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우리나라 주식인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 는 곡류다. 제2의 주식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그 런데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가 채 안 된다. 99% 가 수입밀이다. 며칠 전 세계 최대 밀 수출국가인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재배가 금지된 유전자 조작 밀이 발견됐다.
미국 농무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유전 자조작 밀이 한국에 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10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모두 171만t의 오리 건산 밀이 수입됐다고 파악했다.
이번 유전자조작 밀은 오리건 주의 한 농부가 봄 밀과 겨울밀 재배시기 사이에 자라난 밀을 없애 려고 제초제를 뿌렸다가 일부가 죽지 않자 오리 건 주립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발견됐다. 오리 건주립대는 문제의 밀이 몬산토(Monsanto)가 개 발하던 유전자조작 밀과 같은 종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당국에 보고했다. 유전자조작 밀의 유 출 경로는 아직 조사 중이다.
몬산토는 월남전 때 고엽제를 팔고, 이후 라운드 업 제초제로 성장을 거듭하다 라운드업레디(라운 드업 제초제에 살아남는 식물 종자) 제품인 콩과 옥수수, 카놀라 등의 유전자조작 종자를 만들어 팔아온 회사다. 몬산토는 1998∼2005년 유전자조작 밀을 개발 해 미 농무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유전자 밀에 대한 여론 악화와 시장성 부족 등으로 승인받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는 미국 밀의 최대 수입국이다. 일본은 유전자조작 밀 발견 소 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 서부산 밀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밀 수입 주문도 취소했다. 반면 한국의 식약처는 전수검사를 실시해 유전자 조작 밀이 발견되면 그때 가서 반송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 다. 식약처는 해당지역 밀을 즉각 수입 중단해야 한 다. 전수조사 뒤에는 너무 늦다. 정부는 과거 미국 광우병 소고기 때도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 기보다 안전하다는 입장만 반복하다가 수많은 국 민들로부터 검역주권을 포기했다고 지탄받았다.
기업도 이윤만 찾을 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해야 한다. 한국제분협회는 홈페이지에 유전 자조작 밀은 상업적으로 유통되지 않으니 안심하 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뒤 어떤 사 과나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도리어 언론을 통해 서 이번 사고가 밀가루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을 까 우려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부는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 2001년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가 시행됐지만 간 장, 식용유, 전분을 원료로 한 포도당, 과당, 물엿, 올리고당류 같이 가공 정제된 최종제품에 유전자 재조합 DNA가 남아있지 않은 품목은 표시대상에 서 빠졌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겉으론 식품 매장에서 GM(유전자조작)표시된 식품을 접하기 힘들다. 2008년 정부는 유전자식품 표시제 강화 를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도 제도를 정비하지 못했 다.
유전자조작(genetic engineering)은 한 종으로부 터 유전자를 얻어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하는 기술 이다. 새롭게 만든 생명체를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즉 ‘유전자조작 생물체’라 고 부른다. 유전자조작이 벼나 감자, 옥수수, 콩 등 의 농작물에 행해지면 ‘유전자조작 농작물’이라 부르고, 이 농산물을 가공하면 ‘유전자조작 식 품’이라고 한다.
1994년 칼진의 무르지 않는 토마토(Flavr Savr)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어 시 판된 뒤 1996년부터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콩이 상업적으로 대규모로 재배됐다. 이후 품목과 비 율이 시판되는 GMO들은 콩, 옥수수, 감자, 토마토 등 모두 11품목에 이른다. 대부분은 제초제에 저 항성을 갖도록 하거나 해충에 이기려고 자체로 독소를 만들어내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GMO농산물은 해충과 잡초들이 저항성 유전자를 가져 슈퍼 잡초와 슈퍼 해충을 만들어 방제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변종(돌연변이)도 출현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자연생태계의 순환구 조도 파괴한다. 유전자조작 콩은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생명공 학기술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몬산토는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 업'에만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 조작한 '라운드 업 레디'라는 콩을 개발해 이를 제초제와 한 세트 로 농민들에게 판다. 이렇게 되면 몬산토는 종자 와 농약 둘 다 팔아 엄청난 이윤을 챙긴다. 이들은 종자가 다음 해에는 싹이 트지 않도록 유 전자 조작하는 ‘터미네이터 기술’과 자사의 농약 을 뒤집어써야만 싹이 트도록 유전자 조작하는 ‘트레이터 기술’을 개발해 종자시장을 장악했다.
이미 유럽 각국은 GMO 제품을 수퍼마켓과 식탁 에서 퇴출시켰다. 유럽의 농민과 소비자, 환경, 사 회단체들이 90년대 중반부터 GMO에 줄기차게 반대하면서 GMO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괴물 이나 먹는 프랑켄 푸드라고 배척돼 식품회사와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GMO를 사용하지 않 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GMO 사료를 먹은 쇠고 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축산물조차도 취급하 지 않고 있다. 대신 유기 축산물 생산과 소비가 폭 증하고 있다.