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보물들’
부산 광안리 ‘해인글방’을 다녀왔다. 장마로 비가 오락가락하여 선득 밖으로 나가기도 내키지 않는다. 그런 차에 강 내과 주치의께서 궂은 날씨에 몸조심하라고 안부 전화까지 왔다. 무료한 시간에 수녀님께서 주신 ‘소중한 보물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쪽 면은 그림, 다른 한쪽은 단상의 글로 마음 밭에 단비를 내리는 듯하다.
책은 첫머리에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로 시작한다. 그중 한 구절을 옮겨보면 “더 갖지 못해 아쉽기보다 더 베풀지 못해 아쉽다. 하루하루 무언가를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면서 충만감을 느낀다. 이것이 내 본래 삶이 아닌가 싶다.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소한 선물을 나누고 양보하며 배운다.”라고 한다.
‘소중한 보물들’의 책은 수녀원 입회 60주년 기념 문집으로 출간되었다. 단상집은 5부로 나누어져 있다. ‘글방의 따사로움’, ‘생명의 신비로움’, ‘수도의 향기로움’, ‘생활의 부드러움’, ‘추억의 아름다움’으로 엮어져 있다. ‘단상’의 의미대로 글이 간결하면서도 단편적으로 쉽게 공감이 가는 주옥같은 말씀의 글이었다.
글방에는 많은 손님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스며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깊은 슬픔에 젖은 사람, 사형수의 편지 등 서고에는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수녀님은 그런 사연을 통해서 인생의 사계절을 경험하며 넓어지고 깊어지며 성숙을 배운다고 한다. 또 수녀님의 신조는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며,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좋은 시인은 삶에 시를 채워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언어의 천사라고 한다. 남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예민하게 관찰하는 것이라며 성당에서, 정원에서 그리고 글방에서 시를 빚으며 집 앞 꽃구름 밭을 가꾸듯 글밭을 일구고 있다. 꽃구름 밭에서 튜립꽃이 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맞이하는 것처럼 일상을 그렇게 살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보물의 삶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세상 삶에서 아등바등하면서 채우는 일에 매달리며 살았다. 가정을 돌보며 자식을 교육하여 떠나보냄의 의무에 충실했다. 그러나 그런 의무를 마친 지금의 삶은 채우기보다 베푸는 나눔의 삶이기를 바란다. 소중한 보물들 1부 ‘글방의 따사로움’을 읽으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남을 위한 마음으로 비우는 자세의 삶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