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공패
아이들이 물결처럼 스쳐간 32년
어느 도랑에서든
파문이 일었다.
솔밭사이같이 흐르던 시골중학교
저수지에서 다툰 두 아이들
마을싸움으로 부풀려지다
파출소 앞 주막에서 동병상련으로 풀렸다.
강자와 약자는 처지마다 뒤바뀌기에
갈 길 갈 수 있도록 진학시켰지
막다른 곳에 서있던 실업고등학교
늙은 홀아버지 가슴 긁어내던
무단결석 마지막 날
매 맞은 엉덩이 안티푸라민으로 발라줄 때
함께 떨궜던 눈물이
갈 길 갈 수 있도록 졸업시켰지
지금은 폐교되어 잡초로 묻혀있는 종합고등학교
그 옛날 교문에 서있으면
벚꽃 사이로 등교하던
햇살 같던 아이들
운동회의 맨 끝에 모셨던 어르신들
막걸리에 떨어진 꽃잔 만큼 익었던 얼굴들
책장 앞에 멈춰진 세월을 보며
잔잔한 호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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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송공패
횃불/김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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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4
20.12.24 09:1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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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32년 세월이 오롯이 담겼네요.
정년퇴임, 쉽지 않은 과업을 이루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송공패에 스승애가 오롯이 들어있겠지요. 선생님, 훌륭하십니다.
힘들기도 하고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지난 32년은 마감하고
이미 시작한 새로운 32년, 힘차게 전진하기를 기대합니다~
문득 오늘 아침 서재에 들어서니 오롯이 서있는 송공패가 눈에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며 쓴 글입니다.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32년의 세월이 참으로 아득하실 것 같네요
정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복이 낳은 겁니다.
저는 중간에 명퇴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