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盧武鉉은 무모한가? 그는 오히려 치밀하다.
李會昌(이회창)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8% 정도 앞서가고 있던, 大選 이틀 전날,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을 통해 『鄭夢準 후보와 공동정권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흘렸다. 그리고 선거운동 종료 여섯 시간 전, 종로유세에서 『차차기는 …』 하는 문제 발언을 했다.
그는 상대방의 인물됨과 상대를 떨쳐내야 할 시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盧武鉉은 복잡한 인물이다. 「국민통합21」의 대변인으로서 선거기간 내내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는 자신을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영웅주의자」이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늘 논쟁적이며 非타협적이고 집요하다.
그런 그에게 「관용」과 「화해」, 「大타협」과 「포용」 등 흔히 큰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망상이다. 그는 설사 싸움에 진다고 해도 골리앗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역으로 승리에 더욱 더 집착한다. 「골리앗의 세상」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에겐 盧武鉉식 「옳음」을 위해 세상과 온몸을 부딪쳐 싸우는 것─정도전式 「개혁」이라고 해야 하나─그 자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그가 치러 온 치열하고도 정치생명을 내건 「싸움의 기술」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는 매우 다르다.
盧武鉉을 알면 「柳時敏 카드」가 읽힌다
지난 2월10일 盧武鉉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
사람들은 『지지율 10%의 대통령이 뭘 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한다. 盧武鉉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盧武鉉은 새해 연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저는 끊임없이 그 시기 여론과 일치하지 않는 선택을 해왔고, 그 선택을 포괄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아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 시기 시기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큰 조류를 보고 가는 선택, 그러면서도 현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균형 있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매우 세련된 언변이다. 그러나 그의 이 발언은 실질적인 「선전포고」다. 그의 생각은 이미 2년 후에 가 있다. 2007년 벌어질 「격투기」의 프로모터로서 그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 「프로모터 盧武鉉」.
그는 과연 어떤 링을 그리고 있을까. 盧武鉉을 정확하게 읽어야 「柳時敏 카드」의 비밀이 풀린다.
승리가 보이지 않는 現 여당 판세
盧武鉉식 승부수
大選을 향한 경기 종은 이미 울렸다. 링 밖에서 「프로모터 盧武鉉」은 여러 장의 카드를 점검해 보고 있다. 일단 鄭東泳(정동영) 前 장관, 金槿泰(김근태) 의원이 눈에 띈다. 일찌감치 두 후보들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통일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투자도 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전부터 두 후보는 맞상대인 朴槿惠(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李明博 서울시장에게 대적 상대가 되질 않는다.
문제는 두 후보의 파이팅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웬일인지 두 후보 모두 일찌감치 현실 정치에 안주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절대적 勢(세) 불리를 감지한 金槿泰 의원은 최근 高建(고건) 前 총리의 강연회장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중도개혁 세력이 주도하는 「실용주의 노선정착」이라는 명분下에 2대 1로라도 싸워 보자는 게 金槿泰의 심산이다.
高建 前 총리라? 이건 盧武鉉식 승부수가 아니다. 金槿泰 후보는 盧武鉉 대통령을 읽지 못했다. 高建 前 총리의 용도는 분명하다. 집권 초기 정권안정을 위한 총리감일 뿐이다. 盧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권과도 타협한 高建 총리와는 체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민주당 통합론」에 대해서도 『제 소신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나 정당 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大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제 그는 盧武鉉식의 「균형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후보群으로는 이길 수 없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경기 틀」 자체를 바꿔 보는 것이다. 차라리 완벽하게 새로운 선수를 투입해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한 카드가 완벽한 신인 「柳時敏」이다.
그가 柳時敏 장관을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도 뒷주머니 속에 꽂아 둔 이유는 무엇일까. 김원웅 의원 말마따나 「盧대통령의 입속의 혀처럼 움직여서」일까. 盧대통령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그는 2007년에 펼쳐질 본무대에서 센세이셔널한 흥행이 가능한 물건을 찾고 있다.
그가 만약 鄭東泳·金槿泰 후보들을 내친다면 『실패하기 싫어서』이고, 柳時敏 선수로 교체를 고려한다면 『혹시 성공할지도 몰라서』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부사 盧武鉉 대통령은 왜 새로운 전선을 구축키로 결심했을까? 어떤 상황이 盧대통령을 움직이게 했을까. 盧武鉉식 판세읽기의 요체는 무엇일까. 도대체 柳時敏의 어디에서 가능성을 봤을까.
