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허송세월이여 / 청송 권규학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또 흘렀다.
잎이 돋아 꽃이 피고 열매 맺고 낙엽으로 뒹구는….
그저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떠나버리는 게 세월이었다.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세월은 흐르고 있었다.
전철역 나무의자에 앉아 낡은 잡지를 뒤적거릴 때
멀어지던 세월의 이름이 전동차의 문고리를 잡고 내게로 왔다.
같이 가자고…, 레일 위를 함께 달려 피안의 세계로 떠나자고….
손을 잡지도, 눈빛 마주치지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도 못했다.
그저, 이쪽저쪽 주변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 조바심해야 했다.
그럭저럭 이마의 주름살이 늘어만 갔다.
머리칼이 하나 둘 제자리를 이탈했다.
두 눈의 초점마저도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망연자실, 혼비백산, 자포자기, 에라! 될 대로 되라지….
그래, 그렇게 흘러갔다.
흐르다가 멈춰 서서 우유부단한 나를 욕하고 있다.
결국, 세월은 내 편이 아니란 걸 알았다.
얼굴에, 몸뚱이에, 팔다리 어깨허리에 세월의 흔적이 뚜렷한 지금에서야….
이런 바보같은, 이런 우라질…!
첫댓글 얼마남지않은시간 세월까지어찌 이모양세일까요,~~
좋은시간맹그세요 ^^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일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