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어느 집사님의 몸에 암세포가 구석구석 퍼져서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린 지도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분은 그 모진 통증을 이겨내며 아직 살아계신다. 팔순이 넘은 연약한 몸이지만 내일 밭에 나가 농사지을 생각까지 하시는 대단한 분이다. 담당 의사도 지금 살아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할 만큼 말이다.
그래도 몸이 대단히 쇠약해 있으니 이틀이 멀다 하고 따님의 손에 이끌려 응급실을 찾아 차 있는 복수도 빼내고 필요한 조치를 받고는 다시 회생하여 농장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한계가 있는 것일까.
그 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모르핀을 맞으면 되는데 하지만 모르핀을 맞으면 이내 사망에 이른다고 하니 그것마저도 감내하며 버티다가 더는 피할 곳이 없어서 어제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셨다.
농장에 계시다가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기에도 그렇고 가까이에서 의료진의 돌봄을 받는 게 더 편리하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집사님께선 이제까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을 극구 거절했다는데 그 까닭은 그곳에 가면 금방 죽는다는 것이었고 농장에 있으면 어떻게라도 산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집사님의 입원 소식을 듣고 문득 우리 모두가 이곳, 세상이라는 호스피스 병동, 지구라는 거대한 병동에서 임박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이다. 다만 피할 수 없는 죽음 이후 그다음으로 가는 길은 서로 다르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이곳은 같은 장소이다.
당신은 이 병동을 떠나 그다음 어디로 갈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