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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옥누이 : cafe.daum.net/sinby0727
(3)
‘ 드륵 ’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고 빼-꼼 머리만 내밀고 강의실 안을 살폈다.
여자애들 몇 명이 창가에 서서 수다를 떨고 있고 남학생 한 명이 벽에 기댄 채 책을 보고 있었다.
“ 휴.. 다행이다. ”
그제야 안심이 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여자애들과 최대한 떨어진 창가로 골라 앉았다.
난 붉은 머리의 충격적인 ‘커밍아웃(?)’ 이후 줄곧 그녀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벌써 며칠 째.
강의실이나 복도에서, 혹은 학교 식당에서도 한번쯤 마주칠 법도 한데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한 번도 만나질 못했다. 나에겐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난 절대 동성애자도 양성애자도 아니며 더욱이 담배를 물고 목소리까지 큰 여자애는 사양이다.
특별히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건 아니지만 단지 흔히 10대 소녀들이 그러하듯 멋진 남자를만나
커플티를 입고♡ 손을 꼭 잡고 낭만적인 데이트를 하고♡ 때때론 부모님 몰래 무박 2일의 기차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는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강의 시간까진 15분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 열기가 남은 코코아를 양 손으로 감싼 채 한가롭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점심시간 때라 햇볕도 들어오고 따뜻한 코코아를 만지작거리며 밖을 보고 있자니 몸이 나른한 게
눈이 절로 감기려 한다.
우리 과 강의실은 햇볕이 유일하게 점심시간 때 창가에 잠깐 드리웠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강의실 안에서는 나 같은 구형 휴대폰은 잘 터지지도 않고 배터리만 야금야금 잡아먹어
(대용량 배터리가 하루를 못 버틴다) 학교에서도 저주 받은 강의실로 유명했다.
" Hey~ “
누군가 내 등을 톡- 치는 바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코코아를 감싼 채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다. 입가의 침을 스윽 닦으며 고개를 들자 갈색 톤의 아멜리아
머리를 한 여자애가 생글 웃고 있었다.
“ 아, 피곤한데 깨운 거니? ”
여자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
“ 괜찮아. 잠깐 존 것뿐이야. 어.. 저, 무슨 일인지? ”
“ 아니. 그냥~ 몇 번 수업시간에 보긴 했는데 한 번도 인사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친해져 볼까 해서
말이야. ”
여자애는 덧니를 살짝 드러내며 웃었다. 덧니가 이렇게 귀여워 보이다니..
일본 연예인들은 덧니를 심기도 한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자애는 옆 책상에 슬며시 걸터앉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것에 인색했던 난 여자애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여자애는 첨 본 나에게도 재잘재잘 자신의 얘기를 꺼내 놓았다.
“ 호호. 내가 주책없이 너무 내 얘기만 했나? 아, 그런데 서로 이름도 모르는구나. ”
그렇군. 난 상대의 이름을 묻는 법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 난 노하늘. ”
“ 예쁜 이름이네. 내 이름은 김은영이야.
너무 평범한 이름이지? 난 내 이름이 너무 싫어.
한번은 싸이에 내 이름을 검색해봤더니 274개나 뜨는 거야. 놀랍지 않니?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 중 김은영이란 애가 274명이나 존재한다니 말이야.
싸이를 안 한 사람까지 합치면 수백 명 되겠지? 너무 끔찍한 일이야.
난 나중에 내 이름을 바꿀 생각이야.
좀 더 특이하고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이름으로 말이야. “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난 마치 처음부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은영과 그의 친구들 틈에 끼어 밥을 먹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은영이 덕분인지 금방 그녀들과도 친해졌다.
은영이란 애는 정말이지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서로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했다.
한 참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등을 툭 쳤다.
누군가 싶어 돌아봤더니 붉은 머리가 그릇을 들고 서 있었다.
“ 뭐야. 한 참 찾아 다녔잖아. 왜 말도 없이 먼저 밥 먹어? ”
기가 찰 노릇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같이 밥 먹기로 되어 있었냐.
