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 1
to. 현성이형
현성이 형이 저에게 편지를 했습니다.
신명요양원에서 날아든 편지 누구일까?
처음엔 편지를 받아들고 누구인지 곧장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연필로 쓰여진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현성이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장소중 저와 현성이 형이 숨김없이 서로의 사랑이야기를 했었던 곳.
안개가 한치앞도 알아보지 못하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던 오대산.
모두가 안개를 원망하며 길을 걸었었습니다.
하지만 안개옷을 입은 오대산에 안개가 걷힐때면 안개옷깃사이로 오대산의 살결이 보이는 모양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했었습니다.
오대산에서의 짧은 인터뷰
- 종원이형 : 오대산 어때?
- 보헌 : 안개 낀 것이 마치 숨바꼭질하는 것 같아요.
오대산에서 길을 잃었던 것 기억나십니까?
잠깐 휴식을 하며 양말이며 등산화며 벗어던진사이 빗발이 굵어져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그때.
오대산 정상까지 걸음을 하지 못하고 곧장 하산하기로했었습니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는데 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 발이 퉁퉁 불어서야 하산 할 수있었습니다.
그때 서로의 손에 의지하여 작은 시내를 건너고
끝없을 것만 같은 산길을 베낭을 맨체로 달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서로 발을 맞춰가며 마치 군대에서 구보를 뛰듯이 뛰었던 기억도납니다.
뜀박질이 흥에 겨웠던 전역자들은 군가까지 불렀었습니다.
현성이형! 편지를 써 두었지만 붙이지 않고 이렇게 대신합니다.
6차순례단의 익살스러운 화가 현성이형의 밑그림에 색을 덧칠하고 약간의 스케치를 더해서 현성이 형의 부탁대로 올려봅니다.
# 편지 2
to. 플루오르
휴가를 하루 앞두고있었던 7월 22일 오후 저는 한창 제초작업(군인들을 신경질나게 하는 여름의 작업대부분) 에 집중하고있었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있을때 계원이 저에게 다가와서는 소포가 왔다더군요. "네 소포 가지고 오느라 허리 아파죽겠다." 저 보다 선임인 계원의 장난어린 말에 피식 웃으며 행정반(수색대의 간부/계원들이 업무를 보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행정보급관님(다음 행보관)의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커다란 상자를 보며 곁눈질로 보내는 사람의 주소를 보며 행보관님께 소포를 전달받고 그자리에서 무엇이 왔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커다란 새우깡봉지와 신짱구 그리고 양갱, 달콤한 초코바와 초코파이 그리고 캔디가 들어있었지만 행보관님의 눈길을 뺏은것은 붉은 빛깔의 노트였습니다. 이것이 뭐냐며 얼른 꺼내 보라시던 행보관님의 제촉에 노트의 한페이지를 열어봤습니다. 저보다 행보관님이 노트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부러움을 표하셨습니다. 급기야 저에게 그런 노트하나 만들어 주라는 행보관님의 말씀에 기꺼이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한달전 쯤의 큰사건으로 전출을 가게된 저희의 행보관님이 무엇이라도 추억으로 남기고 싶으셨나봅니다. 우리 병사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으신 분이셨는데 가시는길에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을 하던 차에 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포를 받아들자마자 생활관(내무실)으로 올라가 노트를 한장한장 정독하기 시작했습니다. 2주년 모임이 있었다는 플루오르의 소식과 함께 저마다의 안부의 말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생활관의 선임들도 부러워 하며 저를 대했습니다. 그동안 휴가만을 생각하며 근심이 많았던 가슴을 안정시키고 있었는데 휴가와 함께 찾아든 소포가 저에게는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입대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적지않게 느껴졌었고 그만큼 많은 사건사고들이 저에게 그리고 우리 대대원들에게 들이닥쳤었습니다. 그 덕에 기억에 기리남을 군생활을 하고있습니다. 그리 달갑지않은 이야기들은 넘어가고 긴시간동안 강한 남자가 특히나 "붉은 사나이"가 되기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유격때 쓰게되는 빨간 조교모와 빨간 유격복때문이 아니라 진정 열정을 가진 사나이가 되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임들의 수색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보며 지금까지의 나의 열정은 작은 불씨밖에 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붉은 사나이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기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고 소리지르며 훈련을 뛰었고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그렇게 지내오고나니 어느덧 일병 중반이되었고 삼개월후면 상병을 달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제가 그리고 선임들이 생각하는 수색대에대한 빛깔을 찾기위해 노력해볼생각입니다. 그러기위해 이번에는 9박10일로 휴가를 나와 재충전을 하고있는 것입니다. 부대 복귀후에는 더 열심히 움직이고 알기위해 공부할것입니다.
한 선임은 저에게 이런말을 했습니다.
군대는 네가 군생활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시작이라고
군대는 그 시작점에 있는 네 스타일대로 변화할것이라고
그 선임의 말을 통해 묵묵히 일만하던 제가 조금씩 후임들을 보개되었고 제 아래부터 아니 저로부터 시작된 군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있는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랫더니 구체적이진않지만 제 앞에 답답함을 풀어줄 길이 보였습니다. 그 길을 따라 수없이 많을 가지들을 쳐내려가며 군생활을 보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종종 저에게 힘이되는 편지와 어떤것들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남자라서 뜨거운 추억의 이야기입니다^^보헌이가 잘 하고 있다는게 뿌듯합니다^^ㅋㅋㅋ 넌 잘할 녀석이야^^
남자... 공유할 수 있는 우리들이 있기에 더욱 가슴뜨겁게 하는 글이다. 보헌이 화이팅!!
정말 군대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지는 것 같아. 보헌이 스스로를 축복하기 바란다. 저주로 보내기에는 정말 긴 시간이야. 80평생에서 2년이라.... 우와~~ 그것도 피끓는 20대 초반의 군대... ^^.... 소포가 행정보급관님께 귀한 선물의 씨앗을 제공했네... ^^.... 휴가가 끝나갈텐데.... 캠프때 맞춰서 휴가나와 함께 배우고 누리고 발산하고 지지하는... 보헌이를 상상한다.. ^^...
보헌아.. ㅋㅋ 그래.. 맞어. 오대산에서 길을 잃었지.. 비까지 왔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글을 써주니 반갑고 또 좋구나... 이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된다니.. 건강조심하렴... 보헌이 화이팅!! 화이팅!! 하하하..
보헌아~ 2주년 모임때 있었다면 네게 나의 안부도 전해줄 있었을 텐데, 저기 마지막에 적힌 주소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 남자친구를 보내고 나니 군생활이 내게도 멀게만 느껴지지 않네.. 보헌이가 적은 글을 보니 어렴풋이 소포 받은 상황들이 떠오른다. 보헌이 화이팅이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