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살점과 끝내주는 국물맛에 반하는 가을별미, 자연산홍합탕입니다.
홍합은 찬바람이 불면 맛이 들어 가을겨울별미로 손꼽히는데요. 우리가 친근하게 먹어왔던 홍합은 '지중해담치' 또는 '진주담치'라 불리우는 외래종입니다. 선박을 통해 우리나라에 왔다가 1960년대즈음 대량양식에 성공하면서 대중적인 가을겨울식재료로 자리잡았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푸짐하고 또 시원한 국물맛에 더더욱 사랑받았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좋아했고 또 한아름 삶아 국물과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데, 장터에서 지저분하고 돌덩이같이 생긴 홍합(자연산홍합, 섭)을 만난뒤로는 홍합의 제맛이 이런거구나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연산홍합은 크기도 12-15센치가량되고 한개의 무게도 상당할뿐만아니라 껍질은 거의 돌덩이수준의 전복껍데기같고 살점도 전복살 못지않은 찰지고 쫀득한 맛이 끝내줍니다. 한번 먹어보기만하면 양식홍합은 거들떠도 안보게됩니다. 수십배는 맛있기때문입니다. 살점이면 살점, 국물맛이면 국물맛 압승입니다. 절대 따라올수 없습니다.
손질이 다소 양식산에 비해 번거롭지만, 맛과 영양적 측면에서는 너무 우수(우월)한데, 양식으로 생산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외래종으로 대거 키워왔는데요. (외래종인 진주담치는 번식력이 끝내주거든요.) 맛과 식감, 영양 그 어데하나 빠지는데가 없어서 자연산홍합(섭)을 어떻게든 양식을 하려고 그간 수산업계연구진들이 나름 연구과 실험을 해왔고 성공이야기도 들려서 멀지않는 시일안에 많은사람들이 즐겨먹을수 있지않을까 하고 기대를 품어봅니다.
자연산홍합은 언뜻보기에는 따개비도 붙어있고 정말 지져분하게 생겼습니다. 양식산은 지져분해봤자 쓰윽 문지르기만 하면 검은빛깔 윤기가 나는데, 자연산홍합은 따개비뿐만아니라 바다풀을 비롯해 덕지덕지 구석구석에 들러붙어 있습니다. 크기도 성인 손바닥만한 크기라 보기만해도 금새 알아챌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못만났고 겨울끝트머리쯤(올 2월)에 건어물을 파는 곳(말린생선 파는곳)에서 '깐 자연산홍합'을 만나 국거리용으로 아주 맛있게 챙겨먹었는데요. 그래서 올 가을은 만날 기대도 안하고 있던차에, 장터에서 못?생긴 (지져분한) 홍합이 아담한 크기로 판매되길래 한아름 사왔습니다. 아직 덜 여문듯한데 (12센치정도는 안되고 7-8센치) 이게 왠 횡재냐 하면서 기쁘게 사왔습니다.
사실, 우람하게 성장한 자연산홍합을 사자면 고민이 됩니다. 손질이 정말 만만치않거든요. 탕처럼 쉽게 먹고파도 그 우람한걸 넣자니 아깝고, 일일이 하나씩 칼로 힘주며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여기거든요. '이게 어디냐' 하는 반가운 마음하나와 '저걸 은제 손질하누'하는 간사한 마음 두가지가 막 싸웁니다. (그런 갈등속에서도 만나기만하면 언제 또 장터에서 만나려나 하면서 덥썩 사오긴합니다.) 그런데, 이번건 작으마한 편이라서 정말 손질도 수월하고 간단하게 탕으로 끓여먹으니 더할나위없이 좋습니다.
혹여, 가을겨울장터에서 만난다면 주저마시고 사다가 끝내주는 살점과 국물맛을 즐겨보시랏!
워낙 자연산이라서 크기는 들쑥날쑥했는데요. 보기에는 작으마한 것들도 삶아놓으니 알이 확실히 큽니다.
국물맛! 정말 끝내줍니다. 쓰러질뻔했습니다. 시원함의 극치! 최고봉! 입니다.
거기다가, 홍합살점! 진짜 예술입니다. 쫄깃이 아니라 졸깃졸깃 차지게 입에서 감기는데 고급해산물 한점 한점 먹는듯이 안겨옵니다. 한알만 먹어도 맛과 영양이 꽉차오르는 듯해요. 거기다가 시원한 국물맛은 후루룩이 아니라 음미하면서 먹게되요. 오호~~ 끝내주는구만!! 캬~~ 하문서. (술먹는소리 아녀요!)
기회가 닿는다면, 가을겨울날은 꼭! 자연산홍합을 먹으라오 강추합니다. 그건, 그간 먹어온 홍합맛이 얼마나 가벼운맛인가를 알게되고, 우리땅에서 오래도록 자라온 자연산홍합이 왜 맛있을수밖에 없는지를 배우기때문입니다.
무조건 양식산이 나쁘다거나, 무조건 자연산이 좋다거나 할순 없습니다만, 자연산식재료들을 맛보면서 원래가진 식재료의 맛이 무엇이었는가를 가늠하게되고, 어떤것이 양식에 이양되어 보다 더 나은 해산물먹거리들을 생산(양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게됩니다.