1.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바뀌었다. 당 조직, 정치자금 동원력, 화려한 경력은 잊어라
2002년 모든 게 바뀌었다
MBC TV「100분 토론」진행자 시절의 柳時敏. |
대한민국은 지난 2002년 大選을 계기로 정치지형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盧대통령 이전의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막강한 정치보스가 거대한 당 조직,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하며 정치력을 발휘하는 형태였다.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한나라당의 李會昌 후보는 선거에서 패했다. 盧武鉉 후보는 지난 大選에서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고, 지지 의원이나 당내 계파도 없었다. 확실한 정치권의 지지 세력이라야 정당의 면모조차 갖추지 못했던 개혁당과 대표 집행위원이었던 柳時敏 정도였다.
오히려 그의 진정한 정치세력은 「노사모」로 통칭되는 「노빠」들이었다. 그는 지난 大選戰을 치르면서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지지세력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성공했다.
盧武鉉과 柳時敏은 「오야붕-꼬붕」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열린당 의원의 얘기다.
『盧武鉉과 柳時敏은 쿠데타를 위해 각각 사단 병력을 끌고 서울에 진입한 사단장이다. 上下관계가 아니다. 柳時敏 스스로도 盧武鉉 정권에서 자신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盧武鉉은 柳時敏만이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고 믿는다. 盧武鉉은 열린당을 깨고, 柳時敏이 뛰쳐나와 국회의원 20명을 거느린 원내교섭단체만 구성한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열린당과 민주당을 합쳐서 무얼 어쩌겠다는 생각이 盧武鉉의 마음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盧武鉉은 열린당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정치적인 빚이 없다. 차기 大選을 치르기 위해 열린당이라는 당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초선의원들까지 나서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 당기고, 대통령을 들이받는 열린당이 짜증날 뿐이다. 그에게 탈당은 시간문제다.
盧武鉉이 柳時敏 카드를 빼든 것은 그가 예뻐서도 그에 대한 의리 때문도 아니다. 盧대통령은 이미 바뀐 정치지형에서 2007년 大選 판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 지형에서 보면 鄭東泳 前 장관·金槿泰 의원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정치지형이 바뀌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해 버렸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 후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朴槿惠 대표·李明博 시장도 바뀐 지형을 정확하게 인식하기보다는 「웰빙당」의 후보群들답게 몸조심에 전전긍긍이다.
2007년 大選에서는 거대정당이나 오프라인 조직, 천문학적인 자금 등으로 대변되었던 과거정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강력한 정치철학과 이미지, 그리고 소수라도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 동원술과 선전술을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타고난 승부사 盧武鉉은 이미 바뀐 지형과 지물을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동원해 선거戰을 치러 낼 수 있는 싸움꾼을 찾고 있다. 가장 적합한 인물은 바로 柳時敏 장관이다.
2. 1%의 강렬한 지지자가 50%의 흐리멍텅한 지지자보다 낫다
명확한 전선, 정치적 동원술이 중요
2004년 3월12일 盧대통령 탄핵 당시 柳時敏 의원이 국회 경위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면서 울부짖고 있다. |
새로운 정치지형은 새로운 정치선전도구를 등장시켰다. 바로 포털 사이트다. 포털에서는 朝·中·東(조·중·동)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이 동일하게 대접받은 지 이미 오래다. 거대신문만 박살난 것이 아니다. MBC TV의 「PD 수첩」이 네티즌들이 만든 동영상 「동네수첩」에 깨지는 것도 봤다.
네티즌들이 MBC를 상대로 사상초유의 광고 중단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촛불시위도 주도한다. 「동네수첩」의 내용을 보면 그 취재력과 네티즌들에 대한 동원술이 간단치 않다. 검찰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이런 모든 커뮤니케이션이나 행위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이뤄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이상 특정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지 않는다. 과거에는 거대언론─朝·中·東이나 KBS·MBC 등─ 이 일방적으로 국민여론을 주도해 나갈 수 있었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어림없다. 黃禹錫(황우석) 사태만 해도 黃禹錫 박사에 대해 거대언론들이 그토록 융단폭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찬반여론이 「1대 9」식으로 나뉘질 않는다. 사태의 전말이 거의 드러난 지금도 「황빠」는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다.
