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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세계 월드컵은 끝났지만...
2무 1패. 이번 청소년 대표팀이 캐나다에서 열린 U-20 세계 월드컵에서 얻은 성적표다.
냉정하게 결과로만 평가한다면 비난을 받을 법도 하다.
'멕시코 4강 신화'의 재연을 꿈꾸는 축구 팬들에게 1승의 기쁨조차도 안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과보다 아름다운 과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U-20 청소년 대표팀 주장 박주호(숭실대, MF)가 오늘 들려준다.
16강 진출에 실패해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크겠어요.
당연히 올라갈 줄 알았어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주장이어서 강하게 이끌어야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경험 많은 선수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더 마음이 착찹했어요. 끝나고 눈물 흘리는 애들도 있었고...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고 해야하나. 게임 잘해놓고 결과만 안 좋았으니까요. 체코가 결승 올라간 거 보고 더 그랬어요.
예선전 때도 수비만 하다가 겨우 겨우 올라갔잖아요. 체코와 친선경기할 때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도 예선만 통과했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인정해 줬을텐데... 그런 부분도 많이 아쉬워요.
그 전 멤버들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주목 받았지만 저희는 경기내용만 좋았지 결과도 없고,
대형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지금은 그냥 조용해졌잖아요.
마지막 날 밤엔 항상 방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들었어요.
밤 샜어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새벽 5시에 호텔에서 나와야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경기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자정이 넘었더라구요.
그래서 비행기에서 계속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안 잤어요.
저는 독방이었는데 제 방이 제일 커서 안자는 선수들 모두 제 방에 모였어요.
컵라면 엄청 먹었어요. 대회기간 동안은 몸 관리해야 해서 못 먹었거든요.
그런데 아시아청소년 대회 때는 한번 씩 몰래 먹었어요(웃음).
첫 경기였던 미국전 생각나요? 티켓이 매진됐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깜짝 놀랐어요.
그 많은 관중 앞에서 그렇게 뛰는 게 처음인 선수들이 많았어요.
수원이나 FC서울에서 뛰는 애들 말고는 그런 경험이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어요.
게다가 큰 대회였고 미국이 잘한다는 소리가 있어서 초반에 저희가 약간 움츠러 들었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데 경기장이 돔이니까 울려요. 옆에서 진짜 크게 불러도 들릴까 말까예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초반에 허무하게 실점하는 바람에 만회골을 넣으려고 밀어 붙였잖아요.
그래서 후반에 체력적인 문제가 생겼던 것 같아요. 쥐나던 선수들도 있었고, 의욕이 많이 앞섰죠.
전반전 때 잘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도 다행이 실점 후에 정신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한 것 같아요.
브라질전을 앞두고 체력회복이 쉽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걱정 많이 했죠. 그날 전반 뛰고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안 움직이고, 잠깐은 뛰겠는데 그 다음에는 뛸 힘이 전혀 없는 거예요.
다쳐서 6개월 가량 쉬었거든요. 그런데 제 포지션이 왼쪽 미드필더 잖아요.
운동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공격, 수비 다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죠.
예전에는 수비하다 공격으로 쭉 나갔다 돌아와도 괜찮았는데 이번엔 수비하다 공격 나갔다 오면 다시 못 가겠더라구요.
그 정도로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뛰면서도 준비를 많이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쩌다 6개월이나 쉬게 된거죠?
처음엔 골반이 틀어졌어요. 왼발만 쓰니까 그런 것 같아요.
허리에 계속 피로가 쌓이니까 실금이 갔데요. 엄청 아팠어요.
몸을 똑바로 못 세우니까 척추가 어긋나고 뒤에 근육들도 다 안 좋아져서 허벅지 근육들이 찢어졌어요.
아, 왼발잡이였죠?
네, 왼발잡이에요.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저 혼자 왼발잡이에요.
왼발잡이는 드물기도 하지만 볼 뺏기도 힘들고 이상하대요.
남들과 똑같이 관리하는 것 같은데 수비수들은 뺏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항상 오른발 찬스가 와도 왼쪽으로 접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오른발잡이가 왼발을 연습하면 엄청 빨리 늘어요.
왼발잡이는 연습해도 오른발을 잘 못쓰는데 말이에요.
청소년 대표팀에도 오른발잡이 선수들은 다들 왼발을 어느정도 잘 써요.
그런데 저는 오른발을 전혀 못써요. 그래서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덤블링 드로잉을 많이 해서 허리에 금이 간 거라는 소문도 있던데요? (웃음)
카타르 친선대회때 코치 선생님이 우리팀에는 드로잉이 많이 나가는 애가 없다고 한 명씩 시켰어요.