붉은 머리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은영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 미안하지만 좀 옆으로 가라~ ”
그러자 앉아 있던 친구들 모두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붉은 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은영이는 군소리 없이 옆으로 비켜 앉았고 붉은 머리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리에 앉았다.
은영의 친구들은 잔뜩 화가 난 듯 뭔가 한마디 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붉은 머리의 기세에 눌려 서로 눈치만 보다 결국 말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은영이에 대한 미안함.. 친구들의 눈치..
그리고 붉은 머리의 쩝쩝거리며 밥 먹는 소리가 신경 쓰여 도저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도대체 붉은 머리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기에 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당당히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어느새 돈가스를 다 먹어 치운 붉은 머리는 반쯤 남은 내 볶음밥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 너 더 안 먹을 거냐? ”
너 같으면 이 상황에 밥이 넘어 가겠냐?
스푼을 든 나의 오른손은 녀석의 머리를 갈겨 주라며 꿈틀 거리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 없자 붉은 머리는 안 먹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는지 내 그릇을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그때, 은영의 친구들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밥을 반 이상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야, 우리 가자. ”
“ 어, 가게? ”
난 붉은 머리 대신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
친구 한명이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붉은 머리에게 마치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 넌 여기 계속 있을 거야? ”
은영이 물었다.
“ 으.. 응.. ”
붉은 머리를 힐끔 쳐다보니 무시무시한 속도로 밥을 먹고 있었지만 몇 분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난 제발 애들이 억지로라도 끌고 가주길 바랐지만 여기서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게
분명했다.
“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 ”
착한 은영이는 살짝 덧니를 드러내 웃으며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매점 쪽으로 가버렸다.
난 사라지는 친구들을 허무하게 바라보며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 이제 좀 살 것 같다. ”
밥 한 톨 안 남기고 깨끗이 비운 붉은 머리가 싱긋 웃으며 배를 두드렸다.
하지만 난 어색하게나마 웃을 수가 없었다.
모처럼 친해진 친구들을 이렇게 어이없이 보내다니.
그러나 눈치 없는 붉은 머리는 이제부턴 디저트 타임이라고 외치며 날 끌고 교문 앞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 내가 모처럼 쏘는 거니까 많이 먹어라. ”
조금 전에 밥 두 그릇을 해치운 붉은 머리는 아직도 들어갈 배가 있는지 4~5명은 족히 먹을 수 있는
대야빙수를 가지고 왔다.
커다란 그릇에 하얀 얼음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주위로 각종 시럽과 떡, 과일이 듬뿍 얹어 있었다.
(주인장 인심도 좋지) 얼마나 많이 퍼줬는지 팥과 과일이 옆으로 흘러 나왔다.
“ 전에 몇 번 왔는데 한 번도 이렇게 많이 준적이 없었어. ”
“ 난 여기 직원이랑 친해. 전에 잠깐 여기서 아르바이트 한 적이 있거든. ”
“ 그건 그렇고 너 진짜 이걸 다 먹을 셈이야? ”
난 황당한 표정으로 거대한 빙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붉은 머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빙수를 섞고 있었다.
“ 너야말로 이것도 못 먹는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
“ .. .. ”
이 괴물같은 녀석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터득한 난 말없이 빙수를
떠먹기 시작했다. 녀석은 얄밉게도 수저로 팥을 내 쪽으로 밀어내고 과일과 떡을 집중적으로 먹고
있었다.
“ 야. 나도 팥 싫어해. ”
“ 그래도 먹어. ”
“ 왜? ”
“ 그래야 키 크지. ”
이 녀석, 또 뻥치네.
“ 나 이젠 안속아. 저번에도 너 거짓말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체해서 정말 죽을 뻔 했단 말이야. 장이 뒤틀리고 병원 실려 가는 줄 알았어. ”
“ 바보. 그걸 진짜 믿었냐? 하하~ ”
붉은 머리가 킬킬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 으씨. 너 진짜 죽을래?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
“ .. 넌 그래도 싸. 날 못 알아본 벌이야. ”
“ 응? 뭐라구? ”
그러자 붉은 머리는 얼른 말을 돌리며 열심히 빙수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 아냐. 빙수나 먹어. ”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이상하다.