「1대 9」, 「2대 8」식의 세력구분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단 1%라도 열렬한 지지층이 있으면 그들은 50%의 흐리멍텅한 반대세력보다 강렬하다.
결국 전선을 분명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털을 지배할 수 있는 자는 거대언론과 싸울 수 있다. 盧武鉉 대통령과 柳時敏 장관은 거대언론을 골탕먹이면서 자기 편을 만들었다.
3. 盧武鉉식 정계개편은 철저하게「마이너스 게임」
「마이너스 게임」은 선명한 후보를 만든다
5·31 지방선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열린당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국민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워낙 청와대와 집권당인 열린당이 죽을 쑤니 반대급부를 챙길 뿐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한다고 열린당이 당장 분열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대정당이란 늘 관성만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당을 차고 나와 정계개편을 주도할 만큼 용기 있는 정치인들도 막상 찾으면 별로 없다. 고작해야 일부 의원들이 高建 前 총리 쪽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열린당은 지방선거의 패배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 새로운 분단장을 시도할 것이다. 지방선거의 패배를 盧대통령에게 전가함으로써 盧대통령과의 이별을 주장하는 쪽도 있을 것이고, 민주당 또는 국민중심당 등 여러 정파들과의 합종연횡, 高建의 영입, 새로운 인사들의 영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권의 계산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눈엔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아무런 감동도 없다.
이런 정계개편 논의는 「盧武鉉식」이 아니다.
盧武鉉은 안일한 방식으로 정계개편을 할 인물이 아니다. 그에게 「열린당+민주당+高建」, 「중도개혁세력의 大통합」 같은 「잡탕밥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필자는 지난 大選 때 「국민통합21」의 대변인으로서 그를 옆에서 지켜봤다.
2002년 大選 투표일을 2~3일 정도 앞둔 시점, 양당의 지도부들이 서울의 막바지 유세에 매달려 있을 때다. 유세장소 이동 중에 盧후보, 秋美愛(추미애) 의원 등과 잠깐 카페에 들렀었다. 그때 그는 秋美愛 의원에게 「민주당의 완벽한 개혁, 해체-새로운 정당」을 얘기했다.
「국민통합21」 쪽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쯤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면서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盧武鉉-鄭夢準 공동정권은 이미 물 건너갔다. 꿈을 깨야겠다. 盧武鉉은 절대 공동정권을 할 인물이 아니다」
盧武鉉은 선거운동에 몰두해 있는 그 순간 「민주당 공중분해」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 12월18일 밤 합동유세 중인 盧武鉉 후보와 鄭夢準 의원. 이후 鄭의원은 盧武鉉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
이제 열린당을 깰 순서
그렇다. 이것이 盧武鉉식 승부수다. 그의 방식은 철저히 「마이너스(빼기)」 방식이다. 그는 집권 초기 정치안정이 절대로 필요한 시점에서도 민주당을 쪼개 「열린당」을 만들었다. 이제 열린당을 쪼갤 순서다.
열린당은 이미 너무 안주해 버렸다. 盧武鉉이라면 열린당內 盧武鉉 대통령 계열의 몇몇 의원, 柳時敏 장관 지지세력 등을 빼내 와 민주·자주세력, 통일세력 등을 함께 아울러 기존 정당으로부터의 大탈출, 즉 「엑소더스」를 감행할 것이다.
盧武鉉이 생각하는 「盧武鉉식 정계개편」에는 勢가 필요없다. 강력한 核만 존재하면 된다. 그래야 후보가 선명해진다. 그 시점이 가까이 오고 있다.
4. 鄭東泳·金槿泰·高建 vs 柳時敏
柳時敏은 철저한 흥행사이자 싸움꾼
柳時敏 장관의 특징을 좀 들여다보자.
柳時敏의 정치행태는 정치노선과 철학이 같은 「盧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단순한 의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숱하게 얻어맞고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도 「싸가지 없다」는 욕을 얻어먹어 가며 맷집을 키워 왔다.
