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모습이 더 기대되는 아역배우가 있다. 성인 연기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있는 연기력에 곱상한 외모. 여기에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인성까지 갖췄다. MBC 드라마 '
선덕여왕'의 초반 인기를 주도한 '덕만공주'
남지현(14)이다.
"백성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는 자는 황제가 될 시간도 없다"는 대사를 뱉으며 '선덕여왕'의 어린시절을 당차게 연기한 그는 올해 중학교 2학년. 사내인지 계집인지 알 수 없는 개구진 모습의 '덕만 공주'는 지난 16일 모든 촬영을 마치고 다시 평범한 10대 소녀로 돌아왔다.
궁금했지만 촬영에 쫓겨 붙잡을 틈이 없었던 그. 인기그룹 빅뱅을 좋아하고, 만화책
판타지 소설 닌텐도 게임을 즐겨한다는 평범한 여중생 남지현을 만났다.
◇아역 배우 남지현입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선덕여왕' 속 덕만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뽀얀 얼굴과 깊은 눈매, 긴 팔과 다리는 "아역배우는 키가 작다"는 선입견을 깨버렸다. 목소리까지 가늘고 귀엽다.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한손으로 성큼 뱀을 잡아 채던 씩씩한 덕만이는 없었다.
"아~. 목소리가 연기할 때와 많이 다르죠? 그냥 배에 힘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거예요."
드라마 촬영전 제작진은 '덕만 공주'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고현정을 포함해 중견 배우들이 포진돼 있지만, 1회부터 8회까지는 '선덕여왕'의 어린시절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겁도 없이 뛰어들었어요. 분량이 많았고요. 분량이 너무 많아서 '혹시 (대사를)다 못 외우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했는데, 촬영장 가서 더 놀랐어요. 깜빡 잊고 생각 못한 것이 있더라고요. 대본 속 지문들까지 다 연기해야하는 줄 몰랐던 거죠. '사막을 뛰어다닌다' '와이어 액션 그리고 물에 빠진다' 등은 읽기만 하고 지나쳤어요(웃음). "
되짚어보면 남지현이라는 이름은 작품마다 화제였다. SBS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장진영의 아역, '
에덴의 동쪽'에서 한지혜의 아역 등 굵직굵직한 대작에서 모습을 비쳤다. 영화로는 '마이 캡틴 김대출' '무영검' 등에도 출연했다. 최근 인권영화 '1318'의 방은진 감독편에서 여주인공 '진주'역을 맡았다.
"'로 비스트' 때 수영하는 장면이 있어서 스킨 스쿠버를 배웠어요. 덕분에 이번('선덕여왕')에 물에 빠지는 장면은 몸이 자연스럽게 기억을 했는지 어렵지 않았어요. 다들 '고생이 많았겠다'고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돼요. 어느 정도 단련이 됐나 봐요. 촬영장에서 언니 오빠들이 너무 잘해줬어요. 중국 촬영에서는 '칠숙'아저씨(안길강)와 '소화'언니(
서영희)가 잘해줬고, 한국에선 '고도'오빠(류담)와 '죽방'선생님(이문식), 그리고 '천명'언니(
신세경)가 너무 잘해주셨어요. 방학하면 촬영장에 놀러가기로 약속했어요."
◇친구들과 관계 중요시하는 평범한 여중생이죠!
남지현은 우등생이다. 지난 학기 성적이 전교 5등 안에 들었을 정도다. 공부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수학과 영어를 제외하고 모두 혼자 공부를 한다.
"'1318'의 진주와 '선덕여왕'의 덕만은 둘다 저와 비슷해요. 밝고 명랑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요. '진주'는 모범생이지만, 늘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하는데'라며 고민을 하죠. 저도 그래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애들이 나를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멀리 대할까봐 걱정도 해요. 그렇게 생각 안해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다른 애들이 수학 과외를 한다고 하면, 저는 수학에 과학 과목 하나를 더 하는 정도로만요."
