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를 꿈꾸는 CEO (이계안, 우석훈 공저) 中
이계안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사회생활하고 승진하려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얘기는, 이계안 앞에서는 다 터무니없다. 너나없이 자기가 좋아하서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승진할 수 있느냐? 이계안 앞에서는 그게 반대의 명제가 된다. 승진을 제때 못하는 것은 술 먹고 노느라고 그런 것 아니냐? 이계안은 최소한 현대자동차 사장이 되어서 신문사 편집국장들 만나기 전까지는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땅 투기 하지 않은 고위직을 만나기가 요즘은 정말로 쉽지 않은데, 이계안은 드물게 땅 투기를 하지 않은 경제인이다. 자식들에게 과외를 시키지 않고 학원 안 보낸 사장, 이런 사람이 한국에도 있기는 하다. - 우석훈
최근의 대기업 입사 2~3년차나 대리 초반의 남성들 회사 생활을 보면 참 기가 막히다. 안 그래도 어려울텐데, 술은 왜 그렇게 자주, 비싸게 먹는지, 여자 나오는 술집은 또 왜 그리도 자주 가는지. 그 속에서 나는 ‘경쟁’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느낀다. 이계안은 그렇게 살지 않았던 하나의 성공 사례다. - 우석훈
지금 제가 우리나라 경제를 보면서 두 가지를 본질적으로 고민하는데, 하나는 골프이고 하나는 건물 지어 대는 것이에요. 그래서 부동산 투기 안 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골프의 경우 사람들이 주중에 골프를 많이 친단 말이에요. 그 이유가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이 주말에 골프 부킹을 못해서 주중에 친답니다. 원청사들, 즉 먹이 사슬의 위에 있는 사람들하고 교제해야 하기 때문이래요. 매일 골프 연습을 해서 그런 것 안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하고 경쟁해서 이겨 돈을 번다면 우스갯소리로 하느님이 공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의가 없으면 하느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정부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열심히 건물을 짓고 있죠. 건물 짓는 일은 정치적인 담합이라는 것을 이해해요. 시장이나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그러니깐 광역단체장이나 광역의회의원, 기초단체장. 기초단체의원, 심지어 국회의원들까지 건물 짓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동의해요. 뭐냐면 저거 봐라 저거 내가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것을 업적으로 내세워요, 모든 사람들이. 건물 짓지 않고 그런 돈으로 정보 교육이나 소프트웨어 등 보이지 않는 것을 한다면 교육에 대한 예산도 훨씬 잘 쓰게 될 겁니다. 인력과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면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국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은 안하고 동네마다 건물 짓는 것이 얼마나 많아요? 주상복합 건물이나 사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위험할 정도라는 거죠. - 이계안
내가 젊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첫째 기본에 충실해라, 기본을 안 지키고서 승진하는 사람은 없어요. ‘나인 투 파이브’는 엉터리로 해도, 퇴근 이후에 유력자들하고 술 마시고 잘 놀러 다니면 승진할 줄 아는데, 한 번은 그럴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 안 됩니다. 두 번째, 반드시 독서를 해라. 책을 읽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된다. 누구나 다 시간이 가고 나면 아 내가 그 때 술 마시고 포커 칠 것 조금 참고 이런 공부를 했더라면 하고 후회합니다. 공부가 단순히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 문학, 철학, 예술 따위에 대해서 조금씩이라도 보면 지금은 작은 차이지만 나중에는 큰 차이가 생겨나게 됩니다. 저를 승진시킨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저는 아침마다 와서 하는 이야기가 달랐다는 겄이었어요. 만날 때마다 같은 얘기만 하는 사람을 왜 두 번 만나요? 저는 오늘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만나면 또 다른 이야기 하니까 윗사람이 저를 만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일이 생기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단 말이죠. 어떤 인터뷰를 하는데, 질문받은 것이 당신은 서재를 무엇이라고 정의합니까? 그래서 제가 조금 오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서재는 ‘Where am I', 내가 있는 곳이다, 하나님이 ’I am I‘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야기했어요. 저는 책을 보는 장소가 정해진 곳이 없어요. 주머니 속에 문고판을 넣고 다니면서 약속 장소에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하면 꺼내 놓고 보고, 대중교통 수단 이용할 때도 꺼내서 보아요. 그리고 사무실과 집 두 군데와 집에 책을 두고서 거기에 앉으면 그 책을 보는 것이고 이동하면 다른 책을 보는 것이죠. - 이계안
제가 『조직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본 국제적인 엘리트는 일주일에 책 두 권 정도 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거든요. 제가 UN에도 가 보고 여기저기 가 봤는데 일주일에 책을 두 권 미만 보는 엘리트는 본 적이 없어요. 일정 직급 이상에서는 다 그렇게 하는데, 제가 그 책을 쓰면서 삼성을 필드 스터디해 보니까, 이 사람들은 책을 한 달에 두 권도 안 보는데, 술은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마시더라고요. 책 두 권 보는 대신에 술 두 번 마시는 조직이 한국을 끌고 가면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석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대통령은 자기가 대통령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이 대통령이 종착한 제일 큰 문제가 대화할 줄 모르고 소통할 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죽민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다를 때 국민을 설득해서 같은 편에 서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뜻도 없고 할 줄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분이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반대를 했던 사람들,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상인들과 수도 없이 협상했다고 하거든요. 시장 때는 그렇게 대화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던 분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왜 안 했을까? 제 생각은 그거에요. 그 분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인생의 끝점이라고 생각하고, 그 앞의 과정을 그 길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썼다는 것이지요. 디딤돌 만들 때는 누구나 열심히 하거든요. 저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통령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지, 그 다음에 대해서는 비전도 없고 소명 의식도 없는 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 이계안
