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POINT-3
이 책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유럽은 어떻게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됐을까? 둘째, 1941~1945년 사이 동안 유럽이 지배력을 잃게 만든 결함은 무엇일까? 셋째, 1945년에 뒤이은 평화의 시대가 유럽의 미래 모습일까? 아니면 유럽은 과거로 돌아갈까? 마지막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이 책을 썼다고, 썼다.
짧게 답하면 유럽의 갈등 역사는 절대로 끝나지 않았다. 유럽의 기본 구조는 똑같다. 작은 대륙이 수많은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많은 민족국가로 복작거린다. 일부는 적개심과 원한의 역사를 뒤로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그런 정서가 지배하는 곳도 있고, 감추는 곳도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특정 지역 유럽인이 다른 지역 유럽인에게 품는 분노는 여전히 존재한다. 1945~1991년의 기간은 평화로운 시기지만 이는 유럽이 달성한 평화는 아니다. 평화는 미국과 소련이 강제했다. 1991년부터 2008년까지의 평화는 유럽이 이룬 성과다.
과거 31년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리라고 예상치는 않는다. 유럽은 더 이상 국제 체제나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아니다. 유럽은 유럽 바깥에 유럽을 억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이 훨씬 막강하다. 미국은 1918년과 1945년에 유럽에 붙은 불을 끄고 냉전 시대에 유럽을 억제했듯이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유럽은 자잘한 화약고가 있고 소규모의 화재가 발생하는 곳이다.
유럽은 정상적인 곳이다. 전쟁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서, 상대방을 거칠게 대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전쟁은 서로의 이익이 너무나도 달라서 싸우지 않으면 치를 대가가 싸우면 치를 대가보다 더 크면 일어난다. 시간이 흘러 갈등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유럽은 아무리 원해도 인간이 처한 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비극적이지만, 그래도 진실은 진실이다.
권력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유럽은 중간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처지가 되고 강한 권력이 없는 처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된다. 부유하나 강한 군대가 없으면 치명적이다. 따라서 유럽은 늑대가 우글거리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미 유럽에 눈독을 들이는 늑대가 있다. 앞으로도 눈독을 들이게 될 늑대도 나타난다. 독일, 프랑스, 영국 같은 개별적인 나라들은 이 틈에 끼여 경제적인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유럽 대부분의 작은 국가들은 그럴 역량이 없고, 그들은 역량이 있는 나라도 오로지 경제적인 힘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점이 유럽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군사적 도발을 하고 싶은 나라라면 어떤 나라든지 유럽인들을 겁박해 돈을 내게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문제를 외면하게 하거나, 당장 싸우기보다는 굴복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갈등은 유럽 본토와 유럽 반도 사이 놓인, 경제제약을 두고 양측 간에 벌어지는 전투다. 중요 갈등 지역은 우크라이나다. 발트해 연안 3국은 이미 나토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갑론을박이 있다. 서구 진영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대통령에 대한 봉기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인들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유럽과 미국의, 사주를 받아 축출됐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중요치 않다. 현실은 지정학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남쪽의 완충지대다. 이곳이 유럽의 영향권에 들어가면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고 지킨 볼고그라드 즉 스탈린그라드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00마일이 채 안 된다. 그러면 유럽 반도 전체가 잠재적으로 러시아의 적대적인 세력이 된다.
러시아는 지금은 그다지 막강하지도 않다. 육군은 껍데기만 남았다. 침략은 우크라이나 경제를 박살 냈고, 독일은 러시아에 맞서기 주저하고, 미국은 멀리 있어 러시아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중요한 만큼 유럽에도 중요하다.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필요하다. 가스를 얻으려면 정치적 대가를 치르려야 한다.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경제 지역은 화약고다. 이 지역 외에 러시아 변방 캅카스는 여전히 화약고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협정을 맺고 군대를 파견하여 불을 지폈다. 서구가 지원하는 조지아는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중간에 낀 꼴이 된다. 이 상황에 터키도 끌어들인다. 터키는 아르메니아를 학살한 역사가 있다. 터키는 러시아의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터키의 입지는 복잡하다. 강대국이 되었지만 아직은 아니다. 국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경기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 현상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필자는 주장한다. 터키는 흑해의 미래에 관심이 있고, 우크라이나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지중해 연안의 두 번째 화약고는 북아프리카와 터키에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인구이동이다. 값싼 노동력을 구하려는 사람을 유럽이 의도적으로 유인한 결과다. 유럽연합의 비자 면제 구역의 존속을 위험하고 있다. 덴마크는 이슬람교도의 입국을 막으려 한다. 이는 테러리즘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확산하거나, 북아프리카 정권들에 대한 위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우익정당이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실업이 속출하면서 필연적으로 기존 정당과 유럽주의자들은 이념에 신뢰를 잃었다.
당장 화약고는 유럽연합의 변경 지역이지만, 유럽연합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유럽에는 네 개의 연합이 있다. 독일계 국가들, 나머지 북부 유럽, 지중해 연안 국가들, 그리고 경계 지역의 국가들이다. 경계 지역의 국가들은 러시아가 예전의 경계 지역을 탈환하려는 시도에 직면해 있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대규모 실업에 직면해 있고, 미국이 대공황 때 겪었던 실업률보다 실업률이, 높은 국가도 있다. 북부지역의 국가들은 상황이 낫지만, 독일만큼 선전하는 나라는 없다. 네 개의 유럽이 존재하고 이 네 개의 유럽은 더 분열되어 다시 민족국가로 회귀하고, 그들이 극복하고자 했던 역사로 되돌아가고 있다.
결국 유럽의 문제는 유럽의 절정기였던 계몽주의 시대에 출몰했던 바로 그 문제다. 파우스트의 정신이다. 영혼을 팔더라도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다. 오늘날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 그들은 국가의 주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이러한 주권국들이 자국의 주권을 100% 행사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서로의 운명은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자기 나라의 언어를 쓰고 싶어 하지만, 그 바람이 상호이익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완전한 안보를 원하지만 스스로 방어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늘 그랬듯이, 또 다른 유럽이 있다. 현재 유럽은 소련이 사망하고 유럽연합이 탄생한 1991년에 시작되었다. 2014년 러시아가 다시 부상했고, 러시아와 유럽연합이 화약고가 되살아나면서 역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유럽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 환상은 놀랍게도 수명이 짧았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는 2014년에 부활했다. 제1차 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 만이다. 유럽은 그 지옥에서 벗어났다. 유럽이 과연 31년을 극복했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이다.
인간이 전쟁하는 이유는, 인간이 바보여서도 아니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서도 아니다. 인간은 고통이 닥치면 이를 감지한다. 인간이 싸우는 이유는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들에게 싸울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여전히 인간이고, 그들은 여전히 다른 이들이 지금 직면한 것과 같은, 그들이 과거에 직면했던 끔찍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평화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고, 과거에 그랬듯이 이따금 전쟁을 선택하게 된다.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3.05.05.
FLASH POINT-3
조지 프리드먼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간행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