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바이러스의 창궐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다.
컬럼버스가 미대륙을 침략한 뒤 원주민들이 거의 사라진 것은 유럽이 가지고 있던 신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미군이 베트남에서 패퇴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패퇴하는 이유는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는 전쟁을 종결지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어 중국을 무너뜨리자면 하루에 10만 명씩 죽여도 불가능하다.
100만명씩 죽인다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하루 10만 명씩 죽어나간 적이 있지만 그래도 일본인들은 건재했다.
하지만 전염병은 이런 무기의 한계를 넘어선다. 인정사정이 없다.
전염병의 역사를 보면 그 힘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알 수 있다.
미대륙의 원주민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피해자 집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인 듯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죽은 건 7500만 명이 죽은 페스트인데, 원인은 몽골군이 퍼뜨린 페스트균이다.
칭기즈칸이 이끈 몽골군은 유럽인에 비해 불과 수천 명밖에 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몽골군이 가져간 페스트균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여버린 것이다.(역설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지독한 역병도 3분의 1 이상을 죽이지 못한다.)
오늘날 전염병의 대유행을 전제로 종교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 전염병의 위험을 알리는 영화, 소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2009년 현재 유행하고 있다는 신종플루는 일단 치명적이질 않은 듯하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도 만 명 정도인 것으로 보아 과거 유행했던 그 엄청난 전염병에 비하면 매우 약하다.
이 정도라면 자살자보다 적고, 감기 앓다 죽는 사람들만큼 밖에 안된다.
실제로 감기 앓다 폐렴을 일으켜 죽는 사람도 그 정도는 된다.
WHO를 미국이 움직인다고 볼 때, 미국은 신종플루 덕을 볼만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라면 노무현, 김대중 씨 사망 때부터 군중이 자주 모이던 걸 일거에 없애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40%를 넘어 50%대로 육박한다는 말도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 등 야권은 장외 집회를 못하니 할 일이 없어져 존재감이 많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정치적으로 신종플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호재가 되는 셈이다.
경제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역축제가 대거 취소되면서 내수가 일어날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경제는 내수가 살아나야 하는데, 내수 침체가 혹 나쁜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르겠다.
사람 모이는 곳에 돈이 도는 법인데 그게 안된다니 정부가 걱정이 되어 야외 축제는 하고, 실내 축제는 안하는 게 좋다는 지침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물론 사람이 접촉하지 않는 상행위, 이를 테면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업체들은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는 위생 교육이 심화 되고, 여러 분야에서 깨끗함을 추구하는 문화가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저절로 사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