그렇게 얄밉던 붉은 머리가 다음날부터 항상 같이 다녔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해버렸다는 것이다.
붉은 머리와 친해지며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참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의 업종 또한 다양해 나의 상상을 뛰어 넘고 있었다.
한번은 란이 학교에 놀러와 근처 노래방으로 갔는데 놀랍게도 카운터에 붉은 머리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붉은 머리는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음료수를 몇 개 꺼내주고 시간도 목이 쉬어 더 이상 부를 수
없을 때까지 넣어 주었다.
또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커피숍을 갔는데 이번엔 그곳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는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있었으며
( 이건 정말 특종감이 아닐 수 없다. 머리를 묶은 하수라니 )
하얀 셔츠에 검은 긴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큰 키라 그런지 너무 잘 어울렸다.
평소 수식어인 “ 야! ”, “ ~ 해라 ” 는 말투를 쏙 빼고 친절한 표정으로 “ 네 ” , “ ~ 습니다 ” 라고 말하는데
닭살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붉은 머리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던 친구들은 간드러진 그녀의 목소리에 다른 테이블로 가자마자
깔깔 웃기 시작했다.
“ 방금 들었어? ”
“ 네에~ 카라멜 마끼아또 두 잔~ 핫 초코 두 잔~ 드리겠습니다~ 깔깔. 미쳐. ”
친구들은 붉은 머리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웃느라 정신없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들은 다른 친구들과 과 선배들도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커피숍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보드까페에서 일하고 있었다 라든지 우유배달, 호프집, 닭갈비 집, 편의점, 피자 가게 등에서
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라는 소문이 들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자장면 배달이나 나이트 DJ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물론 자장면 배달과 나이트 DJ는 본인 확인 결과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지만 정말 그녀가 많은 아르바이트
를 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정기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
‘땜빵용’이었지만 내가 볼 땐 하루에 두세 개 정도하는 건 분명했다.
수업 3개중 1개는 빠지기 일쑤였고 그 한 개 수업은 대단한 인맥을 이용해 대리출석을 하고 있었으나
‘문창과의 붉은 머리 은하수’ 하면 학교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조차 이젠
어렵게 되었다. 이미 현대시론 교수에겐 대리출석 사실이 들통 나 한 번 더 대리출석을 할 경우 이번
학기는 무조건 F를 줄 거라고 경고를 받았다.
그래서 붉은 머리는 요즘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생각해냈다.
“ 대리출석도 안되고 아르바이트에 지장이 있어서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
“ 뭔데? ”
난 속으로 그녀가 또 대리출석 부탁을 할까봐 걱정했다.
나 또한 교수님께 몇 번 경고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 리포트 대신 해주기 아르바이트 어떨까? ”
풋 - 난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 그런 게 될 리가 없잖아. ”
“ 아냐. 아냐. 이건 분명 대박감이야. ”
난 절대 안 될 거라고 장담했지만 놀랍게도 붉은 머리의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처음 한두 명 부탁했던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돌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점심시간이나 수업 중에도
붉은 머리의 휴대폰은 수시로 진동했다.
그 인기의 비결을 해석해보자면 단지 학생들이 리포트 하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쓴 리포트는
늘 A+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붉은 머리는 같은 리포트를 부탁받더라도 내용이 똑같은 법이 없었다.
그러나 난 절대로 붉은 머리에게 내 리포트를 부탁하지 않았다.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 자신의 리포트를 남에게 미룬다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내 리포트는 A+를 맞은 적이 거의 없었다.
정말 화가 나고 미칠 노릇이다.
붉은 머리가 대신 써준 리포트를 제출한 학생은 A+을 받고 직접 힘들게 쓴 나는 나쁜 점수를 받다니
말이다.