그때 종진이가 막 웃으면서 제 얘기를 한 거예요. 학교에서 장난치면서 종진이 앞에서 한 번씩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선생님 앞에서 해 봤는데 그날 엄청 강하게 멀리 나간거예요. 이거 되겠다고 해보라고 하셨어요.
결승전 때 그냥 던지려고 하는데 벤치에서 "주호야, 그거! 그거!" 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덤블링하면서 던진거예요(웃음).
브라질전 앞두고 부담은 없었나요? 97년 대회 땐 3-10으로 대패했다는 얘기도 들었을텐데요.
솔직히 신경 안썼어요. 저희가 전반 20분까지는 밀어붙였잖아요.
일부러 강하게 하자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당황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압박을 하는데도 자꾸 풀고 나오니까 그런 점에서 체력 소모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가 좀 더 잘했으면 좋은 결과가 나왔겠죠. 첫 번째 골도 허무하게 허용했어요.
엄청 힘들게 뛰었는데 브라질 선수가 페인팅을 잘 써서 치고 들어가는 바람에 한 번에 쑥 해서 들어갔으니까요.
저희가 매 게임 실점하기 전에 항상 먼저 넣을 수 있는 완벽한 찬스가 한 두 번씩 있었어요.
그걸 넣었으면 지키는 입장에서도 더 힘이 낫겠죠. 그런데 골은 안 들어가고, '아, 아' 그러다 하나씩 먹히고...
심판 판정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날 심판들이 저희를 엄청 괴롭혔어요.
장비 검사할 때도 미국전 땐 카드랑 유니폼만 갖고 오라고 했는데 브라질전 땐 카드랑 스타킹, 축구화 다 가져오라 그랬어요.
저희끼리 이상하다 그랬죠. 선생님들도 예감했데요.
브라질이 예선통과를 못하면 흥행이 안된대요. 그래서 무조건 어떻게든 올려야 한대요.
경기하면서 브라질 선수들이 안보이는 파울도 많이 하고 손도 많이 썼는데 거의 대부분 그냥 넘어갔어요.
같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브라질 편만 들었어요. 그런데 브라질 선수가 팔꿈치로 쳐서 영록이 코에 금 갔잖아요.
나중에 피파에 진단서 끊어서 갔더니 뒤늦게 그 선수에게 징계가 내려졌죠.
한국이 2-3으로 추격하자 그때부터 시간을 지연하던 브라질 선수들의 모습은 의외였어요.
그만큼 막판 한국의 플레이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나봐요.
골키퍼도 정말 시간 많이 끌었잖아요. 그때 경호랑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아픈 척하고, 그런데 현범이가 밖에서 그랬어요.
왠지 따라갈 것 같다고. 코너킥 났을 때 한 골 넣고 88분에 한 골 넣고 추가시간 때 한골 넣는다고 그랬는데 두개가 딱 맞은 거예요.
그리고 추가시간 끝나기 전에 영록이가 때렸잖아요. 진짜 됐다.
그러면서 저희 다 일어났는데 그게 막혀가지고... 아쉽지만 그래도 재밌는 경기였어요.
0-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지더라도 와일드카드가 있으니까 한 골만 만회하자고 생각했어요.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거든요.
교체로 나와 벤치에 앉아 보면서도 '다들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너무 예쁘게 공을 차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때론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필요한데 다들 너무 아끼더군요.
저희가 아무래도 다 아기자기하게 축구를 하다보니 자꾸 끝까지 만들어서 하려는게 많았어요.
연습할 때도 중거리 슈팅이 없었어요. 무조건 개인돌파해서 스루패스 들어가고 완벽히 상황이 나면 때려요.
완벽하지 않으면 안 했어요.
브라질전 끝나고 링거 투혼은 없었나요?
다들 체력이 완전히 다운됐어요. 그런데 도핑에 걸릴까봐 영양제도 못 맞았아요.
감기약도 못 먹었고요. 감기 걸려도 소염제 먹으면서 버텼어요.
저랑 광훈이가 미국전 끝나고 도핑테스트를 받았는데요, 진짜 힘들었어요.
소변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안나오는 거예요. 물을 7통이나 마셨어요.
3통 먹고 진짜 배불러서 토할 것 같은데도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4통을 더 마셨어요. 그러고 나서 1시간 동안 기다리니까 나오더라고요.
도핑테스트가 매 게임마다 2명씩 무작위로 하는 거예요. 미국에선 아두가 했는데요.
걔는 5분만에 하고 나가더라구요. 저희 보면서 약 올리고 가던데요. 안나온다고(웃음).
