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스푼 (Silver Spoon) 5
여름학기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해준 최악의 파이널 스케쥴 때문에
리즈는 정신이 없었다.
케시는 여름학기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리즈에게 가을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함께 여행이라도 갔다 오자고 조르기만 했다.
시험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떠나버린 학교 주변은 고요했다.
매일 북적거리던 5번 가의 스타벅스도 학생 손님들이 없으니 낮에는 한가했다.
물론 여전히 아침에는 바쁜 직장인들로 북적거렸지만 말이다.
“리즈. 그러지 말고 잠깐 같이 갔다 오자.”
금요일도 아닌데 케시는 스타벅스에 나와서 리즈를 조르고 있었다.
“미안. 나 별로 생각 없어.”
하다 못해 자기네 별장이라도 가서 쉬다 오자는 케시지만
리즈는 여전히 거절이었다.
“빌도 너와 같이 가고 싶어 한다고.”
사실 케시가 리즈에게 이렇게 조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루라도 아버지 밑에서 벋어 나고 싶었지만
빌과 단 둘이 가기엔 사람들 입이 무서웠다.
빌과는 좋은 친구일 뿐인데…
나이가 나이인 지라 다들 둘을 연인으로 보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단 둘이 여행이라도 갔다 온다면 자신은 빌의 피앙세로
낙인 찍혀 버릴 것이 분명했다.
“진짜 미안한데… 나 요즘 여유가 없어.
맘 편하게 쉴 수 없을 것 같아.
그럼 같이 가서 분위기만 망칠 것이 분명해.”
리즈는 단호 했다.
아무래도 파이널의 여파가 너무 컸나 보다.
케시도 이렇게 싫다는 사람을 계속 조를 수는 없었다.
“어, 리즈?”
“아, 에드워드씨.”
케시와 대화하는 사이에 들어온 손님이 바로 에드워드 였다.
케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 했다.
“미스 브라운?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미스터 코헨도 그 명성에 걸 맞으신 걸요.”
“하하. 도대체 무슨 소문을 들으셨길래…”
“뭐, 동부의 사교계가 다 그렇죠.”
“미스 브라운의 명성도 자자 하던걸요.
참, 리즈는 이곳에서도 일하는 건가?”
케시와 대화하던 에드워드의 시선은 녹색 에이프런을 입고 레지스터 앞에 서있는
리즈에게 향했다.
“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와 볼걸 그랬어.
그 에스프레소가 그리웠거든.”
“아, 에스프레소 드릴까요?”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에드워드 때문에 당황한 리즈가 애써 담담한 척을 하며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음, 그냥 헤이즐넛 라떼로 하겠어.”
“사이즈는 어떤걸로”
“벤티.”
“네. 벤티 헤이즐넛 라떼, 4달러 77센트 입니다. 헉”
리즈는 습관처럼 계산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며 케시를 쳐 다 보았다.
케시 또한 당황한 모습 이였다.
“하하. 계산하는 거 당연한 거지.
뭘 그렇게 놀라? 자.”
에드워드는 리즈의 그런 모습이 우습다며 20달러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20달러 받았습니다.
15달러 23센트 입니다.”
에드워드는 잔돈을 받아서는 고스란히 레지스터 앞에 있는 팁 박스 안에 넣었다.
가끔 5달러 짜리 지폐를 넣는 손님들은 있었지만 10달러짜리를 넣는 손님은
에드워드가 처음 이였다.
그 날 이후, 에드워드는 하루에도 대 여섯번씩 스타벅스에 들렸다.
아침에는 근처 오피스에 딜리버리 서비스도 했었는데,
에드워드도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 딜리버리를 부탁했다.
원래는 100불 이상의 오피스 딜리버리만 하는 게 원칙이지만
어차피 오픈 하기 전에 집에서 직접 뽑아다 주면 되는 것이라
리즈는 주문을 받겠다고 했다.
‘똑똑똑’
“열렸어.”
이사 들어온 날 이후로 처음으로 들리는 펜트 하우스 였다.
어차피 키가 없으면 들어 올라올 수 없는 곳이라 에드워드는 늘 문을 열어두고
사는 듯 했다.
“에스프레소 딜리버리 왔습니다.”
여전히 에드워드는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 고마워 리즈. 나 지금 키친에 있거든.”
키친에 들어가니 에드워드가 냉장고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상의를 입지않은 파자마 차림이었다.
“앗. 실례했습니다.”
리즈는 화끈 거리는 얼굴을 가리며 얼른 뒤 돌아 섰다.
“응? 앗. 아 미안. 버릇이 되서.”
에드워드는 키친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가운을 입었다.
“아니에요. 제가 실수했습니다. 자 여기 에스프레소.”
“어, 고마워. 참 아침 먹었어?”
리즈는 아직 아침 전 이였다.
보통 오피스 딜리버리를 끝내고 매장에서 에스프레소에 따끈한 스콘 한 개가
그녀의 주된 아침 메뉴 였다.
“아직. 이제 먹으러 가야죠.”
“안 바쁘면 같이 먹지. 자 이리 와서 골라봐.”
“아니. 전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말아줘. 뭐가 잘못 됐는지 잔뜩 와버렸거든.”
에드워드가 냉장고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는
리즈가 볼 수 있게 몸을 옆으로 피했다.
냉장고 안에는 갖가지 요리들이 가득 들어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들이 가득 있었다.
박스에 붙어 있는 씰을 보니 근처의 유명한 레스토랑 마크였다.
“브라운 회장이 이렇게 잔뜩 보내는 바람에…
나 혼자 도저히 못 먹을 양이야.”
케시가 말 하기를 그는 사람을 두는 걸 거절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침식사라도 근처 레스토랑에 주문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진짜 많은 데요.”
어차피 오피스 딜리버리를 갈 때 까지는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분명히 쓰레기 통에서의 비참한 최후보다는 자신이 먹어주는 편이 나을 듯 했다.
“그렇지? 뭐 먹을래?”
“샐러드 있나요?”
“무슨 샐러드? 그냥 하우스 샐러드, 치킨 샐러드, 샐먼 샐러드,
샐러드 스터프드 브레드… 뭐 종류가 좀 많네.”
“그럼 치킨샐러드로 하죠. 제가 꺼낼게요.”
“난 오믈렛. 아. 머쉬룸 앤 치즈로.”
오믈렛 또한 종류가 여러 가지였다.
리즈는 오믈렛을 상자에서 꺼내 오븐용 그릇에 옮겨 담고
컨벡션 오븐에 다시 데웠다.
“아, 데우는 거야? 그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역시나. 이 사람 차가운 것을 그냥 먹을 생각 이었나 보다.
실버웨어를 세팅 하고 나니 금세 오믈렛이 다 데워 졌다.
에드워드 앞에 대령하니 에드워드가 리즈를 향해 웃으며 말한다.
“진짜 탐 나는걸.”
“네?”
“리즈 같은 사람 어디 또 없을까?”
분명히 케시의 말에 의하면 사람 쓰는걸 거절했다고 했다.
“아, 사람이 필요하세요?”
“아니. 난 누가 있으면 불편해.”
“그럼, 무슨…”
“연애가 하고 싶어졌거든.”
에드워드는 한마디 툭 내뱉고는 오믈렛을 먹기 시작했다.
리즈 또한 치킨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지만
에드워드의 말을 듣고는 온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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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실버 스푼 (Silver Spoon) 5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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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1 11: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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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
흥미진진!!!기대만빵ㅋㅋ
#요쏘님 재밋게 봐주세요~
대발S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