“ 그러지 말고 너도 나한테 맡겨. 넌 친하니까 특별히 20% 할인해서 장단 800원만 받을게.”
두 번이나 퇴짜 받은 리포트를 돌려받으며 울상 짓는 나에게 붉은 머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게 불난 집에 부채질하네.
신경질적으로 리포트를 가방 속 깊이 쑤셔 놓고 일어서는데 과대가 앞문으로 들어왔다.
“ 잠시 주목해주세요. ”
그러자 나가려 했던 학생들이 다시 하나 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 우리 과 전체 MT가 다음 주 금, 토요일에 있습니다.
첫 MT인 만큼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 하시고 회비는 이번
주까지 저나 총무에게 내주시기 바랍니다.“
“ 장소는요? ”
남학생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 강촌으로 확정되었습니다. ”
점심 먹는 내내 나는 MT에 관한 생각으로 들 떠 있었다.
“ 대학교 MT라니.. 고등학교 수학여행과는 달리 뭐랄까 좀 더 자유스러울 것 같아.
맛있는 고기도 구워 먹고, 오가는 술잔 속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말이야.
나 강촌은 처음인데 거기 자전거로 드라이브하는 코스도 있대.
하수 넌 자전거는 탈 줄 알아? 난 어릴 때 막내 오빠가 가르쳐줘서 탈 줄 알아.
아참. MT때 뭐 입고 가지? 고딩 때 입던 옷 밖에 없는데 옷 사러 동대문 좀 가야겠다.
같이 가줄 꺼지? .. 너무 재밌을 것 같아~ “
나와는 달리 붉은 머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젓가락으로 김밥사이에 오이를 빼내고 있었다.
( 붉은 머리는 절대 오이를 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
붉은 머리의 그런 표정을 보니 왠지 나만 들떠 있는 것 같아 슬며시 화가 났다.
“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야? ”
“ 뭐? .. 으응.. 듣고 있어.. ”
붉은 머리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하품을 했다. 난 찌릿 - 붉은 머리를 노려보았다.
“ 너 MT가기 싫은 거지? 반응이 왜 그래? ”
“ 뭐.. 별로. ”
“ 왜~? 재밌잖아. 대학교의 가는 첫 MT인데. ”
“ .. .. 너 기분 좋은 것 같아 찬물 끼얹어서 미안한데 MT기대 안하는 게 좋을 거야. ”
“ 왜? ”
“ 그게.. .. 에이~ 그냥 말 안 할래. 모르는 게 낫지. ”
붉은 머리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욱 궁금해졌다. 모르는 게 낫다니 그게 뭘까.. ?
( 나도 바다와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
난 붉은 머리가 후식인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을 때까지 끈질기게 졸라댔다.
얼른 불으란 말이야~!!
“ 전체 MT( 같은 과 선 후배가 모두 가는 MT )라는 건 너가 생각하는 그런 MT가 절대 아니야 ”
결국 붉은 머리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쌩뚱 맞게 무슨 소리야? 내가 생각한 MT가 아니라니..? ”
“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간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이 말해주길 그건 .. ”
붉은 머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 .. 극기 훈련에 가까웠대. ”
“ 극기 훈련? ”
“ 그래. 선배들이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 군기 잡는다고 땅바닥에 굴리고 오리걸음에 포복 전진,
윗몸일으키기 등 완전 군대 훈련이래.“
“ 서.. 설마.. ( 나같이 연약한 ) 여자들한테 까지 시키려구.. ”
“ 신입생에 여자가 어딨냐? 더 시켰으면 더 시켰지 덜 시키진 않는 다는 게 친구의 말이야.
절대 전체 MT는 가지 말라 하더라. ”
“ 에이~ 너 또 뻥치는 거지? 나 이번엔 안속아. ”
“ 이 바보야. 가서 한번 고생 실컷 해봐라. 난 아무튼 사실대로 말했다. ”
붉은 머리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통을 휴지통에 휙- 골인시키곤 성큼성큼 가버렸다.