요즘 바다가 신통치않아 전반적인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는데, 자연산홍합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어렵게 일일이 채취해서 따온 만큼 장터에서 만난다면 주저마시고 구입해 그 우월한 맛을 꼭! 익히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 외래종이든 식재료가 부실하든 생관없이 많이만 생산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제대로된 것( 품종에서부터 사회역사적 가치까지)'에 집중해서 키울수있는 생산토대(양식토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앗! 작으마해서 그런지 가격은 1키로에 5000원이였습니다. 양식홍합에 비하면 비싸고 양도 적어보이만 한알만 먹어도 꽉찬맛에 모든것이 용서되오니, 장터에서 만난다면 절대 주저마시고 횡재라 여기면서 꼭! 구입하시길.
자연산홍합탕
재료: 자연산홍합1키로
양념: 통마늘3알, 매운고추2개(작은것), 소금아주 약간, 물3컵반
자연산홍합탕은요
손질만 해결하면 물적당량넣고 통마늘편썬것, 고추어슷썬것 넣고 한소끔만 끓여주면 됩니다.
너무 간단하고 맛있는 별미입니다. 양식홍합으로도 이렇게 끓여주면 맛있습니다.
12센치정도 큰 것들은 탕으로 먹기보다 살을 발라 '별미밥'이나 '죽', '미역국'에 넣어먹으면 너무 좋습니다. 알이 워낙 크기때문에 두세알만 넣어도 홍합향과 차진살점이 그득그득 넘칩니다.
7-8센치 크지정도의 것들로는 탕이나 국을 끓여먹으면 너무 좋습니다.
손질법은 양식산 홍합은 매끄러운 편이라서 많이 신경쓰지않아도 깔끔하게 손질이 되는편인데요. 자연산홍합은 덕지덕지 뭐가 많이 들러붙어있는데, 따개비같은경우는 떼어지지않아요. 그건 내비두고, 지저분한 것들은 자연산홍합으로 해결해요. 무슨말이냐면, 다른홍합의 입부분으로 긁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따개비를 제외한 지저분한 것들이 떼어집니다. 그것으로 안되는건 어쩔수 없는것이니 너무 힘싸움 하지마시구요.
이렇게 손질하고 여러번 물에 헹궈 흙물, 지저분한물이 나오지않을때까지 씻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수염. 양식홍합은 쭉 잡아당기면 되는데요. 자연산홍합은 수입이 엄청 질겨요. 손으로 안끊어져요. 그래서 큰것(12센치가량 되는것)은 삶아 입이 벌어지면 일일이 가위로 잘라내야 해요. 7-8센치되는 것들은 양식홍합과 마찬가지로 쭉 잡아당기면 왠간해서는 떼어집니다. 그리고 삶은후에 살점에 가위를 대고 다듬어주는것도 신경써야 해요.
이렇게 손질이 끝나면, 나머지는 거져입니다.
물 적당량 넣고 끓여주다가 주변이 팔팔 끓기시작하고 입이 벌어지려고 할때쯤 편썬마늘, 채썬고추넣고 가운데까지 후룩 끓어오르면 불을 끄면 됩니다.
작은크기(6-8센치)의 자연산홍합입니다. 지져분하죠? 12센치크기만한건 꼭 돌덩이를 드는 것같은 느낌이던데 이번건 그나마 작아서인지 아담하고 좋네요. 역시나 따개비도 많이 붙어있고 해초들들 듬성듬성 붙어있고요.
일단, 물로 지져분한 것들을 헹궈준후 물에 담가두고 홍합입으로 다른 홍합겉면을 쓰윽 긁어내었습니다.
따개비를 제외하고 왠간한건 잘 떼어지더라구요. 그리고 두세번 깨끗하게 헹궈주었습니다. 맑은물이 나올때까지 씻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냄비에 담고 물 3컵반 정도를 부어주고 불을 켰습니다.
맑은국물은 다진마늘보다 편썬마늘이 좋아요. 토종마늘 3알 편썰고 매운고추 빨강 조록으로 어슷썰어 준비했습니다.
살짝 끓어오를때쯤 편썬 마늘과 채썬고추를 넣어주고 후루룩 가운데까지 끓어오르면 불을 끕니다.
자~
그릇에 담습니다.
아오~~어쩜 좋아요! 너무 맛있습니다. 한수저 국물 떠먹다 까무러칠뻔했습니다.
자연산홍합은 한번 맛보면 정말 양식 홍합이 얼마나 가벼운맛인가를 대번에 눈치챕니다. 비교불가입니다.
끝내줍니다. 살점은 또 어떻구요. 씹는식감이 어쩜 이리 찰지고 졸깃졸깃거리는지. 반하지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살점이 어른 밥수저에 한아름입니다. 크기만 크냐? 맛과 식감도 왕!입니다. 진짜 최고!
전복이 부럽지않은 식감이라면 믿으실런가요?
양식홍합에 비하면 갯수로 비교하면 정말 얼마 안되는 숫자일테지만, 몇알만 먹어도 만족!감동! 그 자체라 많이 먹었다는 배부름보다는 야무지게 맛난 맛이이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행복해집니다.
사실, 국물만 먹어도 감동 그자체입니다. 어쩜 이리도 시원한게냐!!!!
또 언제 가을겨울시기에 만나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맛났을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우리바다가 온전해서 자연산홍합도 넉넉하게 내어주었으면 하고, 자연산홍합 양식도 두루두루 성공해서 가을겨울날이면 '섭'에 반해 맛있는 가을겨울밥상이 잘 차려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장터에서 만나다면 주저마시고 꼭! 구입해 자연산홍합이 건내는 끝내주는 맛에 빠져보시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