8대 2의 가르마, 옅은 화장, 말쑥한 정장차림, 자세를 낮춘 겸손한 말투 등 청문회에서의 柳時敏 내정자를 두고 말이 많았다. 「바뀌었다」는 둥 「위장이다」는 둥. 모두 쓸데없는 얘기다. 만약 정치인 柳時敏이 처음부터 지금의 인사 청문회장에서의 모습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유독 초·재선 의원들이 많은 이번 국회에서 張三李四(장삼이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국회에서 스타가 된 정치인을 꼽기 어렵지 않은가.
柳時敏의 캐릭터는 盧대통령이 하사한 것도 공짜로 얻은 것도 아니다. 柳時敏 자신이 코피 터져 가며 얻은 전리품이다. 盧대통령 주변에는 柳時敏 못지않게 코드가 잘 맞거나, 柳時敏 이상으로 충성심이 강한 정치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柳時敏이 되지는 못했다. 욕 얻어먹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뛰어난 정치인은 반대를 즐기고, 위대한 정치인은 반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치세계의 평범한 상식이다. 柳時敏 스스로 청문회가 끝날 때 도종환 詩人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이라는 詩를 읊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그간의 「왕따」 소회를 피력하지 않았던가. 柳時敏은 스스로 큰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흥행요소를 만들어 냈다.
[흥행요소 1] 포퓰리즘을 아는 정치인
柳時敏은 철저하게 대중(유권자)을 의식하고 소통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같은 당의 의원이나 상대 당의 의원이 정치상대가 아니다. 그에게 정치인들과의 교감은 의미가 없다.
그는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분노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을 대신해 여당이나 야당 의원들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敵으로 돌려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어 내는 기술도 있다. 즉 포퓰리즘을 이용할 줄 안다. 이런 점에서 盧대통령과 무척 닮았다.
[흥행요소 2] 논쟁적·논리적인 언어능력
柳時敏의 말은 논쟁적이다. 누구도 언론을 그만큼 잘 요리하지 못한다. 정치인의 무기는 「말」이다. 그의 말은 「칼」이자 「독설」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언론이 제목 뽑기 좋게, 아니 언론을 敵으로 만들기에 충분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단어들을 선정한다. 거대언론의 기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柳時敏의 홍보비서가 되었다.
거대언론들은 자신들이야말로 거대한 안티세력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朝·中·東이 건드리면 그는 더 커진다. 그런가 하면 토론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시사프로그램의 사회자이기도 했다.
유장한 문장가이기도 하고 머리가 좋다. 그에게 장관으로서 토론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점이 드러날 소지가 충분하다. 이미 이번 청문회에서도 그의 언어능력과 사고력은 부분적으로 입증되었다.
[흥행요소 3] 彼我를 가르는 영리한 戰線 구축
지지세력과 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고 전선을 확실하게 형성해 낸다. 특히 「유빠」들은 과거 「노빠」들이 盧武鉉이라는 정치인을 인큐베이팅했던 경험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참여정치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구체적 세력으로 커가고 있다.
게다가 柳時敏에게는 이들 「유빠」로 통칭되는 지지세력을 어떤 말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아는 「영리함」이 있고, 동시에 敵을 분개케 하는 「독기」가 있다. 전선구축이 분명해야 내 편과 네 편이 헷갈리지 않는다.
[흥행요소 4]「8:2 가르마」로 가동되는 연기력과 실천력
2005년 4월2일 열린당 당의장 경선에 출마한 柳時敏 의원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일단 전략을 세우면 그 전략을 매우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연기력과 실천력이 확인되었다. 그는 이번 청문회에서 「의외로 겸손하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겸손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柳時敏에 대한 「싸가지」 이미지는 신문들을 통해 전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같은 이미지의 상당부분은 朝·中·東으로 일컬어지는 보수언론에 의해 전해진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 신문은 비단 柳時敏의 지지세력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과거의 위상을 많이 잃어 버린 상황이다.
그런 판에 청문회 기간 중 방송을 통해 비춰진 柳時敏의 모습은 국민들 중 적잖은 수를 헛갈리게 했을 것이다. 「가볍고 싸가지 없는 모습」만 예상했는데 8대 2 가르마에 의외로 「진중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필요하다면 자세를 더 낮출 것이다. 이미 『야당을 모시고 또 모시고 섬기겠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 점에선 오히려 盧武鉉보다 더 전략적이다.