난 잠시 동안 붉은 머리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마도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을 확률은 99.9999999999%..
저번 ‘키 크는 약’ 사건 때문에 얼마나 호되게 고생했었는지 내 손가락 열 개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난 절대 바보가 아니라구~ 한번 속지 두 번은 안속아!!
난 그녀 말을 절대 곧이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점심시간 후에 또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남은 한 시간 동안 혼자 뭘 할까 고민했다.
붉은 머리는
“ 난 도서관 앞에 있는 자판기가 고장 났다 해서 고쳐주러 가야해.
거긴 고쳐 놓기만 하면 고장 나. 젠장!! 이번엔 또 어느 자식이 고장 낸 거야? ”
투덜거리며 매점 앞에 나 혼자 남겨 두고 휙- 가버렸다.
그래. 친구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중요하다 이거지??
난 툴툴 거리며 넓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혼자 놀기를 해야 했다.
은영이에게 전화를 했는데 ‘수업 중이야’ 모기목소리로 말하곤 끊어 버렸다.
흑.. 이 비참함..
내 기필코 이번 MT에 참석하여 모든 사람들과 친해지고 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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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옥이입니다 ^^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드디어 친해지기 시작했군요.
저번 나왔던 남자 캐릭터는 왜 나오지 않냐고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아마 다음 회부터 다시 등장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저번 회에서 붉은 머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많은 분들이 ‘레즈’ 분위기를 연상하시는 것
같은데 뭐 하늘이와 붉은 머리가 이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 이래뵈도 건전한 소설(?) ^^;;;
단지 붉은 머리가 친구에 대한 질투가 좀 많아서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하늘이가 너 아니냐?
완전 네 얘기네.. 하는 말이었답니다.. ^^;
많은 부분에서 하늘이와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술집에서 신분증 요구 하는 거라던가... 작은 키 등등 말입니다.
참고로 “하늘이”라는 이름은 제가 하던 게임에서 사람들이 저를 부르던 예칭이었답니다.
그렇다고 하늘이처럼 제가 어리버리하다는 건 절대 아니구요. ^^;
먹는 걸 밝히는 걸 보면 붉은 머리와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암튼, 계속 재밌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첫빠다>_<// 글 올라온거 보고 냉큼 읽고갑니다, 도대체 붉은 머리의 정체는 뭘까요;; 궁금궁금//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아로님 감사합니다. 이 이야기가 하늘이 시점이라서 아마 붉은 머리의 속마음은 잘 모르실거예요. 후후.. 나중에 하수편이 나오면 그땐 그녀에 대해 좀 알수 있을거예요. ㅋㄷ
bc코드님 감사합니다. 저도 제 MT때가 생각났더랍니다. 전 지방학교에 다녀서 강촌은 만화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갔었죠. 곧 MT 에피소드도 나올거랍니다. ^^ 후후..
^^ 붉은머리라~ㅎㅎ 우리 제아가 생각나는데요? 건필하세요~
홍연백향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홍연님 글 읽으면서 하수가 생각났었죠. 붉은 머리카락은 참 매력있는 것 같아요. 홍연님 글도 끝까지 읽을테니 건필하세요 ^^
아 그런거구나앞으로 하늘이 하수..그리고 그 의문의녀석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이히힛건필하셔요^^
이치고 이치에님. 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 그 세사람이 계속 주축을 이루면서 이야기가 전계될 예정입니다. 어쩌면 또 다른 주인공인 붉은 머리가 꽃돌이에 묻힐 가능성이.. ;; ;; ㅠㅠ
흐흑 ㅠ.ㅠ 엠티 받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이고 그때만 생각하면..;;; 선배고 뭐고..ㅋㅋ
소심한얍삽녀님 감사합니다 ^^ 그땐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사실 선배와 후배라는 건 종이한장 차이인것 같아요.. 선배중에도 태원이처럼 같은 나이의 사람도 있거든요.. 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