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시오 델 토로는 제가 갠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유주얼서스펙트나 트래픽, 트렁크 속의 연인들, 바스키아등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 배우를 인성의 얘기에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델 토로가 소위 '눈빛'연기를 잘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델 토로는 단순히 전형적인 '눈빛', '폼생폼사' 배우는 아니거든요. 충분히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그런 눈빛 연기가 똥폼으로 비춰지지 않는 거죠..
인성도 정극에 있어선 아직 눈빛과 폼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물론 인성은 전형적인 눈빛연기자 혹은 터프가이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인성군의 가능성을 정우성,장혁 등 소위 닮은꼴들보다 높게 사는 이유가 그것인데여..
인성군은 따뜻하고 편안한 연기도 할 줄 안다는 거죠.. 힘을 풀고 멜로다운 멜로도 할 줄 알고요..
그래서 그의 눈빛 연기엔 선함과 악함,수줍음과 대범함, 순진함과 영악함이 공존하는 듯한 기묘함이 있습니다.. 인성만의 기묘한 분위기죠.
이 기묘한 느낌의 눈빛연기는 뉴논스톱과 피아노에 동시에 출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정말 이건 행운이죠...
이로인해 인성은 신인임에도 벌써 독특하고 강렬한 자기만의 이미지를 갖게 된 셈이니까요^^
인성의 그 기묘한 분위기에 연기력과 깊이가 더 더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에 이글을 올려봅니다.
왜 남자 배우들은 그토록 우거지상을 좋아하는 것일까요? 대충 영화사를 쭉 훑어보세요. 험프리 보가트에서 제임스 딘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우거지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홍보용 사진을 보면 다들 멀쩡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세상 귀찮다는 듯 관객들을 노려보고 있지요.
종종 전 남자 배우들이 '쿨'해지려고 내세우는 연기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이 '쿨'해 보이려는 보통 남성 배우라면 해야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인상을 팍 쓰면서 눈가에 힘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사람들은 '눈빛 연기'라고 하지요. 네, 정말 이런 걸 연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단 사람들이 속기 시작하니까 배우들은 그게 정말 대단한 것인 양 믿어버리고 그걸 반복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눈빛 연기는 연기가 아닙니다. 그건 일종의 근육 강직증이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할 육체라는 도구를 뻣뻣하게 굳혀놓고 그걸 연기라고 우겨댄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입니다. 보여줄 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눈가에 힘만 준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게 나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눈가에 힘을 준다고 눈에 정말 광채가 도는 것도 아닙니다. 눈에 빛을 주는 건 아이 라이트입니다.
하지만 험프리 보가트는? 제임스 딘은? 주윤발은? 우리는 이 '쿨'한 남자들이 인상만 쓰고 눈에 힘주는 것 이상을 할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제임스 딘을 보세요. 물론 그는 그를 전설로 만든 세 편의 영화에서 끝도 없이 인상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배우로서 자리를 굳힌 장면에서 그는 그런 '쿨'한 위장을 벗고 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쿨해지려는 캐릭터지 정말로 쿨한 인물은 아니었으니까요. [에덴의 동쪽]이나 [이유 없는 반항]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을 떠올려 보세요. 제임스 딘은 결코 포스터에 나오는 우거지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임스 딘을 인상 쓴 얼굴로만 기억합니다. 그건 영화 속의 연기를 기억하는 것보다 포스터 속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죠. 아마 요새 젊은 관객들 중 제임스 딘의 영화를 본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겁니다. 요샌 텔레비전에서도 잘 안해주니까요.
슬슬 베니시오 델 토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네, 지금까지 인상파 연기에 대해 계속 떠들어댔던 것도 델 토로 때문이었죠. 도대체 이 남자는 영화 속에서 얼굴을 편 적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우린 그에게 면죄부를 주어도 됩니다. 일부러 얼굴에 힘을 주는 제임스 딘의 인상파 모방자들과는 달리, 델 토로는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한 뒤에 찍은 사진들을 보세요. 그 사람 당시 꽤 기분이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얼굴을 보면 웃는 건지 뭘 잘못 먹어서 기분이 나쁜 건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델 토로의 얼굴에 우거지상은 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낙인처럼 팍 찍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꽤 불리한 얼굴이기도 합니다. 오디션을 보기도 전에 역할이 고정될 얼굴이니까요. 그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히스페닉 배우라는 점을 생각하면 할리우드에서 그가 다질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좁습니다. [NYPD 블루] 같은 시리즈에서 마약상쯤으로 출연했다가 두 번째 광고 나오기도 전에 살해당하는 역 따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죠.
그렇게 보면 그는 운이 참 좋았습니다. 30대로 넘어가기 전에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좋은 영화를 만났으니까요. 그는 가장 빨리 제거되는 배우였지만 원래부터 좋은 배우들 사이에서 앙상블 연기를 하다보니 그도 튀었습니다. 그가 그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은 그의 우중충한 외모에 걸 맞는 제임스 딘 흉내를 그럴싸하게 배치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괴상한 매너리즘이 비교적 진실에 가까웠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그런 식의 인상을 쓴다면 그건 단순한 똥폼일 겁니다. 하지만 베니시오 델 토로가 인상을 쓴다면 그건 연기가 됩니다. 이미 인상은 연기하기도 전에 쓰고 있는 걸요. 그는 거기에 다른 걸 첨가할 여유가 있고 또 정말 그렇게 합니다. 사실 그런 가능성은 [유주얼 서스펙트] 이전에도 찾아 볼 수 있었죠. 한참 전에 나왔던 [차이나 문]이나 [인디안 런너]와 같은 영화를 보세요. 영화가 형편없거나 역이 작거나 하기는 하지만 그는 그 영화들에서 정말 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여전히 보다 평범한 영화의 평범한 역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알리시아 실버스톤의 상대역을 했던 [트렁크 속의 연인들]에서 델 토로는 마치 다른 영화에 잘못 출연한 배우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극적이고 복잡한 영화 속에서 그의 이미지는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죠.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건내준 [트래픽]이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멕시코 마약 담당 형사는 베니시오 델 토로의 기용으로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시작부터 그렇죠. 우린 베니시오 델 토로의 이미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의 형사 캐릭터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덕택에 델 토로가 연기한 하비에르의 캐릭터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지요. 그 특유의 우물거리는 대사와 인상 쓴 얼굴이 하비에르라는 정직한 남자에 더해지자 쉽게 단순해질 수도 있었던 그의 캐릭터는 입체적이 되었습니다. 그의 접혀진 얼굴은 일그러진 형상기억합금 조각처럼 필사적으로 펴지려고 하기 때문에 영화 전체에 강한 드라마를 줍니다.
물론 그는 일그러진 인상만으로 버티는 배우는 아닙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그가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독백을 들어보세요. 음울한 감정과 내면의 드라마가 구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지 않나요? 그의 연기가 그의 얼굴을 지나치게 닮아 있기는 하지만 결코 인상만 쓰면서 그치는 다른 배우들과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그는 거창한 그의 이미지를 이용하며 배우 생활을 해가겠지만 결코 그런 이미지만으로 남을 배우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