[흥행요소 5]『확실한 젊음』
그는 젊다. 실제 나이(1959년생)보다도 이미지는 더 젊다. 鄭東泳(1953년생), 朴槿惠(1952년생), 高建(1938년생), 李明博(1941년생), 金槿泰(1947년생), 李海瓚(1952년생) 후보群들과 비교해 볼 때 비린내가 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다. 그래서 그는 출몰 자체만으로도 유권자의 세력판도를 젊은 층과 중·장년층으로 확실하게 가를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흥행요소 6] 눈치 본 적 없는 不事二君의 충성심
그는 권력관계에서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대통령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충성을 보인 적이 없다. 계파도 없고 左顧右眄(좌고우면)한 적도 없다. 배짱과 영악함을 다 갖춘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확실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대통령 빽」을 스스로 얻었다. 盧대통령 입장에서 봐도 鄭東泳 前장관·金槿泰 의원은 필요에 따라 정치적 소신을 「포용」이라는 미명下에 바꿀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柳時敏은 말을 몇 번 바꾼 적 은 있지만, 자신의 有不利(유불리)에 따라 정치철학이나 소신을 바꿀 인물은 아니다. 그 점에서 柳時敏은 盧대통령에게 든든한 동지이다. 大選구도에서 현직 대통령의 힘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不事二君(불사이군)이 늘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도 盧대통령은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盧대통령과 「일란성 쌍둥이」라는 평가는 엄청난 부담이기도 하다.
[흥행요소 7]「교란용·연합용·후보단일화용」 등 다면카드
柳時敏은 다면카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盧대통령과의 신뢰 면에서도 그렇고 차기 大選 승리 구도를 만들어 내는 데서도 그렇다. 즉, 盧대통령은 柳時敏 카드를 통해 여권후보를 교란시킬 수도, 합종연횡을 시킬 수도 있다.
鄭東泳·金槿泰 카드와 각을 세울 수도 있고, 여차하여 대권구도가 李海瓚 카드로 옮겨질 경우 李海瓚 카드를 위해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는 카드다. 막판에 여권후보 단일화가 필요할 경우 선거판의 흥행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 몸을 던져 죽어 줄 수도 있는 순정성이 있는 카드다.
그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질 것이 가장 확실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5. 여전히 안이한 웰빙 정당 한나라당
「李會昌 교훈」에서 아무것도 못 얻어
2003년 4월29일 면바지 차림의 柳時敏 의원이 의원선서를 위해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
차기 선거가 盧武鉉 대통령을 여전히 흥분시키는 것은 「웰빙 정당」인 한나라당이 거의 無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노마크 찬스」를 맞은 것이다. 5·31 지방선거는 2007년 대통령 선거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싸움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표를 위시해 당의 책임 있는 당직자들이 팔짱만 끼고 있다. 한나라당 「人材영입위원회」의 김형오 위원장도 人材영입에 실패했다. 「이미 이긴 선거」라는 인식 때문에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31 지방선거에서 승리는 할지 몰라도 흥행 면에서나 「大選의 전초전」이라는 면에서는 실패하는 선거판이 될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다. 盧정권에 대한 民心(민심)이반으로부터 얻은 반사이익이 많다. 그런데도 모두 「부자 몸조심」하듯 정치를 한다. 지난 두 번의 大選에서 보수층만 믿고 연이어 실패한 李會昌 후보와 과거의 한나라당 모습에서 변한 것이 없다.
현재 차기 大選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압승구도로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大選까지는 아직도 2년여가 남았다. 지금 차기 열린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鄭東泳·金槿泰·高建 등이 아닐 수도 있다.
선거 막판에 柳時敏과 같은 「칼잡이」를 만난다면, 한나라당 후보의 이미지 설정이 어려워진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이나 보수층 입장에서 보면, 柳時敏은 게임도 되지 않는 애송이에 불과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게다. 그러나 李會昌 후보도 그들의 눈으로 보면 말로 안 되는 盧후보에게 깨졌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안이하다.
