취하고 참사 당일에도 사건 4시간 전부터 신고가 11건이나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며 “왜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참사의 책임은 명백히 윤석열 정부에 있다”며 “꼬리 자르기로 면피할 생각이면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의 집회 강행은 다른 단체들의 집회 취소와는 상반되는 조치다.
같은 날 전국노동자대회를 열려던 한국노총,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예고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등은 집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 때문에 국가애도기간 마지막날 열릴 이번 집회엔 비판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집회 관리에 투입된 경찰 인력이 사고 당일 이태원에 투입된 이들보다 많았단 점에 국민적 공분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촛불행동은 “집회를 진행할 때마다 경찰의 통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충분히 협조했다”며 “심지어 이태원 참사 당일 집회는 오후 8시 30분에 끝나 경찰력이 이태원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진행을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파면" 유승민 때리더니… 국힘 기류 확 바뀐 결정타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여권의 내부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그간 당의 스피커를 자임하며 각종 사태에서 여론을 주도하던 친윤계 인사들의 목소리는 줄어든 반면, 장관 경질 등 정부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특히 참사 당일 경찰의 112 신고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것을 기점으로 여당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론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1월 2일 페이스북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이상민 장관은 사고 수습 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유승민 전 의원도 이상민 장관 파면을 주장했지만, 안철수 의원의 발언이 더 큰 파장을 불렀다. 안철수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을 자처한 ‘아군’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주변에 “비극이 벌어졌는데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고 넘어가는 것이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1월 3일 페이스북에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움)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며 “대북은 강경하게, 내부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 위기에 머뭇거리면 제2의 세월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당내에선 “관련자 인사 조처 등을 피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이런 공개 주장까지는 아니라도 수면 아래에서도 책임자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당 초선 의원은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는 증거가 명백한데,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선 의원도 “예민한 시기에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공개 입장을 내지 않을 뿐”이라며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정부 인사들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당 인사들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초반만 해도 여당에서는 책임론 제기나 정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여권 관계자는 “사고 초기 여권 일각에서 강조한 ‘주최 측 없는 행사’라는 주장의 저변에도 경찰이나 정부 등에 섣부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난달 10월 31일 이상민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한다”고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처음 이상민 장관 파면을 주장했을 때도 여당에선 “사고 수습이 먼저”라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이 “이상민 장관도 밤잠 못 자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파면)를 왜 지금 거론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12 신고 내용이 공개된 뒤 분위기가 급변했다. 달라진 분위기 속에 친윤계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사태나 대통령 비속어 논란 때만 해도 친윤계는 최전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당내 주류 여론을 주도했다. 권성동 의원이나 박수영 의원 등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방송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친윤계 인사들은 사건 직후 애도의 뜻을 밝힌 것 외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희생자를 추모해야 할 애도 기간에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 열리는 전당대회나 당내 역학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중진의원은 “내각 인사 전당대회 차출론만 해도 참사 직전까진 활발하게 거론되다가 최근 수그러들지 않았나”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당내 주류 여론이나, 당원 기류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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