성격이 활발한 것 같더라구요. 웃긴 것 같기도 하고.
브라질전까지 비록 1승도 없었지만 16강 진출의 확신은 있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폴란드한테는 3-0으로 이길 줄 알았어요.
경기 초반에 폴란드가 잔뜩 긴장했다는게 느껴졌거든요.
공 잡으면 우리 선수가 있지도 않은데 버리는 거 보면서 경계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또 선제골을 허용했잖아요. 그러면서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축구는 흐름인데 밀어붙이다가 한 골 먹으면서 분위기가 폴란드 쪽으로 가니까 힘들었어요.
그래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사랑받은 유일한 청소년 대표팀인것 같아요.
좋은 평들 많이 써주셔서 고마웠어요. 그것 말고 저희가 기분 좋고 그랬던 게요,
게임 나갈 때나 연습할 때 있잖아요. 저희가 잘하니까 외국 팬들이 저희 응원을 막 해주는거예요.
'코리아! 코리아!' 이러면서요. 막 콩콩 계속 치면서 봐달라고 같이 사진 찍자 그러고. 기분 좋았어요.
북한 청소년 대표팀과는 캐나다에서 만나지 않았나요?
중계로만 봤어요. 엄청 잘하던데요. 아르헨티나도 이길 뻔 했잖아요.
정신력이 대단해요. 작년에 아시아 19세 이하 대회에 갔을 때도 몇 번 운동장에서 마주쳤어요.
보통 경기 뛴 다음날은 회복훈련만 하잖아요. 그런데 걔네는 운동을 똑같이 해요. 게임을 또 뛰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또 게임을 뛰어요. 정신력이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4강전 때 일본에게 지고 나가는데 북한 애들은 게임 시작하려고 경기장에 서 있었어요.
그때 저희 어깨 두드리면서 수고했다 그랬어요. 그래서 저희는 꼭 이기라고, 잘하라고 응원했죠.
그런데 그렇게 한 번 보고 캐나다에서는 다시 마주치지 못했어요.
폴란드전이 끝난 후, "이 좋은 멤버가 모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던 이상호 선수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당분간은 다시 뭉칠 수 없지만 2010년 아시안게임 때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다들 열심히 해서 이 멤버 그대로 다시 모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한국축구가 더 많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전에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있잖아요.
네. 준비하고 있어요.
벌써 기존 선수들끼리 호흡을 많이 맞췄지만 경쟁해 보려구요.
원래는 제가 윙포워드 자리에서 뛰는데요, 그 자리에 잘 뛰는 선수들이 정말 많잖아요.
일단은 최대한 빨리 프로에 가서 잘하든 못하든 경험을 쌓고 제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해요.
하고자 하는 뜻이 강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제 시작이라 아직 이룬 건 없지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거예요.
고등학교 때 코치 선생님이 항상 그러셨어요. 초심으로 돌아가라구요.
그 말씀처럼 언제나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뛰고 싶어요. 꼭 그런 선수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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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위클리 저번주에 실렸던 박주호 선수 인터뷴데...
직접 치느라 힘들었습니다..ㅠㅠ
북한 대표팀 관련 인터뷰는 참.... 왠지 찡하네요....
첫댓글 박주호선수 정말 잘하던데 ^^ ㅋㅋㅋ 대전 왔음 좋겟네여 ㅋㅋㅋㅋㅋㅋ
U-20 화이팅 한국축구를 부탁한다
정말 가장 아까운 세대... 체코도 결승을 갔는데,,
저는 이상호선수가한 이좋은 멤버가 모일수없다고 생각하니슬프다가..
이상호 정말잘하는데-_ㅜㅜ
덤블링 스로인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음ㅋㄷ 주호선수 화이팅!
덕분에 학교에서 개나소나 덤블링 스로인 난사하다가 다들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참사를 빚기도..
제대로된 중앙수비수들이 다 부상이였다는게 좀 아쉽네여
너희가 최고다...역대 한국 대표팀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팀플레이를 펼친 팀이였다.
말이 필요없는경기력이었어 짝짝짝 중거리슛터의 부재가 제일아쉬웠음..
우리나라의 황금세대
릴리슈슈에테르/ 수고하셨습니다. 잘 봤어요. 아직 어린 선수라서 그런가 아니면 저 선수의 말하는 어조가 그런가...아무튼 읽는 내내 '귀엽다'고 느꼈어요. 우리 선수들은 어쩜 이리도 다 착할까. 밝고 긍정적인 성격 잃지 말기를...그리고 오른발 쓰는 것도 열심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