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갑시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희년의 은총을 함께 나누어 이번 사순 시기에, 저는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그리고 하느님께서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우리 모두에게 자비로이 말씀하시는 회심으로의 부르심에 대한 몇 가지
성찰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희년의 순례자'는' 탈출기에서 이야기하듯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민족
의 기나긴 여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종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로 향하는 이 고된 길은 당신 백성을 사랑하시고 그들에
게 언제나 성실하신 주님께서 뜻하시고 이끄신 길이었습니다. 회심으로의 첫 번째 부르심은 우리 모두가 이 삶의 순
례자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삶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잠시 스스로 물
어보도록 초대받습니다. 나는 참으로 길을 걸어가는 중인가? 아니면 두려움과 실의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거나 안란한
곳에서 나오기를 꺼리며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 있는가? 나는 죄의 유혹과 나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상황을 멀
리할 방법을 찾고 있는가? 우리의 일상을 이주민이나 이방인의 일상과 바꾸어 생각해 보고 그들의 경험에 공감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요청하시는지 깨달아, 아버지의 집을 향한 여정에서 더욱 앞으로 나아
가는 것은 사순 시기의 좋은 수련이 될 것입니다. 이는 나그네인 우리 모두를 위한 훌륭한 '양심' 성찰'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교회는 함께 걸아가도록, 시노드 교회가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리스도
인들은 결코 외로운 나그네로 걷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걸어가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이 번 사순 시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우리 가정에서, 우리가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본당이나 수도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 안에서만 갇혀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만
생각하려는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지 성찰하라고 요청하십니다. 주님 앞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주교, 신부, 축성 생활자, 평신도로서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봉사하는 우리는 다른 이들과 협력하고 있는가? 가까이 있든
멀이 있든 모든 이에게 구체적인 몸짓으로 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다른 이들에게 공동체의 일원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가, 아니면 다른 이들과 계속 거리를 두는가? 이것이 회심으로의 두 번째 부르심, 곧 시노달라타스로의 부르심입니다.
세 번째로, 희망 안에서 함께 길을 걸어갑시다. 우리에게 약속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
습니다(로마 5,5 참조)라는 희심의 중심 말씀이 부활의 승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우리 사순 여정의 초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희신으로의 세 번째 부르심은 희망으로 부르심, 하느님을 신뢰하고 영원한 생명의 그 크신 약속을 믿으라는 부르심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내 죄에 대한 주님의 용서를 확신하는가? 아니면 나는 내 죄에 대한 주님의 용서를
확신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가? 구원을 애타게 바라며 구원받기 위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가? 역사적 사건들을 이해하게 해 주고, 정의와 형제애에 헌신하며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고 그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
지 않게 복돋워 주는 희망을 나는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는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 덕분에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 희망 안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로마 5,5 참조) 희망의 어머니이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시고 저희의 이 사순 여정에 함께 해 주소서.
프란치스코
※본문은 교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3월 9일 주일 대구 주보에서 옮겨 씀.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