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제비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로,
한국의 기상청은
1923년부터 공식적인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아왔다.
흥부놀부전
같은 전래동화에도 자주 등장하기에 우리 마음속에는 늘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는 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제비는 유럽의
고대 문화에서도 한몫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드가 기원전 700년경 쓴 시 ‘일과 날’은 제비를 봄의 화신으로 부르고 있고,
로마 시대의 농경 전문가 콜루멜라(AD 4∼70년)는
제비가 보이면 봄 파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제비 오는 날을 기념하는 봄 페스티벌 또한 많은 고대문명에서 행해졌고,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유럽 각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기원전 6세기 말
고대 그리스 도기화(사진)도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제비의 문화적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젊은 청년과 중년의 남자,
그리고 어린 소년,
이렇게 세 명이 팔라이스티라 (palaestra·레슬링 수련을 하는 연습장)에 모여있다.
날아오르는 새를 향해 손짓하며 청년이 먼저 외친다.
“앗 저기, 제비다!”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가 고개를 확 돌리며 감탄하기를
“아, 헤라클레스여, 정말 그렇네!”
어린 소년도
손을 쭉 뻗으며 한마디
던진다.
“정말 제비네요!”
마지막으로
소년과 남자 사이에 쓰인 구절이 이렇다.
“이제 벌써 봄이 왔어요.”
각각 다른 세대를
상징하는 이들이 계절의 바뀜을 목격하는 깜찍한 장면이다.
이 도기는
와인을 보관하는 용기로 무덤에 매장된 부장품이다.
그래서
죽음을 초월하는 영원한 봄의 도래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렇게
계절의 부활을 상징하는 보편적 봄의 전령이
서울에서 15년째 공식 관측이 안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쪽에서 한반도로 귀향하는 때가
과거보다
근 두 달이나 늦춰졌다는
사실도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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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2023.5.1(월)00시36.
中央日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