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고현장을 다녀온 후 몸도 지치고 몹시 어수선했는데요,
시장기와 함께 머리가 아픈 것이 기분도 가라앉고 그랬습니다.
침울하달까...모처럼 주말에 맘껏 게으름을 즐기려다 졸지에 아수라장같은
사고현장을 가보니 어느덧 정신이 번쩍 났겠지요. 벌떼같은 기자들과 방송차량들,
온통 프레스, 보도, KBS 등등 패스를 출렁대며 바삐 뛰어다니는 이들 틈에 저도 있었지요.
저는 다행히 디카가 있어서 우선 사진부터 찍었는데 떨어진 곳은 정확히 뻘밭은 아니고
진흙탕이었어요. 뉴스보도를 보면 마치 바닷가인 양 오해할 것 같은 뻘밭이라고 하고, 블로그 등에도 그렇게 알고 쓰신 분들이 좀 있던데요. 비가 온 탓에 땅이 온통 질척대고 발목까지 빠지는 곳이었어요.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나동그라진 바퀴축이었고, 유아 신발인 듯 보이는 한짝의 크록스 샌들이었습니다.
유리창은 자잘하게 부서져 떨어지고 현대로고가 선명한 범퍼가 곁에 있었지요. 여행가방인 듯 흙에 덮힌 검은 가방, 피를 닦았을 가제 등이 어지러웠습니다. 앰블런스에 천으로 덮은 시신들을 옮기는 것을 보니 순간 꿈인가 싶었습니다. 배부분이 온통 피로 얼룩진 분도 있고 노인인듯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군데 군데 1m 가량 피가 고인 곳도 있고 작은 핏자국들은 사방에 있었습니다. 믿을 수는 없지만 아직 생존해있는 여성을 사체옆에 방치해서 죽었다는 등 주변에 있던 이들이 전하는 무서운 사고초기 이야기들은 끔찍했습니다. 지금 아파트 창문을 통해 월드컵을 시청하는 주민들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아무 걱정없이 축구를 보면서 환호하는 것이 지금 제게는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처음 5명이던 사망자가 2시간 만에 2배가 넘는 12명이 된 사고현장을 가까이서 본 저는 아직 쓸쓸한 마음이거든요. 크레인으로 올려진 사고차량은 사진에도 나왔듯 납작해서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만큼 찌그러졌고 충격으로 튕겨진 좌석시트도 여럿 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사진은 찍었지만 현장 곳곳에 피가 있어서 인터넷에 올리기가 어렵군요. 크레인 받침에도, 고속도로위에도, 뒤집혀진채 끌어올려진 버스에서 흘러 나온 피로 여러군데 얼룩덜룩 했습니다. 코치가방과 노란 아이 가방, 구두 한짝...아마도 가족이었을까요...... 모두 오늘 즐거운 마음으로 공항을 향하던 이들의 것입니다.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했겠지요. 송도에서 내렸다는 2명이 있는데 그분들의 마음은 안도의 한 숨 뿐일까요? 주유소의 아저씨는 ‘“오늘 사고난 거 알아요?” 하고 제게 묻던데 제가 “네” 하자 “12명이나 죽었대요” 하곤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주유를 하던데, 아마 저도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그 아저씨와 같은 무심한 태도였을 것 같네요. 잠시 전 마침 사고지점을 지나 공항쪽을 가게 됐는데 아무래도 제 기분이 묘했겠지요? 잊고 있었지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었다는 생각, 그저 제 일에 치우쳐 분주하기만 하고, 어이없이 생명을 잃은 분들에 대한 작은 조의도 표하지 못한 것이 뒤늦게 미안했습니다.
관련기관들이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서로 책임도 가리고, 시시비비도 가리겠지만, 돌아가신 분들과 가족에 대한 애도의 마음은 제가 표해야겠지요....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만으로도 꼭 제가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시면서 오늘의 이 고통과 슬픔은 잊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영도에서 슬픈 일이 벌어져서 정말 비통합니다 ....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구급차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창밖을 내다보니 저희집 베란다앞쪽에서 보이는 인천대교앞 톨게이트지나 신도시 가는 방향으로 사고가 났었어요. 멀리 앰뷸런스가 많이 오고 헬리콥터가 다니기에 사진기로 줌해서 보았더니 큰사고같이 보이더라구요.첨엔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난줄알았습니다. 행여나 걱정되고 불안한 맘이 들더라구요 앰뷸런스가 점점 많이 와서(영종도 살면서 그렇게 많이 본건 첨이였어요.)대단한 사고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많은 사상자가 났네요. 정말 넘 안타까웠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아픈 일입니다ㅣ.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사고에요,,,마티즈도 버스기사도,,,,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로 함께 하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막상 글을 쓰고 보니 어찌보면 제가 가식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나 싶어 후회했는데요....우리 지역에 어제같은 큰 사고가 나서 안타깝고 유사한 사고가 없도록 운전자분들도 조심하시고, 관계자 분들은 시설과 교육 등 교통안전에 더욱 힘써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수라장이된 사고현장에 있었다면 누구나 그랫을겁니다 가식적인표현은 아닌거같네요 사고현장을 지난을뿐인데 그맘 충분히 이해합니다 경황이없었을거에요.... 유족들 슬픔이 넘 안타깝습니다.... 다시는 이런사고가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