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가지 하나 담을 넘은 앞집 감나무가 그랬다 놈이 떨군 감꽃을 목에 걸기도 하고 땡감을 물에 우려먹긴 하면서도 담 너머로 당당하게 뻗어 온 팔뚝이 우리 집을 넘보는 것 같아서 늘 떫은맛이 남았다 해거리도 없이 매년 공중에 붉은 노적가리를 쌓는 것이 잘 사는 집 유세로 보여서 감들이 탐스럽게 불 붉혀가며 단내를 풍겨도 따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먼저 기가 죽었다 감나무에서 그 어마어마한 노적가리를 허물 때면 담 넘어 온 가지에 달린 족히 한 접은 되는 감들이 그 집 호의로 번번이 우리 차지가 되곤 해도 고운 때깔에 비해 맛은 덜했다 감들도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담 넘어 온 감나무는 담이 없어도 이 쪽으로 팔 하나를 뻗었겠지 사람이 담을 쌓았고, 나무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담을 넘었을 뿐이지 그보다는 앞집 흥성한 운세가 우리 쪽으로 파이프 하나를 댄 거지 그래서 그 쪽 텃밭의 푸성귀들이 그렇듯 푸른 기운이 장한 거지 그런 생각이 들 때까지 나는 한참 더 커야했다 그때부터 그 감들이 입에 달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