'선덕여왕'을 마치고 첫 등교한 날, 아침부터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같은 반 친구들은 "연기 잘했어"라고 격려했고, 선생님들은 "이제 학교에 계속 나오는 거지?"라며 반겼다 . 한 친구는 반가운 마음에 남지현의 오른쪽 손목에 빨간 별을 그려줬다. 사인을 해달라는 친구도 있었는데 남지현은 "나 (사인)없는데"라며 수줍게 말했다.
"생각보다 시끌벅적하지 않았어요. 다들 반가워해 줬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고 나서 '언니 학교의 후배예요'라며 아는 척을 해주는 친구들이 조금 생겼어요. 그런데 너무 부끄럽기만 해요. 하하하. 연기와 공부, 둘다 어려워요. 일단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기말고사 기간이라 밀린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약간 밀리는 느낌이 들어요. 촬영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내가 수업을 들으면서 받아 적으며 외우는 것과 나눠준 프린트물을 외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미래에도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남지현의 어머니는 딸이 "지금처럼만 잘 해줬으면 싶다"고 했다. 큰 말썽을 부린적도 없고, 공부와 연기 두가지를 모두 재미있어 하고 성실하게 해내는 딸이 기특하기만 하다. 성적이 상위권이라 장래희망도 특별한 전문직이 아닐까라고 짐작했지만, 어머니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지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 다만 연기생활을 하면서 직업이 생긴다면 그것 역시 좋아하는 것을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현의 생각도 같다.
"미래요? 사실 생각할 시기는 맞아요. 그런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연기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한가지 생각은 있어요. 만약에 나중에 성적이 나빠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못하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은 해요. 연기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게 좋아지면 할 수도 있겠죠? 조용한 직업을 갖고 싶어요."
'선배 연기자 중에서 어떤 사람처럼 되고 싶냐'고 질문하자 남지 현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성인분들 중에는 지금껏 연락을 하거나 많이 친한 분은 없어요. 그리고 잘 모르겠어요. 아직 '어떤 (연기자)언니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전 그냥 아역 연기자잖아요. 열심히 할 거예요."
◈ 남지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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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생년월일=1995년 9월 17일 ●학력=인천 백운초등학교-인천 상정중학교 2학년 재학중 ●출연작=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 2006년 SBS '마이러브' 2006년 SBS '나의사랑 클레멘타인' 2007년 SBS '로비스트' 2008년 KBS '대왕 세종' 2008년 MBC '에덴의 동쪽' 2009년 MBC '선덕여왕'(이상 드라마) 2005년 '무영검' 2006년 '마이 캡틴 김대출' 2007년 '마파도2' 2009년 '시선1318' (이상 영화)
●수상경력=2006년 SBS 연기대상 아역상 2008년 MBC 연기대상 아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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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내가 더 잘할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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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딸이 그렇지만, 가장 많이 기대고 싸움을 하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이다. 2002년 7살 때 어머니가 출연 신청한 MBC '전파견문록'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2004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연기를 시작한 남지현도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하며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다. 물론 아버지와 2살 위 언니도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그래도 최근들어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엄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죄송하죠. 솔직히 엄마가 고생스럽고 힘들어 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잖아요. 제일 가까운 사람이 엄마니까 자꾸 엄마한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렸어요. 엄마는 저한테 화도 안 내시고 꾹 참으세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남지현은 미안한 마음으로 표현하는데 서툴다고 했다. 이러 한 점은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 아버지도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는 어린 딸의 활약이 내심 기쁘지만,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언니도 부모님 다음으로 늘 고마운 사람이다. "언니가 참 착해요. 엄마랑 같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언니의 배려 덕분이죠. 언니는 동생이 TV에 나오는게 좋은가 봐요. 아빠는 무뚝뚝해서 별로 잘 표현은 안하지만, 그래도 좋아하시죠(웃음).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엄마, 언니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특히 엄마. 내가 더 잘할게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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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연기자 whic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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