6. 盧武鉉·柳時敏,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다
정치철학 계승이 더 중요
盧武鉉은 가진 것 없이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판에서는 늘 「왕따」였다. 특별히 주변에 빚진 것이 없으니 갚을 것도 없다. 가진 것이 없으니 버릴 것도 없다. 그는 이미 한 번의 정권쟁취에 성공했고, 2007년에 진다고 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盧武鉉은 기왕에 질 것이라면 오히려 확실한 자신의 정치철학을 계승할 정치집단을 정치권에 남겨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정권을 잡은 世宗(세종)과 正祖(정조)를 「후계체제 수립에 실패한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역할모델은 鄭道傳(정도전)이다. 그가 조선조 500년을 지배한 「정신」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점은 柳時敏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빈 손으로 출발한 정치다. 그래서 그는 무섭게 싸울 수 있다. 그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자신의 정치철학과 노선이 분명하고 非타협적이다. 실패보다는 타협을 두려워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느 시점에 盧정권에서 가장 크게 압축성장한 정치인이 되었다.
盧대통령은 그를 청문회라는 사자 우리 속에 던져 봤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의 목표가 장관 자리일까? 아니면 그 이상? 자리에 목표를 둘 수 없었을 만큼 「왕따」로 출발한 柳장관이기에 더 큰 장난도 칠 수 있지 않을까.
7. 전략과 전술은 지는 쪽에서 더 절실하다
현재의 유력후보群들도 변해야
2004년 12월 보안법 폐지 농성 중인 柳時敏 의원. |
이 글은 「柳時敏 띄우기」가 아니다. 盧대통령의 노림수를 읽어 본 것이다. 그래야 柳時敏 카드가 읽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盧대통령의 2007년 大選 히든카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의 재미있는 유머가 있었다.
상대방이 어드레스를 할 때 『차기 대통령이 柳時敏이래』 하면 「100%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 유머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는 盧武鉉과 柳時敏에 대한 조롱과 멸시가 숨어 있다. 그러나 2002년 민주당 大選후보 경선에서 李仁濟(이인제)·鄭東泳·金槿泰·韓和甲(한화갑)·金重權(김중권)·柳鍾根(유종근) 후보들은 막판에 뛰어든 盧武鉉 후보에게 여지없이 깨졌다.
그 뿐인가. 100% 승리를 확신했던 정치행보를 보였던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도 무참하게 실패했다. 모난 돌 柳時敏이 盧武鉉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盧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권이다. 盧武鉉 학습효과가 「盧武鉉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평가받는 柳時敏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戰意 불타오르는 盧武鉉
『차기 대권후보를 현직 대통령이 줄기세포 배양하듯 키울 수 없다』는 말도 상당부분 맞다. 柳時敏 카드는 어쩌면 鄭東泳·金槿泰 카드보다 더 불안한, 아니 고려대상도 되지 못하고 폐기처분되는 카드일 수도 있다.
그러나 窮卽通(궁즉통)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변한다」는 뜻이다. 盧대통령은 불리할수록 戰意(전의)를 느끼는 싸움꾼이다. 그는 남들이 다 아는 카드로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읽은 선거판은 마냥 불리하지도 않다.
바뀐 정치지형과 거대언론을 대체한 포털의 등장, 가까워진 정계개편의 시기, 답답한 여권 후보群들의 전투력과 싸움꾼 柳時敏의 성공적인 장관 입성, 여전히 안이한 한나라당, 설사 진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는 盧대통령과 柳장관의 배짱 등이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 준다.
盧대통령은 바뀐 선거판에서 가장 잘 싸울 싸움꾼을 선정하면 된다. 그리고 관객을 최대한 끌어 모아 흥행에 성공하면 비관적이라 볼 수 없다. 盧武鉉식 계가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열린당의 鄭東泳 前 장관, 金槿泰 의원, 한나라당의 朴槿惠 대표, 李明博 서울시장 그리고 高建 前 총리는 너무나 안이하다. 이들이 변할 수 없는 이유는 승리가 가까운 것 같기 때문이다.
흥행사 盧武鉉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선선히 포기할까? 아니면 전열을 再정비할까? 모난 돌 柳時敏은 세상을 조각할까? 아니면 정에 맞아 산산이 부서질까? 차기 大選이 흥미를 더해 간다. ●
첫댓글 유시민?...?...?...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이야기 대비합시다. 이제는 하나라도 실수는 안돼요 배수의진을 친 듯이 살아가야 합니다. 실패는 결국 자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