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비행장으로 향했다.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LA(Los Angeles)로 가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다. 8시 50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11시 44분에 엘에이에 도착하니 2시간 54분 동안 미국 서부의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부터 8월 11일까지 20일간은 동생이 미리 예약해놓은 여행사의 일정에 따라 서부 대륙 6박 7일, 동부 여행 8박 9일, 그리고 두 여행사이의 4일간은 엘에이 코리아 타운의 호텔을 예약해 놓았다.
동생에게 항공여행은 비행기 창 쪽 자리를 예약 해 놓으라고 일러 창밖의 전망이 매우 좋았다. 이륙 후 20분쯤 지났을까? 만년설의 레이니어 산이 장엄한 자태를 뽐낸다. 하늘에서 보니 평평한 땅위에서 산 하나만 우뚝 솟아 단연 돋보이는 흰 산이다. 레이니어 산을 뒤로하고 20분쯤 날아가는데 아니 다시 되돌아왔나? 눈앞에 또 레이니어 산이 튀어나온다. 나중에 동생에게 물어보니 이 산은 워싱턴 주에서 레이니어 산, 베이커 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아담스 산(Mount Adams)으로 높이가 3,743m라고 한다. 이 산은 미국의 산 중에서 기술등반을 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의 산이어서 하루 만에 정상을 찍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고산증세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1박 2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담스 산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한 20분쯤 날아왔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또 눈앞을 가로막는 레이니어!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산은 오리건 주에서 가장 높은(3,492m) 후드 산(Mount Hood)이란다. 이 세 산들은 우리나라의 산들처럼 맥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화산이 폭발하여 대평원가운데에서 불룩불룩 솟아오른 산들로 마치 미국 서부의 젖무덤 같다. 그러나 이 산들로 이어지는 지형을 미국에서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이라고 한다.
이 세 산을 지나니 바둑판처럼 펼쳐진 땅위를 나르고 있다. 끝없이 드넓은 녹색의 사각형 바둑판 위를 비행기로 30분 이상 나르니 그 바둑판이 얼마나 넓은가는 어림짐작이 간다. 아마 우리나라 전 국토의 면적보다 넓으리라. 그런데 이 바둑판 옥토가 개척 전에는 사막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이 드넓은 면적의 사막에 물을 끌어들여 옥토로 만들었을까? 캘리포는 <울긋불긋한 치마>라는 뜻으로 캘리포니아는 <지상의 낙원>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니까 울긋불긋한 사막을 지상의 낙원으로 탈바꿈해 놓은 것이다. 이 낙원의 옥토는 콜로라도 강에 길이 220m 높이 480m의 후버댐을 건설하여 190마일의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여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캘리포니아 주는 넓이가 우리나라의 4.2배 인구는 3,900만 명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 수 없었던 불모지를 인공의 힘으로 옥토로 만들어 올리브, 아몬드, 포도, 쌀, 옥수수 등 곡식과 과일을 생산해 내고 있는 미국의 국력에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다.
한 시간 50여분을 날아 아래를 바라보니 불긋불긋한 토산들이 열려있고 토산들에 둘러싸인 바닷가 도시가 보인다.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여기서 40여분을 더 날아가니 사막의 벌거벗은 산들로 둘러싸인 바닷가의 큰 도시가 보인다. 바로 엘에이(Los Angeles)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서부는 워싱턴 주를 벗어나면 내륙이든 바닷가든 가리지 않고 온통 사막의 땅이다. 이 사막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 캘리포니아(Calipornia) 즉 <지상의 낙원>으로 일구어 낸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최대강국으로 군림하게 된 하나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엘에이 공항에는 US 아주투어 회사 안내원이 나와 기다린다. 안내원이 차로 코리아 타운(Town)으로 향하여 내일부터의 일정을 안내해주고 오늘밤 숙박할 호텔(Garden Suite Hotel)로 데려다 주어 여장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