삼성가의 사위이자 삼성화재 회장이던 이종기 씨가 죽었을 때, 신문에 미담으로 삼성화재의 이종기 회장이 죽었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부했다는 기사가 났어요. 제가 그 때 국회의원 할 때라 국세청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이것은 명의 신탁했던 것을 찾은 것이니까 세법상 세금을 내야 하는데, 거꾸로 이 사람들은 세금도 안 내고 미담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관계를 조사하라고 해죠. 그런데 조사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 때문에 삼성에서 찾아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국세청과 재정경제부에 한해서 국회의원으로서 정식 질의를 비공개로 했는데 삼성으로 이 이야기가 흘러갈까 싶었지만요. 그런데 며칠 지나자 전부터 알던 삼성의 지인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장관이나 청장이 삼성의 에이전트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더구요. - 이계안
지금 NGO가 봉착한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명분이 있어서 돈을 냈더니 그 돈으로 명분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먹고 사는 데 다 써버리더라, 심지어는 명분 있게 시작한 NGO를 권력화, 사유화해 가지고 특정 개인의 것처럼 되더라, 그러니까 사람들이 돈을 안 내는 거에요. 그래서 돈을 걷기 위해서 전문 업체가 나서서 디자인하기도 하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모금하는 사람이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기부하는 사람들이 더 신뢰하지 않을까요? - 이계안
요즘에 와서 생기는 문제가 정주영, 이병철 같은 기업가들의 자식들이 미국에 가서 어설프게 MBA나 하니까 부모 세대와는 달리 제조업보다는 돈에 대한 관리만 생각하고, 물건을 잘 만드는 것보다는 물건을 어떻게 포장해서 어떻게 팔 것인가에만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수십 년 동안 제조업을 해서 모았던 것을 금융을 통해서 일시에 털어먹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이계안
실제로 제조업을 바탕으로 해야 일종의 파생상품처럼 금융이라든지 다른 서비스업을 할 수 있는 거지, 제조업이 없이는 다른 산업이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조업에 가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거든요. - 이계안
제 주변 사람의 절반 가량이 시민 단체나 민중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고, 절반은 상당히 부자들이고, 절반은 도시 빈민이에요.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한데, 결국 한국 사회라는 게 도시 빈민 수준 활동가들의 상상력과 부자들의 상상력이 싸우는 것 아니에요? 너무 배고프면 절대 못 이겨요. - 우석훈
제 삶을 돌아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 사람은 요트도 타긴 했지만, 정작 진짜로 노는 것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 약자하고 놀았어요. 약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너무 작위적이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 노동자들하고 놀았어요.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메인스트림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셈인데,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하고 안 놀고 한나라당 반대편 쪽에 서 있지요. 한나라당이나 재계 쪽 사람들은 “저 인간 웃기는 인간이네” 하면서 따듯한 눈길을 보내지 않아요. 그럼 반대로 제가 놀러온 동네는 저를 받아 주고 같이 놀아 주는가? 그렇지도 않아요. 참 구박 많이 받으면서 서자처럼 정치하는 셈이지요. 일부는 제 책임인데, 이 동네 와서 논다고 하면서도 이 동네를 잘 믿지 못하는 것, 이게 바로 제 딜레마인 것 같아요. 아프지만 이 분석이 맞는 것 같아요. - 이계안
첫댓글 바로 인터넷으로 책 구입했네요ㅋㅋ
오우...."한나라당 이계진 위원" 으로 잘못보고 한소리 할려다가.....ㅋㅋㅋㅋㅋㅋㅋㅋ
동작구 국회의원이었는데 진짜 코빼기도 안보였습니다. 선거활동때는 진짜 엄청 호화롭게 했었죠.
아마 공약이 옆 동네만큼 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뭐 딱히 달라진게 없었습니다...; 전 별로 안좋아합니다.
저 위에 있는 말 중에 하나 걸리는 게 있네요. 현재 활동가들이 상상력이 부족하고 배고파서 기존의 권력가들에게 밀리고 있는 게 아니죠. 정확히 무슨 의미로 저 말을 했는 지 궁금하군요.
민중운동이나 노동운동하는 사람들 (상근활동가라고 하죠) 대부분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활동하고 있죠...지금 대한민국의 진보적 운동 자체가 지속가능한 운동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3년전 즈음 분당되기 전에 민주노동당에서 상근자 노동조합이 만들어 졌습니다. 중앙당 정책연구원들이 주도하여 만들어 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석,박사 출신에 유학파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 때 지역에서 일하는 민노당의 상근활동가 한명이 이런말을 했습니다.
'한달에 140~150 받는 사람들이 무슨 노조냐....난 한달에 80만원 받는데도 가만히 있는데....그마저도 체불되고 있지만....'
저도 주변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있습니다. 자본에 반대하지만 자본이 없어 허덕이는 구조도 매우 잘 알고 있죠.
개인적으론 상근활동가 분이 하신 말씀이 매우 마음에 안 들지만(노조는 돈의 여부에 상관없이 결성되어야죠.) 그 분들이 활동 중에 느끼거나 겪는 고통을 어느정도 알기에 참 한 편으로 씁쓸합니다.
저 역시 그말을 했던 그 형의 논조에 조금도 동의 하지 않지만,( 뭐 이런 얘기까지 쓸 필요는 없지만.... 저 발언을 한 형은 자주계열 이었습니다.)
'당신이 ㅈㅅ파이기 때문에 노조에 반대하는 거지?' 라고 절대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자주계열과 다함께 그룹이 상근자 노조를 비토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