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관리 엉망… 선관위 “매우 송구” 2차례 사과문
유권자 4419만명 중 1632만명 사전투표… 36.9% 역대 최고
확진자 투표용지, 쓰레기봉투-쇼핑백에 담고… 기표된 용지 들어있는 봉투 주고 5일 실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확진·격리자용 투표용지를 담을 별도 보관함이 없어 경기 남양주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임시기표소봉투에 담긴 투표용지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보관했고(첫번째 사진),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쇼핑백에 넣어 놓기도 했다(가운데 사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마지막 사진)가 담긴 임시기표소봉투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됐다가 유권자들 항의로 투표가 중단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 관리 부실로 5일 오후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 초유의 대혼란이 벌어졌다. 확진·격리자들이 투표한 투표용지를 투표 사무원들이 투표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통일된 보관함 없이 투표소별로 제각각 쓰레기 종량제봉투, 택배 상자, 바구니, 가방 등이 사용됐다. 선관위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의 확진·격리자가 투표소로 몰리면서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 후 투표용지를 넣는 임시기표소봉투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담겨 전달된 경우가 속출했고, 투표 사무원 실수로 재투표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부정선거 논란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대혼란에 중앙선관위는 6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3·9대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가장 높은 36.93%를 기록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사전투표 관리 부실은 선거 이후 결과에 따라 대선 불복 논란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에서 ‘1투표소 1투표함’ 규정에 따라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한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를 투표 사무원들이 모아 투표함에 대신 넣도록 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4항에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도록 되어 있지만 선관위는 방역을 이유로 투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모아 투표함에 일괄적으로 넣도록 한 것.
초유의 사전투표 대혼란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선관위가 경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5일 “9일 본투표에서는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했고, 윤 후보도 6일 “선관위는 혼란과 불신을 야기했다. 엄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선관위는 이날 오후 두 번째 입장문을 내고 “사전투표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드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9일 본투표일엔) 확진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법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7일 확정한 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2017년 대선에서 4247만9710명 중 3280만7908명(77.2%)이 투표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 대선 총 투표자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마친 셈이다.
강경석 기자,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